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다른 나

당신과 다른 나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9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포스트모던적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내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한번  읽었지만 그래도 개운치는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제목만 봐서는 남녀 사이에 있을 법한 갈등관계을 묘사해놓은 통속적 소설로  생각할 수 있는데  단순히 그런 세계관이나 가치관의 차이를 다루는 소설은 아니다.
그렇다고 전개구성이 스릴러 소설처럼 긴박감이 있고 몰입하게 만드는 구조도 아니다. 오히려 길을 잃고 헤메일 때 느끼는 산만하면서 혼란스러운 느낌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률적이며 일찍부터 결말을 예견할 수 있는 소설에 식상한 독자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두 사람의 작가가 각각 다른 이야기를 섞어서 진행하는 느낌을 주지만 결국은 하나로 통합된다. 그것은 현실의 나와 허구적인 나의 랑데뷰와 같다. 마치 나비꿈을 꾸고 있는 장자와 현실의 장자가 교차되는 지점에서 경험하는 인식론적 나와  존재론적 나의 조우이다.
누구나 도플갱어처럼 낯선 자신을 만나는 때가 있다.
여기에는 주종관계나 조건적관계가 아니다. 대상은 상대적이 독립적이다.
하지만 원래는자신의 것이었지만 스스로 밀어낸 소외된 자신의 인격일 수 있다. 인정되지 못한 그래서 추방된 나는 허구적 세계속에서 존재한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 속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자신을 많이 닮았다고 한다. 자기이면서 자기가 아닌 모순적 설정은 현실의 한계상황에서  허구라는 세계속으로 자신을 도피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소설가와 배우는 자신안에 갇혀 있는 인격들을 배출하려는 끊임없는 시도를 한다. 비록 허구적 인물이지만 사실 그 세계속에서는 실제 인물이 된다. 이러한 작업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무의식적인 방어수단으로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사실 자신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기수행의 기본도 자신을 아는 일이다.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절대적 기준도 진리도 없는 이 시대에 해방을 맞이한 또 다른 의식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나를 불러내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이상한 현상이 아님을 읽을수록 신뢰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제공한다.
그런면에서 타자의 세계속에서 자신을 탐구하거나 포스트모던 작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읽을만한 흥미로운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세계미래보고서

세계미래보고서 2020 - 세계적인 미래연구기구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2020 대전망!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이희령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0월

문명의 진보는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안목을 지니고 있는 것은 인류발전에 동참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 과학의 발전 단계는 일반인의 상식적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과거의 진부한 생각은 삶을 비효율적으로 만들며 낙후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전에 생명 나눔 운동 본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장기기증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뇌사 판정이 되면 신체 및 각막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로 약정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의학은 이미 인체의 장기를 부분적으로 배양하여 교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물론 윤리적인 문제들을 동반하고 있지만 노후 된 신체 보다는 새로운 장기를 이식한다는 것은 기증받는 자의 입장에서 볼 때 훨씬 건설적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장기기증과 이식에 대한 생각과 인프라는 매우 진부한 구조에 머물게 될 수 밖에 없다. 본서는 이러한 인간의 앞선 상황에 대한 정보들을 통해 효과적인 삶을 계획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책의 전개는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쉽게 서술되어 있다. 아마도 한국인 공동저자 때문으로 보여진다.번역도 매끄럽게 잘 되어 있는 것 같다. 다만 생소한 과학용어나 최첨단 기술에 관한 어휘들은 문장해독에 걸림돌이 되지만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읽어 가면 어렵지 않게 읽어 갈 수 있다.

내용은 각장별로 최근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전개 될 방향도 함께 짚어주고 있으며 대체로 미래에 변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인류의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은 통제할 수 없는 어둠을 동반하고는 있지만 저자들이 보는 인류미래의 그림은 대체로 밝게 묘사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맨 마지막7장 [15대 글로벌 도전과제와 그 대안들]은 앞부분을 반복한다는 느낌도 들고(다른 부분이 많이 있지만) 또 그 대안들이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어서 마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붙여놓은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읽었고 미래에 대해 좀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된 것은큰 수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래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장기적인 안목과 효율적인 삶을 선택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21세기 평화와 종교를 말한다

21세기 평화와 종교를 말한다
하비 콕스.이케다 다이사쿠 지음 / 조선뉴스프레스 / 2019년 9월

젊은 시절 기독교에 심취해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내가 믿는 신앙 외에 다른 종교는 다 쓸데 없는 무지한 집단으로 생각 했었다.

지금은 좀 다른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그 계기가 되었던 것은 타자로 향한 인식의 전환이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고 말할 수 없듯이 내 종교만 구원이 있고 너의 종교는 빈껍데기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오늘날 많은 종교전쟁은 이렇게 자신의 것에만 몰입하고 타인의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믿음이 강할수록 자기의 것을 강요하게 되면 충돌은 피할 수가 없다. 이와 같은 경향은 종교가 갖고 있는 평화와 행복의 근본적인 이상을 깨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본 저서는 종교계의 출중한 두 인물이 서로 대담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한분은 <세속도시>로 기독교계 대부인 하비콕스이고 또 한분은 세계평화를 이념으로하는 불교계의 <국제창가학회> 회장인 이케다 다이사쿠이다.본서는 비록 종교인들의 이야기지만 내용은 구태연한 경전이나 신앙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다시말해 형이상학적인 이론이나 철학적인 논제가 아닌 현실적인 문제들을 거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두 사람 사이의 공통된 가치관을 형성하고 이 세계가 처하고 있는 문제들에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종교가 이론과 사상과 매달리면 투쟁모드로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모습으로 경험되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하지만 여기에 갖추어야 할 덕이 있다. 그것은 관용이다. 두 작가는 제6장 '생명존엄과 핵 폐기를 위한 길'에서 '관용'에 대해 매우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21세기에 요구되는 종교의 역할임은 서로가 공감하고 있다.이와같은 관용이 편만해지 위해서는 우선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다음 7장에서 새로운 시대에서는 각 종교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훌륭한 수단임을 역설한다.

오늘날 종교의 영향력은 많이 미약해 졌다. 하지만 종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문명은 발달해도 종교는 여전히 살아서 사회의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종교가 건강하게 자기의 역할을 맡을 때 이 사회는 더욱 평화롭게 발전 할 것이라 기대된다.본 서는 생각보다는 쉽게 읽혀졌다. 복잡한 이론보다는 실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종교에 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통찰명상

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 명상 - 삶의 불만족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에 이르는 길
조셉 골드스타인 지음, 이재석 옮김 / 마음친구 / 2019년 8월

명상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고 대중화 된 일도 수십년이 되었다. 지금도 명상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관련기업도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때 스티브잡스가 명상을 했다는 일상이 전해지면서 명상의 인기가 급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명상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다양한 영역에 그 파급력이 증명되었고 개인과 집단에 긍정적인 효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계도 명상관련 서적을 앞다투며 내놓아 시중에는 관련된 책자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이 책도 그 중에 하나라고 보여진다.

명상은 크게 집중명상과 마음챙김명상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책은 후자에 속해 있다. 집중명상이 어떤 특정 대상을 집중하는 것이라면 마음챙김명상은 현재 마음에 일어나는 현상을 집착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이다. 책 제목은 '통찰명상' 이라고 명명지만 불교에 바탕을 둔 마음챙김명상이고 때문에 특정부분은 타종교인에게 이질감을 줄 수가 있으나 중심에서 벗어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이 책이 타 명상서적에 비해 차별화된 점은 실천적 입장에서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서적과 비슷한 내용도 담고 있지만 어떤 방법을 제시하기보다는 명상을 수행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실제적인 내용들에 관해 다루고 있어 효과적인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예를들어 p129에보면 '판단하는 마음과 맺는 관계를 변화시키는 방법 세가지를 소개합니다. 이중 두가지는 내가 직접 알아낸 방법입니다. 아마 불교경전을 뒤져도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개인적 경험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래동안 명상을 수행하면서 직접경험하거나 가르침을 통해 수련자들에게 나타나는 공통된 문제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성을 제공해 준다. 또한 명상을 방해하거나 부정적인 요소들에 대해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저자가 체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명상 수련자들에게 실제적인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술사연대기

미술사 연대기 -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과 위대한 미술의 만남
이언 자체크 엮음, 이기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9월

미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공존해 왔다. 따라서 역사와 분리된 미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의 특징은 기존의 미술사들이 미술운동 및 사조 중심으로 기록한데 비해 년도에 따라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집자는 미술과 역사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에 주안점을 두고 미술사를 전개하고 있는데 책의 하단은  마치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시간 열차가 연대표를 붙이고 당시의 큰 사건과 대표적인 미술작품을 매달고 달리고 있어 시간의 흐름 속에 미술의 변천과정을 슬라이드 보듯 감상할 수가 있다.

서술방식이 역사적인 토대 위에 미술을 엮는 방식이다 보니 객관적이며 균형 있게 구성되어있고 이론과 사상의 깊이보다는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또한  작가의 작품성 보다는 시대적 배열에 중점을 두다보니 인기 있는 작가와 작품들에게 많은 지면을 할애했던 기존 미술사와 달리 다른 작품들에게도 균등하게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고흐나 피카소의 작품을 많이 감상하려고 기대하면 실망하게 된다. 두 작가의 작품은 각각 대표작 한 점씩만 배치된다.  하지만 대가에 치여 간과되었던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눈요기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상쇄된다.

아쉬운 점은 미술의 발달과정이 이야기 중심이 아니라 연대중심이고 작품해설 역시 형식에  맞추다보니 백과사전과 같은 딱딱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하지만 인내하면서 완독하고 나면  미술사와 세계사를 동시에 섭렵하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머리 속에 뒤섞여 있는 그림들을 시대별로 구획정리할  수 있다는 점과 필요에 따라찾아 볼 수 있도록 왼쪽 상단에 구간별로 연도가 적혀있어 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소장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