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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눈물엔 우산이 필요해
황리제 지음 / 창해 / 2023년 9월
평점 :
우리의 관념속에 시는 어렵고, 시인은 마치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이는 시가 다른 글과 달리 이해하기 힘 들 뿐만 아니라 쓰기도 어렵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황리제의 시는 다르다. 그녀는 시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심문하지 않으며 시를 구상하기 위해 어둠의 심연을 방황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입히는 시의 옷은 화려하거나 보기 드문 고급 용어가 아니라 주변에 널려있는 흔한 어휘들이다.
또한 그녀의 시 세계는 장벽이 없다. 때문에 장벽을 넘기 위해 지식이나 경험의 사다리가 필요 없고 장벽을 뚫기 위해 몰입의 드릴이 없어도 된다.
그저 눈이 가는 데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하늘이 보이고 바다가 보이고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시는 바람처럼 가볍고 노래처럼 흥겨우며 아메리카노처럼 깔끔하다.
그녀는 입 맞춤 보다는 눈 맞춤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을 더 좋아하고 상대가 준 사랑의 비극을 감사로 화답한다.
그래서 그녀의 시는 슬프거나 심각하지 않다. 그녀는 독자를 고독으로 몰고 가거나 희망 고문을 하거나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독자의 마음을 휘두르지 않는다.
그녀는 눈물의 의미를 분석하거나, 왜 우느냐고 왜 눈물이 그렇기 많냐고 다그치지 않고 단지 너의 눈물에는 우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녀의 시는 뒤 끝이 없다. 모든 것들을 털털 털어버린다. 마치 초월한 듯 때론 체념이라도 한 듯 콩콩이를 탄 아이처럼 뛰어 다니다가 어느순간 내 어깨에 올라
토닥거리기도 한다.
황리제의 시를 읽다 나도 모르게 문장에 음정을 붙여 흥얼 거리거나 랩처럼 읇기도 한다. 그녀의 시속에는 수 많은 음표가 날아다닌다.
그녀의 시는 사랑이 만드는 아픔들을 치료할 수 있는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어서
누군가가 그립거나 원망스러울 때 그녀의 시 한편을 골라 소리 내어 읽다보면 가슴이 뻥하고 뚫릴 것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책으로 자유롭게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