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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오키나와 ㅣ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3
김민주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코로나 이후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라면 답답함을 느끼다 못해 자포자기(?)한 마음상태에 달한 요즘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니 조만간 다시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하는 모양이라 눈이 여기저기 돌아가기 시작하게 되는데요, 마침 오키나와 여행기라는 이 책을 보게 되네요. 여행의 대리만족과 앞으로의 계획을 동시에 생각해보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오키나와를 다녀온 것이 벌써 4년이 넘었는데요, 저자분이 무려 한달 이상 있었던 것에 비하면 4박 5일 정도의 경험이라 보고 들은 것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겠고 특히 일본어가 가능한 저자분과는 밀도에서 더 큰 차이가 날 것입니다만, 그래도 한번 다녀온 곳이다 보니 훨씬 더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추억을 돌이켜보자면 홀로 떠난 여행이고 책에도 나오듯 오키나와가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이 아닌지라 국제 거리 쪽에서 오래 머무른 편이었습니다.
거기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이 무엇이었냐면 바로 음식이었습니다.
숙소 근처에 일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포차 내지 바 분위기의 식당에서 메뉴판에 있는 음식 중 눈에 띄는 것을 적당히 시켜보았었는데 이게 너무나! 맛있는 겁니다. 여행가서 먹은 음식 중 제 입맛에 가장 맞았고 다시 한번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조리법과 요리 재료의 차이었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하게 되는데요, 오키나와에 한번 더 가게 된다면 꼭 다시 가보려고 구글맵에도 저장해두었네요. 여행에서는 역시 식도락이 빠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오키나와를 가보자 마음 먹은 이유 중의 하나는 그곳이 아열대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본토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고 태평양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다고 들었거든요. 실제로 바다는 원없이 보고 온 듯한 기억입니다. 버스투어를 이용해서 츄미우리 수족관에 갔을 때 그 엄청난 규모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큰 물고기가 아무리 넓다한들 이런 수족관 물 안에서 갑갑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살짝 마음이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저자분도 그런 언급을 하시는데요,
동물원의 '부자연스러움'만큼은 아니라도 '수족관'의 부자연스러움도 공감대를 가지게 되는 시대로 넘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인공적일지언정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주는 위안이 얼마나 큰지 인정하면서도, 또 스스로도 그것을 즐겼을지언정 고민해가며 조금씩 변화시켜가야 하는 부분임에는 틀림없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버스투어가 마무리되면서 국제도시로 돌아오던 중 둘러볼만하겠다 싶은 생각이 딱 드는 모습에 인상이 남아 홀로 버스에서 내려 하룻밤 더 묵었던 곳이 국제도시였네요. 미군주둔지였던 오키나와의 모습을 잘 엿볼 수 있는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빼고서라도, 퓨전(?)된 분위기가 첫눈에 흥미로운 곳이었어요.
관람차 위에서 야경을 내려다보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느 도시나 그렇지만 밤의 네온사인이 주는 감흥이 여행자에게는 더욱 강하게 작동하게 되지 않나 싶어요. 처음으로 다다미방에 숙소를 잡았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아침에 제법 쌀쌀해지고 방음 기능이 제로라 다소 잠을 자기 쉽지는 않았던 기억도 떠올라 버립니다만;;
미군 주둔뿐 아니라 고대 류큐와 일본 본토의 문제까지 들여다보게 되면 외부자의 눈에도 오키나와의 역사는 상당히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제도시에 머물 때애 오키나와 박물관에 방문하면서 느꼈던 인상을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음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 박물관이었습니다.
현립 박물관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굉장했고 그 안의 유물을 따라가다 보면 오키나와 사람들이 류큐인으로써의 역사를 보존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절로 느끼게 됩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가해자는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잊겠지 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어요. 하지만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쉽게 잊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죠. 물론 저자가 인용한 쇼고 씨의 말을 통해서도 사람마다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점을 떠올리게 되고 필리핀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에 대해 들어본 경험 등을 통해서도 역사의 가해 피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앞일을 방향짓느냐는-특히 외부의 입장에서는-쉽게 가늠짓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가해의 입장에 선 사람이라면, 그것을 반성할 필요 내지 의무를 가지고 있다면, 늘 상대편의 입장에 서서 진지함과 경건함을 가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원론적인 생각은 바뀌지 않네요.
책 안에 동봉된 예쁜 카드는 교토를 소개하고 있었는데요, 가본 곳이 도쿄, 오키나와, 그리고 오사카와 묶어 쿄토 뿐인 저이지만 이 중에서도 오키나와와 교토는 워낙 좋은 인상으로 다녀온 곳이라 꼭 다시 가보고 싶어지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코로나가 아니라도 한일 간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맘편히 여행을 가기는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네요..
어떻든지 작가의 체험담에 나의 경험을 씌워가며 마음으로나마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입니다. 이런 맛에 여행 에세이를 읽게 되지 않나 싶어요.
*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