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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선생님, 죽지 마세요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3년 9월
평점 :
이 책은 자서전을 띤 에세이지만 내부고발서 같기도 하고 투병기 같다는 인상도 든다.
학교 안의 비리를 드러내는 이야기라 소설 <도가니> 분위기도 풍겼다.
하지만 도가니는 선이 악을 이기는 권선징악이 분명히 드러나는데 비해 이 책은 끝까지 악이 지배한다는 점이 다르다.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니 분노가 일어났다는 표현이 맞다.
제목부터 죽음이 묻어있다.
한이 맺힌 죽음은 다른 누군가를 숙주로 삼는다.
죽음을 품은 작가의 글에는 죽음이 흐르고 그것을 읽는 나도 희생자가 된다.
죽음의 사신은 내 안에 억압된 죽음을 깨우는 트리거가 되었다.
성격상 부당한 처사에 반항하지 못하고 매사 꾹꾹 참아온 작가의 심정이 나에게 전이 된다
작가가 교문앞에서 죽음을 꿈꾸던 사건은 죽음으로 항거하려 했던 나의 과거를 소환한다.
죽음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느껴질 때 압도하는 공포와 무력감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그녀는 움직이는 정신병동이었다. 죽음을 극복했지만 대신 온갖 정신병이 담겨있는 종합선물를 받았다.
죽음 외에는 완전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지구별의 운명인 것 같다.
작가는 일류대학 석사과정까지 마친 엘리트였다. 그때 석사는 지금 석사와 가치가 다르다.
그러매도 불구하고 그녀는 일생동안 단 한번도 행복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지금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은 앞으로 혹시나 행복을 맛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의 무력감과 좌절감이 물신 묻어나는 두 장면이 있다.
읽는 독자도 씁쓸하고 안타깝다.
첫번째는 작가가 스스로 좋은 교사는 못되더라도 반드시 옳은 교사는 되리라고 다짐하지만 추 후 그 결심이 무너지는 장면이다.
성격상 이런 자신을 수용할 수 없었던 그녀는 여우의 신포도 비유를 들면서 자신을 합리화 한다
작가는 자신의 고통이 고지식하고 원리원칙주의 때문이라 인정하고 사태를 융통성 있게 바라보기로 대쪽 같은 자기 자신과 타협한다.
두번째 장면은 어릴 때 읽었던 동화속 에서 보여준 해피엔딩은 현실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오히려 악이 승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녀는 이것 역시 받아들이기가 고통스러웠던지 이 과정을 거쳐야 어른이 된다고 자신을 설득한다.
이 책은 과거 선호하는 여성 배우자 직업 1순위였던 교직을 추락시킬 뿐 만 아니라 인생에서 행복은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서 나온다는 말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설 자리를 잃게 한다,
그리고 악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삶이란 희망고문과 같다는 서글픈 여운을 남긴다.
너무 극단적으로 해석 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렇게 쓰지 않으면 이 책에 나오는 에너지와 균형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긍정을 찾아야 한다면 갖은 것 없고 배운것 없고 더 이상 이번 생에서 기대할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잔인한 비교이기는 하지만.
이 책은 작가가 소설가라 그런지 문장이 매끄럽고 술술 잘 읽힌다. 단숨에 읽은 것 같다.
이 서평은 서평행사 때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