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냥 스토리콜렉터 108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3년 8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싸이코패스 소설이다.

모든 범죄 소설이 그렇듯 이야기는 단순하다.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일반 범죄 소설은 범인이 베일에 가려있고, 싸이코패스 소설은 이미 범인은 알고 있지만 잡을 수가 없다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독자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들을 다양하게 창출 할 수 있는 일반 범죄소설에 비해 싸이코패스 소설은 그런 반전의 스릴을 엮어내기가 어렵다. 때문에 보통 잔혹함에 승부를 걸게 된다.

이 소설 역시 초반에 싸이코패스 <루시엔>이 탈옥하면서 저지른 참상이나 도로에서 만난 BMW차주를 살해하는 장면을 통해 참혹한 과정을 적나란하게 노출함으로써 싸이코 패스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이 소설은 다른 싸이코패스 소설과 달리 대량 살상을 시도한다. 쉽게 말하면 테러인데 일반 테러와 달리 특별한 목적없이 단지 사람죽이는 것을 즐긴다는 점에서는 전형적인 싸이코패스다.

테러는 많은 사람이 희생된다는 측면에서는 엄청난 충격은 줄 수 있지만 막연한 감이 있고, 일반 싸이코패스 처럼 인간 내면에 잠재된 잔혹한 성향을 자극시키기는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때문에 범인과 형사간의 갈등 관계에 집중 투자 함으로서 결핍된 잔혹한 분위기를 강렬한 긴장감으로 메꾸게 된다.

이 소설에서도 범인이 수수께끼를 내고 시간 안에 답을 찾아야 인명을 구할 수가 있다는 설정을 두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수와 오판들을 통해 스릴과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뭔가 싱겁다. 독자들은 갈증을 느낀다. 작가도 이런 점을 처음부터 알고 의도적으로 끼워 넣은 것인지 아니면 소설을 쓰면서 중간에 깨달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폭탄 테러가 성공한 후 <루시엔>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 살인은 매우 개인적인 행위다. 살인자의 혈관속 피를 끓게하는 것, 살인자의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하는 것, 피해자의 눈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공포를 감지하고, 냄새를 맡으면서 음미하고, 그리고 소유하는 것...... 오늘밤 나는 어느때 보다도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죽였는데도 그런 감정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척추를 오르내리는 전율, 심장박동, 모공과 홍채의 확장, 전율 중 그 무엇도"

이러한 독백을 쓰고 난 후 작가는 전열을 가다듬어 방향을 개인전으로 바꾼다.

폭탄테러가 있고 난 후 여드레가 되었을때 <루시엔>은 이전의 불만족을 만회라도 하듯 특별한 희생 제물을 찾는다.

그리고 독자의 연민을 자극할 만한 친절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타겟으로 삼아 처참하고 섬뜩한 방식으로 여인을 살해함으로써 굶주렸던 마성을 충족하고 독자들이 아쉬워했던 원초적인 갈증을 해소시킨다.

하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이제 짜릿한 흥분과 광란이 뒤섞인 악마의 그림자는 서서히 주인공 형사 <헌터>와 그의 애인 <트레이시> 위에 드리운다.

다음 장면은 책 표지에 있는 장미 그림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다.

연쇄 살인범이 우연히 만난 주인공 형사의 애인을 멀리서 지켜보며 속삭인다.

"안녕 예쁜이, 당신을 알게되어 기쁘군 나의 아름다운 붉은 장미"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고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부추기는 <루시엔>의 피의 만찬은 이제 막판을 향해 본격적으로 치닫는다.

기대해도 괜찮을 것 같다.

마지막에는 반전의 맛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따금 묘한 기분이 올라왔다. 사람을 죽일 때 어떤 느낌이 들까, 소설의 범인처럼 죽이는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스릴을 느끼는 걸까.

정말 '죽음'에 강렬한 느낌을 주는 무언가가 있을까.

한 번 경험하면 또 하고 싶은 충동이 계속 일어날까.

책의 영향을 받은 건지 아니면 내 안에 싸이코 패스 경향이 있기 때문인지 전에 의식하지 못했던 검은 그림자가 내면 어디선가 꿈틀거렸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책을 제공받아 자율적인 환경에서 작성하였음을 알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