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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의 전환 - 상상, 감정, 직관을 활용하는 건설적 사고
바바라 J. 세이어베이컨 지음, 김아영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3월
평점 :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판적 사고라는 도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명이 진화하면서 비판적 사고에 묵인되어진 편견이 드러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비판적 사고에 대한 개선 운동이 진행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에서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퀼팅비 은유이다.
퀼팅비는 한곳에 모여 하나의 퀼트작업을 하는 공동체이다.
작가는 퀼팅에 사용되는 가위나 실등 여러가지 도구들을 상상, 감정, 직관 등 다양한 인간 기능에 비유하여 이것들을 비판적 사고의 과정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p20)
퀼팅비은유는 그의 철학적 배경에서 나왔는데 그는 자신의 인식론을 '관계적 인식론'이라 불렀다. 이는 사회적 존재, 생각, 결과간의 상호적 연계성을 중요하게 여긴다(29)
작가는 비판적 사고가 편견을 지니게 된 것은 이러한 문화적 구조로부터 인간을 제외시켰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를 통합하려는 의도로 퀼팅비은유를 구상했다고 한다.
작가가 비판적 사고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 것은 학교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자신의 제자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월등한 성과를 나타낸 결과를 분석한 끝에 학생들이 건설적으로 사유하도록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비판적 사고전환의 계기를 마련한다.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작가는 오늘날 기존의 비판적 사고가 서양철학의 뿌리가 된 플라톤과 이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 출발했음을 주장하며 원인과 분석작업에 힘을 쏟는다.
이들의 이원론은 세상을 정신과 육체, 경험과 지식, 존재와 앎 등으로 분리시킴에 따라 남성을 상징하는 이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상상,감정,직관도 함께 나누어지게 되었다고 개탄한다.
육체보다는 정신을 여성보다는 남성을 중심으로 보았던 전통철학은 비판적사고 역시 이성만을 중시한 남성중심의 관점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 관점이 비판적 사고에 끼친 영향과 폐해에 대해 설명하고 그 대안으로서 건설적인 사고를 구축해야한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작가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건설적 사고의 자원들을 찾아내는데 있어서 고전적 실용주의에서는 주로 퍼스와 듀이의 사상에서 그리고 현대철학에서는 에니스,맥펙, 립맨의 이론들을 참조하고 폴의 강한 의미의 비판적 사고에서 틀을 마련한다.
이러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갖었던 기준은 포괄적 인식모델이었다.
다원주의를 수용했던 이유도 인간의 제한적 관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인류애적 마인드를 지녔기 때문이다.
2부 여성주의적 관점 구축에서는 남성의 관점은 배제한 채 오로지 여성적 관점에서 비판적 사고를 구축해 간다.
그것은 그동안 모성행위를 정의하고 명명하는 것 조차도 남성들이 주도해온 학계체제에 대한 불신과 반발감도 작용한 듯 싶다.
여기에서는 그동안 무시되어 왔던 감정을 새롭게 발견하고 비판적 사고에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과 상상,직관,추론과 같은 다른 도구들도 비판적 사고에 사용되어야한다는 점을 많은 여성학자들의 이론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3부에서는 처음에 소개했던 자신의 몬테소리 학급과 여기에 적용했던 건설적 사고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퀄팅비은유로 돌아온다.
퀼팅은 협동을 중시한다. 때문에 의사소통과 관계맺음 기술에 대해서도 강조하면서 인식주체가 지식을 구축하는 방식에도 관심을 가져한다고 주장하면서 건설적 사고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파하면서 책을 마무리 한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비판적 사고에 관한 다양한 기존의 이론들을 다 다루고 있을 뿐 만아니라 현대적 관점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비판적 사고의 도구였던 이성만을 가지고 세상을 재단하면 공평한 작업을 할 수는 있지만 공정한 시선을 갖을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이 가진 상상, 감정, 직관등의 다양한 도구들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작가가 여성주의적 관점을 강조한 것도 그동안 유럽사회가 남성적 기능의 이성을 중시했기 때문에 성차별과 같은 편향이 생겼다고 보고 상상,이나 감정, 직관 같은 여성적인 경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어쩌면 인류가 오랜 투쟁의 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인간 사회체계가 남성주의 사고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남녀를 떠나 인간은 모두 본성상 이기적 존재이기 때문에 투쟁이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대규모 학살이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남성의 지배적이고 분열적인 성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만약 역사의 주도권이 여성에게 있고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철학과 과학이 구성되었다면 세계는 좀 더 평화로운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추정해 본다.
이 책은 기존의 비판적 사고가 이 사회에 미치는 문제들을 고발하고 이를 전환하고자하는 작가의 노력이 담겨있다.
역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은 교육현장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뿐 만 아니라 우리의 사유체계를 비판적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물속에 있는 물고기들이 물을 의식하지 못하듯 세계가 남성주의 체제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여자든 남자든 그것을 의식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의식을 깨우치는 도구가 아닌가 싶다.
책이 그리 쉽지는 않다. 책 표지에 있는 꽃모양의 퀼트만 보고 접근한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사고의 전환을 마련할 수 있는 있는 다양한 이론들이 많이 실려있어 관심있는 독자라면 한 번 정독해볼만 하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자유롭게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