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사랑의 길 - 인문학과 성의 만남
김대유 지음 / 시간여행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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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가벼운 에세이로 생각하고 책 장을 열였지만 읽어 갈수록 이야기가 진지하고 묵직했다.

성과 사랑의 이야기로 인간과 세계를 풀어가는 작가의 박식하고 깊이 있는 식견이 느껴졌다.

단지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고 온전한 삶을 향한 구도적인 자세와 세상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을 담고 있어서다.

이 책에는 성문화가 올바르게 정착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간절한 바램이 담겨져 있다.

작가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문제이며 인류 문명을 꽃 피우게 한 핵심 요소를 '성'이라고 평가하는 것 같다.

뿐 만 아니라 성은 자연의 원리이며, 모든 생명체들의 삶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성을 한 낱 개인적인 문제로 삼아서는 안되고 역사적, 사회적, 그리고 범 우주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무게감에 걸맞게 이야기의 시작은 46억년 전 지구의 출현으로 시작해서 생물종의 흥망사를 거쳐 개인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마무리 한다.

이 과정에서 '성'과 관련된 지난 역사적사건들을 소환시켜 분석하고 그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

대체로 성의 역사는 슬프고 참혹하다.

신은 성을 행복의 도구로 주었지만 인간은 그것을 왜곡하고 오용함으로 말미암아 지구행성을 고통으로 물드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이 책에서 일관성 있게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성과 사랑의 관계이다.

성과 사랑은 서로 독립적인가 아니면 바늘과 실처럼 함께 공존 해야만 하는가 라는 문제다.

작가의 생각은 후자다. 그래야만 참된 평화와 사랑의 길이 열린다는 주장이다. 맞다고 생각한다. 성과 사랑이 하나가 되면 세상은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의 시대가 열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은 이상에 가깝고 현실은 녹녹치 않다.

우리는 때로 사랑보다는 본능적인 욕구가 압도할 때가 있고 성이 제거된 플라토닉 사랑을 할 수도 있다.

반드시 두 가지가 공존해야 한다고 하면 그것도 억압이고 강요라고 본다.

저자가 인생길을 Road, Way, Path 로 보았던 것처럼 성을 Road로, 사랑을Way로, 성과 사랑의 공존을 Pass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억지일 수도 있지만 나름 의미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성과 사랑의 관계는 다 다르기에 정답을 말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오랫만에 알차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다.

그저 책 한 권 완성하기 위해 이것 저것 채워 넣어 영양가가 별로 없는서적들이 넘쳐나는 요즘, 이 책은 생각해 볼만한 깊고 가치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싣고 있다.

단지 작가의 생각이 조금 무겁다는 생각은 든다.

아마도 오랫동안 그런 역할과 환경 속에 천착해 있다보니 선입견이나 과잉반응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페미니즘의 물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강도는 약해졌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아버지가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개고 청소를 하는 모습들을 종종 보고 자란 세대이다.

70년, 80년대 여성해방 운동들이 90년대 이후 조금씩을 열매를 맺기 시작해서 지금 세대 아이들은 성차별에서 많이 벗어났다.

여성의 입장에서보면 아직도 멀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운동권에 종사하는 기성세대들의 시선이고 요즘 어린 세대들은 심각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또한 앞으로 사회 구조는 점점 여성이 유리한 상황으로 변해 갈 것이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도 더 이상 특별한 공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태인들이 나치의 지난 역사를 미워하지는 않되 반드시 기억하겠다고 한 것처럼 성에 대한 과거의 교훈들을 새겨 둘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고 기억할 만한 내용이다.

페미미즘이 아니더라도 성에 대한 역사나 청소년 성교육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받아 자유로운 환경에서 작성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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