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평점 :
<월든>을 구입한지는 꽤 되었지만 아직도 진행중이다.
오래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시도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도 다 읽지 못하고 반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명 고전 명작은 맞는데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지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이 그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저자 역시 오래전부터 월든을 읽기 시작했지만 매번 완독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월든이 다정하고 친밀하게 다가왔다고 했는데 마음에 진정한 고독을 느꼈을 때 라고 한다.
소로가 추구했던 고독은 염세적이고 고독사로 이어지는 고독이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게하는 고독이었다. 소로가 월든 호수가에 홀로 지내며 느꼈던 고독이 바로 이것이다. 정여울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소외된 자의 고독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붐비는 고독' 이었다.
참된 고독은 인간의 타고난 자연의 성품을 드러난다. 소로는 우리 안에 깃든 자연적 정서를 깨워 값진 고독의 세계로 인도하며 이 때 비로소 월든은 한 없는 매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한국 남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tv프로그램이 '나는 자연인이다' 이라고 한다. 인간의 마음속에 잃어버린 야생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월든과 비슷하다.
하지만 자연을 벗으로 삼느냐 아니면 은둔의 도구로 삼느냐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소로에 대한 일부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을 걷어내고 싶은 소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세상과 결별한 은둔주의 작가로 인식된 소로의 이미지이다.
사실 소로는 자연을 찾아 인간을 떠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그는 흑인해방과 인디언 보호를 위해 힘썼고 월든 호수가에 살때도 오두막집을 개방하여 누구나 방문할 수 있게 했다.
작가는 소로에 대한 많은 공감과 애정을 지니고 있지만 그 중에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는' 소로의 의지에 가장 큰 감동과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본래의 삶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월든은 참된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고 있다고 작가는 대변한다.
정여울의 월든은 소로가 쓴 월든의 엄격하고 밋밋한 문장들을 부드럽고 화려하게 채색했다.
때문에 쉽게 빠져든다. 읽다가 활자가 뻑뻑해지면 사진이 등장한다. 옛날 소로가 활동했던 호수 주변이 눈부시게 펼쳐진다. 울창한 숲, 청명한 하늘, 반짝이는 수면의 사진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월든을 완독하고 싶지만 매번 중도하차한 독자들에게 이책은 훌륭한 매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정여울 작가의 삶의 일상을 월든이라는 틀로 재구성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이 들 때까지 월든이 했을 법한 생각과 행동들을 상상하면서 직접 일상에서 체험해 본다.
그녀는 월든에서 배운 삶의 지혜를 '생활은 간결하게 자연은 풍요롭게' 라는 짧은 문장으로 요약한다.
이 공식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월든을 읽고 있으면 희망이 나를 향해 바스락 바스락 나뭇잎 밟는 소리를 내며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독자들 역시 정여울의 월든 <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온도를 찾다> 을 읽고 소로의 월든을 다시 보게 된다면 아마 이런 고백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독자의 관점에서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