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청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청소년 소설이라 할 수 있겠지만, 청소년 소설이라기엔 좀 기괴한 면이 있기도 하고, 성인이 읽기에도 전혀 유치하지 않다. 다른 구병모작가님 책보다 좀더 읽기 쉽게 되어있지만, 여전히 가슴에 박히는 주옥같은 말들과 표현이 너무 좋다.

˝사람들이 마법의 과자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건 당장의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필요보다는 대체로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문제 때문. 과열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가득 담은 풍선만큼이나 끝없기 상승할 수 있다. 감정과 풍선의 공통점은 비가시권의 높이에서 제풀에 폭발해버린다는 것.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넷줄이나 위로 튀어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나 건조하고 절망적인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까지 밖에 오르지 못하며, 땅이 잡아당기는 힘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화되면 딱 좋을만한 스토리. 주란이 부잣집 사모님임에도 전업주부인 것, 남편에게 항상 가스라이팅 당하는 점들로 인해 자격지심 있고 피해의식 있는 게 상당히 현실적이었음. 떡밥을 모두 회수 못하고 약간 애매하게 결말이 난 감이 있지만, 챕터를 날짜로 구분하고 주란과 상은의 시점을 넘나드는게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후루룩 읽어내려갈 수 있을만큼 흡입력이 있다.
우선 노인&여성&킬러를 조합한 점이 신선했다. 하지만 읽어내려가면서 어떻게 저런 섬세한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킬러가 됐지 싶어 갸우뚱했다. 심지어 청부살인이라는 건 일체의 감성도 갖지 않아야 가능한 일 같은데, 저렇게 인간적인 사람이 그동안 그렇게 완벽하게 일을 해냈다고? 나이가 들면서 그녀에게도 연민과 같은 인간적 감정이 생기는 과정을 그렸지만, 실은 그녀가 원래부터 냉혈한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류를 사랑했던 시절이 그랬고, 투우 부친의 살인을 위해 가정부로 일하면서도 투우에게 꼬박꼬박 약을 챙겨주던 모습이 그렇다. 그때 그녀는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단순히 완벽한 미션완수를 위함이었을까?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감정들을 꾹꾹 묻어둔채 원래 없었던 것으로 하고 살인기계마냥 살아온 그녀의 삶을 다시 생각하자니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우듬지 끝자락에 잘 띄지는 않으나 어느새 새로 돋아난 속잎같은, 심장에 가둬놓은 아리도록 달큰하고 질척이는 복숭아의 넥타˝를 느낀 그녀가 어딘가 마음을 시큰하게 한다.

마지막 즈음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며 네일샵 원장이 막내직원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 인상깊다.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잘난듯 싶었던 이 막내의 유일한 장점이 타인의 불행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라면 데리고 있으면서 쓸 만하게 키워보아도되겠다고, 애써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잘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1.
“무시를 당하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쳐들며, 미소나 칭찬과 마주치면 어느새 역전이 이루어진다. 혹시 남의 애정 덕분에 우리 자신을 견디고 사는 것은 아닐까?”

원래는 책을 대여해서 읽었었는데 책의 첫 부분, 불안의 원인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은 꼭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면서도 누구나 남에게 인정받고 싶고, 모욕받기 싫은 특성이 있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콕 찔렀다. 요즘 세상살이가 팍팍해질 수록 다들 이런 말을 한다. “마이웨이로 살아라. 남들 시선 신경 쓰지 말아라. 누가 뭐라든 너 자신을 사랑해라”. 참 좋은 말이고 마음에 새길 만한 이야기지만, 생각만큼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냥 남들 시선을 무시하자! 라고 해서 무시가 되는게 아니지 않나. 게다가 이런 말을 들으면 남들은 흔들리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데, 나만 매번 남들의 사소한 말과 시선에 감정이 휘둘리고 사는 건지 자괴감을 가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초반에 내 감정을 정확하게 꿰뚫어보듯 내 심리를 기술한 것을 보니 내가 유난히 나약한 사람이 아니고 어쩌면 사람의 본질이라는게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새삼 위로를 받았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날 때부터 자신의 가치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괴로워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이 우리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느낌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된다.”

2.
심지어 책 목록을 보니 원인 뿐 아니라 <해결방법>을 제시해주기까지 한다. 이 책은 바로 나를 위한 책이었구나! 하며 해결책을 기대하며 술술 읽어내려갔다. <불안>이 베스트셀러인 것도 현대인들이 만성적인 불안에 시달리며 혹시나 이책이 내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집어 든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알랭드보통의 책이 그렇듯 사실 여타 다른 자기계발서와 같은 종류의 책은 아니다. 책을 많이 읽고, 잠을 많이 자고, 명상을 많이 하여 자기 중심을 찾자, 와 같은 식상한 해결방법을 말하지는 않는다. 대신, 철학부터 보헤미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의 통찰을 선사해준다. 이 덕분에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다시 고민하게 했고, 예전에는 스쳐지나갔던 개념들도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다시금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알랭드보통의 깊고 넓은 통찰에 파묻혀 어느 순간부터 글이 더디게 읽혔다는 점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중반부터는 지루하다. 덕분에 한참 전에 시작했던 책이었는데 오늘에서야 겨우겨우 완독을 했다.

그럼에도 앞서 말했듯 그의 통찰은 확실히 나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주었다.

3.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예술 파트에서 ‘비극’ 작품을 다루는 부분이었다. 최근에 <더리더:책 읽어주는 남자>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나치 시절 유대인 수감자들을 감시하던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전범자를 단순히 범죄자나 악인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문맹이었던 점 등 살아왔던 모습들을 보여주며 시청자로 하여금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한다. 항상 이런 스토리를 볼 때마다 어떤식으로 받아들여야할지 고민스러웠다. 범죄에 대해서 전혀 무지하고 어떤 것이 부끄러운지도 몰랐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죄에 대해서 깨달았기 때문에 안타까운 시선으로 봐줘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녀 때문에 생긴 수많은 피해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냉정하게 판단해야하는 것인지. 영화도 그러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탄생했을 것이지만, 결국 당연하게도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아 이렇게 안타까운 경우도 있구나, 마음이 심란하다, 라는 느낌 외에는 다른 표현을 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이런 스토리의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비극은 실패나 패배에 대한 단순화된 관점을 버리게 하고, 우리 본성의 풍토병과 같은 우둔과 일탈을 너그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사람들이 비극 예술에 담긴 교훈을 받아들인 세계에서는 실패의 결과가 우리를 그렇게 심하게 짓누르지 않을 것이다.”

범죄를 단순한 실패에 비유하는 것은 큰 비약이 있지만, 판단의 실패, 무지로 악의 편에 서서 파멸의 인생을 살았다는 맥락에서 같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나치정권 주도자나 악의적 범죄 같은 것은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며, 이러한 경우는 절대 적용되지 못할 것이다.) 즉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영화나 이야기는 우리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 때,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중립추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고2 때 문학선생님께서 알려주셨던 글귀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데, 이 문장 또한 알랭드보통이 설명한 것과 같이 문학의 진정한 의미를 표현해준다.

“문학은 성공을 찬미하는 세계에 맞서 몰락의 의미를 사유하는 작업이다.”

4.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지위의 불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되, 어떤 집단에서, 어떤 가치관 아래에서 인정 받고 싶은 것인지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결정해야할 것이다. 단순히 다수가 생각하는 가치관이 내 삶을 휘둘리게 하는 건, 내 존재의 이유를 흐리게 만들 것이다. 누구나 꿈꾸는 “의미있고 행복한 삶”의 시작을 어디서부터 해야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단, 이 책을 읽는 목적인 킬링타임용으로써는 아주 좋은 책이다. 술술 읽어 내려가기 쉬운 문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가 그렇다. 결말을 궁금하게 만들어 뚝딱 읽기에 좋은 책이다. 그러나 소재도 그렇고, 반전도 그렇고 읽고나면 꽤나 실망스럽다. 일일드라마에 나올 법한 막장요소(출생의 비밀 등)는 그렇다 쳐도, 설득력이 부족한 개연성은.. 그냥 흐린 눈으로 지나쳐야 한다. 동성의 사랑은 좋은데, 굳~이 굳이 고등학생 빙카의 아이를 낳고 싶어했던 알렉시도 억지스럽고, 아무리 돈과 가족으로 협박을 했기로서니 애를 한순간에 죽여놓고 미화되는 안나벨도 어이없다.. 심지어 새파란 어린 여자애랑 바람핀 토마 아버지도 마지막에는 눈물나는 부성애로 미화됨. 결정적으로 주인공인 토마도 순간적으로 이성 잃고 무고한 사람 때려 죽이고선 멀쩡하게 살아가는 살인자인데, 주인공이라고 이 사람을 응원하게 되는 내 시점도 좀 웃기게 느껴진다. 생죽음 당한 남자 알렉시한테 감정이입되는 순간 주인공이 아주 꼴불견이 되어버리는 효과. 빙카를 표현하는 방식 조차도 썩 유쾌하지 않았고, 이것저것 따지자면 할 말이 많지만 아무튼 재미있게 후루룩 읽었으니 그걸로 된 것 같기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