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착각 - 몸과 마음에 대한 통념을 부수는 에이징 심리학
베카 레비 지음, 김효정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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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 인생은 60부터야" 혹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해" 라고 말하기도하고 "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익어가는 것" 이라고 노래도 부르지만 생활은 여전히 노인처럼 살아간다.

그것은 이미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고령자에 대한 선입견이 아로새겨져 의식적인 말 보다 무의식이 삶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을 처음 시작하면서 대학 수업에서 사용했던 질문을 독자들에게도 한다. 노인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을 5개 표현하라는 것이다.

나도 따라서 해 보았는데 놀랍게도 생각한 5개의 단어 모두 부정적이었다.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무의식은 노화되어 있었다.

얼마전에 작은 방에 들어갔다가 왜 들어갔는지 생각이나지 않아 한참이나 서 있었는데 나이탓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건망증은 고령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이런 망각의 순간은 언제든 찾아 온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연령인식이 과학적 사실보다는 문화적 편견의 산물임을 깨닫게 하고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어떻게 노화를 이끌어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노화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 노년기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은 작가가 계획한 중국인과 농인 미국인을 대상으로한 비교 문화 연구를 통해서 확인 되었다. 긍정적인 연령인식을 가진 집단이 부정적인 연령인식을 가진 집단보다 더 좋은 기억력을 보여준 것이다.

기억력 뿐 만 아니라 신체건강 역시 긍정적 연령인식을 가진 집단이 부정적 연령의식을 갖은 집단에 비해 훨씬 건강하다는 것이 그의 20년에 걸친 연구 결과 최초로 증명되었다.

긍정적 연령인식은 질병과 부상에서 회복하는데도 효력을 발휘한다. 보통 사람들은 노인이 심하게 앓고나면 완쾌하기 어렵다는 암묵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데 작가의 연구는 이런 믿음을 뒤엎었다.

치매는 인도보다 미국이 다섯배나 많다고 한다. 이 사실을 밝힌 과학자들은 식생활이 원인일 것이라고 진단하지만 작가는 이것 역시 연령인식이 크게 작용했다고 추측한다. 고령자를 폄하하는 미국 보다 연장자를 존경하는 인도 문화가노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보통 인구의 15%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이중에 절반만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고 한다. 작가는 그 답을 찾기위해 4년에 걸쳐 5000명 이상의 노인을 연구했는데 여기에서도 부정적 연령인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밝혀냈다.

연령인식은 정신건강에도 크게 관련되어 있다. 내가 대학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상담심리 강좌에서 교수는 나이가 50이 넘으면 사고가 경직되어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담 효과가 없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야기를 프로이트가 처음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이런 거물급 인사가 그런 말을 했으니 오늘날 정신건강 체계에 굳어있는 부정적 신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수명 역시 연령의식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가 수명에 미치는 경우는 25퍼센트 뿐이고 나머지75퍼센트는 연령인식과 같은 비생물학적 요소라고 한다.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보다 사회적 환경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의 중반부는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이 받는 부정적 처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젊은 사람들의 노인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페이스북인용: "나는 기꺼이 노인 한명을 제거할 용의가 있다)와 TV 등 여러 매체에서 노인에 대한 모욕적인 묘사들을 고발하면서 이런 연유로 안티에이징 산업이 발달하게 되는데 이것이 오히려 노화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시킨다고 한탄한다.

그리고 성차별이나 인종차별 같은 다른 차별은 법적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으나 연령차별은 방관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작가는 더 안타까워한다.

후반부는 이와 같은 부정적 연령인식을 해결하는 방안들을 살펴본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잠재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고 사회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들을 제거할 뿐 만아니라 온갖 종류의 편견에 맞서는 캠페인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록은 작가가 연령 해방을 위해 얼마나 큰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를 개선하고 부정적인 연령인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아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작가는 7장에서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착시현상을 소개하면서 착시는 우리가 오랜시간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각에 생긴 결함이라고 한다. 때문에 아이들은 대체로 착시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오래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라는 영화가 있다. 중의법적인 뉘앙스를 주는 제목이지만 여기에서 노인이란 육체가 늙은 사람이 아니라 타성에 젖어 과거 패턴에 안주해 사는 사람을 말한다.

작가는 우리를 진정한 존재로부터 멀어지게 한 편견이나 타성에 젖어있는 암묵적 규칙들을 털어 버리고 아이들처럼 창조적인 사고를 하라고 권고 한다.

이 책은 요즘 노화의 비밀이 밝혀지고 수명이 무한히 연장되는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노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부정적인 연령 인식을 깨우쳐 주는 책이다.

샐리그만의 긍정심리학에 나이를 입혀놓은 듯한 느낌도 든다.

작가는 연령인식이 노화를 푸는 중요한 열쇠라고 보았다. 우리가 노화를 바라보는 태도와 노화에 대한 우리 자신의 믿음이 노화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오래 살고 싶지 않았다. '짧고 굵게' 가 인생 모토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혹시부정적 연령인식에서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했다.


이 책은 출판사 서평행사 때 책을 제공받아 자율적인 환경에서 작성한 것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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