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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식 클래식 - 당신이 듣고 싶은
정인섭 지음 / 솔깃미디어 / 2023년 7월
평점 :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 효과가 있냐 없냐 하며 말이 많다.
그런데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야 이해가 깊어지고 공부 효과도 높여주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베이식 클래식>이다.
이 책은 방대한 양의 음악을 스마트폰만 있으면 QR코드를 통해 즉석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치 미술관에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는 것과 같다.
때문에 책 내용과 관계된 음악을 동시에 들을 수 있어 관련된 지식들을 보다 깊고 풍부하게 이해 할 수 있게 해 준다.
책은 바로크 음악에서부터 시작해서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음악가와 작품들을 다루고 있는데 가장 유명하고 잘 알려진 곡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이야기 전개는 먼저 작곡가의 대표 작품과 대표 엘범을 소개하며 연주자의 특성을 설명한다. 그리고 바로 이에 버금가는 같은 작품인 다른 엘범에 대한 특징들을 설명하면서 비교 분석한다.
엘범간의 차이를 분석하는 작가의 예리한 감각이 돋 보인다.
작품 못지 않게 연주자의 테크닉이나 성향에 따라 차별화된 연주가 또 다른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다음에는 해당 작품 해설과 배경이야기 및 비화들이 실려있고 마지막으로 관련된 명화를 실었다.
음악 프로듀서인 작가는 주로 음반 제작과 관련된 일을 하지만 미술 등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책도 글을 읽지 않고 대충 넘겨보면 마치 미술에 관한 책으로 착각할 정도로 명화들이 삽입되어 있어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추천 음악을 들으면서 관련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보너스다.
500쪽이 넘어가는 꽤 두꺼운 책인데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있어 진도가 빠르다. (물론 추천 음반을 끝까지 다 듣고 가려면 책을 다 못 읽을 수도 있음)
또한 그림과 글이 시원스럽게 배치되어 오래 보아도 피로감이 덜하고 문체 역시 답답하지 않고 술술 읽힌다.
책을 통해 비화나 새롭게 알게 된 상식들도 많았다.
몇가지 예를 들면, 바흐의 피아노곡 연주로 유명한 글랜굴드의 연주를 듣다보면 이상한 잡음이 들리는데 그것은 굴드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라고 한다. 이런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그저 불량 음반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피아노 이전 악기는 <하프시코드> 인데 줄을 뜯어 소리를 내는 구조라 건반을 아무리 세게 쳐도 음 크기가 일정하지만 피아노는 해머로 때려 나기 때문에 강약조절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피아노의원래 이름은 <피아노포르테> 였다고 한다.
바흐 칸타타의 '레치타티보' 는 대사를 말하듯 노래하는 뜻으로 지금 랩의 원조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학교에서 배운 슈베르트의 <숭어>는 숭어가 아니라 <송어>라고 한다. 둘 다 서식지도 비슷하고 민물에도 드나드는 습성이 있는데 숭어는 '강 하류'에 머물고 송어는 강상류까지 올라온다고 한다. 따라서 원곡 가사에 투명한, 맑은 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것은 강 상류이기에 <송어> 가 맞다는 것이다.
쇼팽의 피아노곡 중 잘 알려진 < 환상즉흥곡> 은 쇼팽 사후 출판되었는데 보통 작곡자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발표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쇼팽은 너무 아껴 출판하지 않았으며 사후 악보를 폐기해 달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반대로 그리그의 <페그귄트>는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고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초연될 때도 그리그는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후에는 작곡자 대표곡이 되었고 음악사에 남는 걸작이 되었다.
이외에도 재미있는 비화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접 할 기회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근현대 클래식 음악도 신선했다. 재즈와 클래식이 믹싱 된 거슈윈의<랩소디 인 블루> 도 인상적이었고 기타 협주곡인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즈 협주곡>은 영혼을 사로잡는 듯한 리듬감을 선사했다.
그림도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음악 역시 아는 만큼 들리는 것 같다.
와인도 몇 년도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것인지 알고 마시면 더 깊은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듯이 음악 작품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 보다 깊이 있는 음악을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계는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
전에는 무작정 들었다면 이제는 누구의 작품인지, 악기는 무엇인지, 누가 연주한 곡인지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과거 배경 지식이 없어 그저 귀만 울렸던 익숙한 작품들이 이제는 지성과 감성을 터치하며 업그레드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값진 것은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선별된 음원을 언제라도 유튜브를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수록된 음악들을 5채널 오디오 시스템에 연결해서 들었다. 책을 읽다가 잠시 눈을 감고 차 한 모금 음미하며 연주를 듣고 있으면 낙원이 따로 없다.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리면 반가움에 마음이 들떳고, 처음 듣는 곡이지만 선율이 너무 아름다워 환상에 젖기도 했다.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세상에 멋진 음악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살아생전 다 들을 수나 있을까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 서평은 출판가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받아 자유로운 환경에서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