예술, 현재진행형 - 스튜디오부터 크라우드소싱까지 예술가와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들
글렌 애덤슨.줄리아 브라이언-윌슨 지음, 이정연 옮김 / 시공아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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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세계는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특별한 구역이다.

관련된 책도 읽어보고 미술 전시회 관람도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단지 형상 뿐 작품속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현대 미술은 더더욱 오리무중이다.

예술 없이도 사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굳이 알려고 애를 쓰는 것은 욕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생애에서 권력과 부를 누리지 못 했어도 예술만큼은 향유하고 싶었다.

아서 단테가 예술의 종말 선언했지만 예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실 예술의 종말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 마치 컴퓨터 도스의 종말이 윈도우를 탄생 시키듯이 인간은 과학이나 예술이나 어떤 영역에서든 끝은 또 다른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은 방식에 있어서 춘추전국시대가 되어 그렇지 않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미술 세계가 더욱 난해한 미로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미술이라 볼 수 없는 기괴한 작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미술세계는 경계도 없고 틀도 없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 듯한 느낌이다.

과거의 미술에서는 주로 완성된 작품이 주는 가치와 의미에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예술과 일상의 경계가 허물어진 현대 미술에 와서는 작품 못지 않게 사용된 재료나 기술적인 부분 그리고 제작과정도 중요한 문제로 여기게 되었다.

현대미술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저자다. 저자 따로 작품을 만든 사람 따로인 경우가 많다. 용접물이라든지 건축물 또는 공장에서 제조된 물품을 사용하여 만든 작품, 그리고 제작이 여러사람의 손에 분산되거나 여러사람이 동원된 퍼포먼스 같은 작품은 저자의 진정성 문제를 일으킨다.

이 책은 이렇게 작품보다는 작품 이면에 존재하는 제작 과정의 스토리를 다룬다.

현대 미술은 스케일이 커서 때로는 공공시설이나 자연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정부의 허가도 필요하다. 또한 원료구입이나 인건비 또는 제조비 등 자금에 관련된 사항들, 그리고 장시간 상영하는 영화나 수백명이 참가하는 퍼포먼스등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사항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작품 이면에 감추어진 제조과정과 비화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연극으로 보자면 무대 뒤의 모습이다.

관객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배후의 이야기들이다.

이 책은 195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미술 제작 과정을 중심으로 아홉개의 장으로 묶은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진행은 시간 순서가 아니라 주제별로 다루어진다.

첫번째에서 세번째 장까지는 재료, 네번째에서 다섯번째 장은 퍼포먼스, 여섯번째 장은 돈과 관련된 투자,일곱번째 장은 제조, 그리고 나머지 두장은 디지털화와 작품속에 대중의 참여 문제를 보여준다.

인상 깊었던 것은 퍼포먼스에 관한 내용인데 그동안 지니고 있던 퍼포먼스에 대한 의구심이나 혐오감이 이 책을 통해 많이 해소 되었다.

도구편에서는 미술 작업을 위해 몸은 가장 값싸고 구하기 쉬운 재료이며, 조금만 손을 보면 달리 활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매우 신선했다.

또한 도구는 더 이상 개인의 공간과 바깥 세상의 사이를 중재하는 중간적 오브제라 할 수 없고, 우리 몸이 도구를 흡수하거나 스스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기괴한 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된 특성 가운데 하나가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할 뿐 만 아나라 평범해서 경시된 방법이나 물건들이 예술적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비예술적인 방식을 예술의 세계에 도입 한다는 이야기다.

이 책이 제작과정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작품의 개념적 가치를 간과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재된 형이상학적 측면보다는 재료의 운용방식과 구성을 통해 작품을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각 장에는 주제와 관련된 작품 사진들이 삽입되어 있어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작품에 연계된 것이라면 사소한 것까지 언급하면서 대상에 머물러 있지 않고 주변 세계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와같이 작품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는 일은 평소 낯설게 느껴졌단 현대 미술과의 거리감을 좁히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고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것이라 생각 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책으로 자유롭게 작성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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