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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인문학과 과학을 잘 비벼놓은 비빕밥과 같다.
두개의 다른 분야가 서로 결합하여 좋은 결과물을 형성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인문학쪽에 포인트를 더 두게 된다.
과학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저자의 열망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일반인의 눈에도 인간은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한 존재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사람들에게 인간은 아마도 외계인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어린 시절 사람들의 행동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엄마에게 '인간 사용 설명서'는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세상을 이해하려는 저자의 열정은 과학이라는 도구를 만나게 되면서 꽃을 피웠다.
저자는 생물화학을 전공했지만 관련된 다양한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을 통찰하고 행동방식을 연구했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노력의 산물이라 보여진다.
1장은 머신러닝의 개념을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 방식에 관해 이야기한다. 하나는 상자속에서 생각하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나무처럼 생각하는 방식이다.
자폐인의 특성이 상자속에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저자는 우리가 나무처럼 생각해야만 우리주변의 복잡성을 반영할 수 있고 동시에 회복할 수 있도록 기회도 주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2장에서는 체내에서 단백질의 역할과 활동방식을 MBTI 에 접목시켜 인간의 행동 스타일을 진단한다. 단백질이 인간과 다른 점이라면 그들은 서로 질투하지 않으며, 다른 역할을 탐내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단백질에서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교훈은 타인과 원활한 상호작용이다. 이를 위해 서로가 다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있어서 진실한 성격을 부인하거나 숨기지말고 이를 수용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장은 열역학이라는 엔트로피 법칙에 입각해서 인간관계를 분석하는 부분이다.
상대방의 질서구조는 경험,선호도,뿌리깊은 습관이라는 여러층에서 진화한 섬세한 걸작이므로 이러한 틀을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감정,환경,생활방식의 균형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의 구조와 상대의 구조를 파악하여 이 둘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 균형잡힌 삶의 열쇠라고 한다.
4장은 두려움을 다룬다. 작가는 빛을 눈을 멀게하는 공포에 비유하면서 두려워 회피하기보다는 굴절시켜 경이로운 무지개 색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자폐자인 저자는 사람들과의 눈을 마주보는 공포에 맞서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소중한 인간관계를 거의 잃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5장은 파동의 관점에서 인간의 성격,관계,감정을 분석한다.
저자는 파동이 다른 파동과 만나 상호작용을 하는 '간섭'과 외부의 힘이 파동 패턴에 미치는 영향인 '공명' 이라는 두가지 개념을 소개한다.
간섭은 상승시키는 보강간섭, 소멸시키는 상쇄간섭으로 분류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둘을 나누는 핵심은 타이밍이고
바로 이 타이밍이 공명의 필수요소라 한다.
마음이 통하는 상대는 보강간섭이고 피곤하게 만드는 대상은 상쇄간섭이 된다. 저자는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파동을 잘 활용하여 유익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한다.
6장은 분자동역학을 배경으로 집단과 개인의 역학관계를 연구한다.
분자역동학은 시간에 따라 분자가 역장을 움직여 나가는 방식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자폐자인 저자는 외출하기를 꺼려했고 군중을 두려워 했다. 그들에게 휩쓸려 버릴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집단속에 개인의 움직임을 연구했고 이를 분자동역학에 연계하여 인간은 집단 속에서 개성과 순응의 적절한 태도를 만들어 간다는 법칙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을 뿐만 아니라 타인과 연결하여 독특한 것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7장은 양자역학 논리로 들여다본 포지션사고와 모멘텀사고를 비교한다.
저자는 양자역학에서 위치와 운동은 동시에 확인하기가 불가능한 것처럼 현재를 즐기는 것과 미래를 계획하는 것 역시 두가지를 모두 챙기수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이를 해결하기위한 방안으로 네트워크 이론을 제시하는데 독자 입장에서 이해하기는 좀 어려웠다.
저자는 경사하강법을 통해 삶의 네트워크를 탐색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설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8장은 진화론을 바탕으로 공감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저자는 동료인간들의 변덕을 이해하고 예측해서 반응하는 일은 가장 어려운 일 중에 하나라고 고백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진화생물학 지식을 이용해서 서로의 차이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확인 해야 한다고 한다.
방법론으로는 베이즈 정리와 퍼지논리를 소개한다.
9장은 화학결합의 구조를 토대로 인간관계의 형성을 논한다.
화학결합은 전자의 교환이며 다른 원자와 결합하여 더 안정적인 구조물로 진화하듯 인간관계도 비슷한 구조를 지닌다고 한다.
크게 두가지 주요결합이 있는데 첫째는 공유결합으로 삶에서 공동의 합의와 공유하는 원칙 및 가치를 토대로 연대감을 오래 지속시키고 극적인 사건이나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결합이고, 둘째는 주고 받기에 더 크게 의존하는 이온결합이 있다고 한다.
이온결합은 역동적이고 극적이지만 공유결합보다 결속력이 강하다고 한다.
10장은 기억에 관한 글이다. 기억은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이 된다.
기억에 관련된 착상은 저자가 딥러닝을 공부라면서 발견한 피이드백 원리다.
저자는 인간이 컴퓨터처럼 원치 않는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다시 배울 수 없기에 피이드백을 통해 정신적 환경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성피이드백은 장려하고 음성피이드백은 감소시켜야 한다고 한다.
마지막 11장은 인간처럼 행동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자폐인에게 또 하나의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는 예의범절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가지아이템을 소개한다. 에이전트기반 모델링과 게임이론 그리고 상동성이다.
에이전트기반 모델링이 인간관계의 묵시적인 예의범절을 이해할 수 있게 돕는방법이라면 게임이론은 이후 상대와의 관계속에서 취해야 할 결정을 조정하는 기술이고, 상동성은 서로 다른 정보에서 연관성이나 유사점을 모델링하는 방법이다.
여기까지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작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ADHD 장애까지 이중으로 겪고 있는 환자이다.
이 책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관점에서 인간이해하고자 고군분투한 노력의 일환이다.
때문에 같은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겠지만 일반인에게도 인간관계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 볼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을 준다.
부가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ADHD 장애인들에 내적 세계를 보다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 관련된 면밀한 지식들을 얻을 수 있었기에 자폐인을 이해하기 위한 서적으로도 훌륭한 가치가 있다.
모든 이야기들이 장애 당사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을 토대로 썼기 때문에 훨신 실감있게 다가왔다.
저자는 인간처럼 행동하려는 자신의 모든 노력은 실패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실패가 있었기에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당신의 다름을 악마 취급하지말고 타고난 초능력으로 차이를 수용하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라고.
자폐장애자들의 부모나 관련된 사람들그리고 모든 일반인들이 참고할만한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이 서평은 출판의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책으로 자율적인 환경에서 작성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