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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외향적인 것이 이상적인 것이다’ 라는 우리의 통념에 반박을 가하는 책이다. 외향적이라고 무조건 우월하고, 내향적이라고 무조건 열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통계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설명해준다.
한 때 나는 내가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믿으며 살았을 때가 있었다. 대학생 때 성격 검사를 할 때였나, 언젠가 나는 당연히 내가 활발하고 밝은 성격이라고 말했는데, 친구가 너가 외향적이라고? 하며 반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성인이 되어서야 내가 내향적인 축에 속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니, 인정을 하게 되었다. 외향성과 내향성이라는게 이분법적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지만, 아무튼 나는 어렸을 때부터 확실히 내향적인 기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외향적 이상’ 때문에 외향적인 것이 좋은 것이라 믿었고, 이왕이면 좋은 쪽에 속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내가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살았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걸 확실하게 인지하고 인정하며 살아오게 되었으나 외향성에 대한 동경은 가지고 살아왔던 것 같다. 소심하고 쉽게 상처받는 성격탓에 스스로를 탓할 때도 많았고, 내향적인 성격을 어느정도 ‘고쳐야 한다’ 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콰이어트>는 마치 나를 위해 쓰여진 책 같다고 느껴졌다.
실제로 읽으면서 내가 ‘내향적인 사람’의 축에 가깝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분명 내향적인 사람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을 텐데, 내향적인 사람을 설명하는 것들이 내 성격과 아주 유사했다. 섬세한(외부 반응에 예민한) 사람들의 70퍼센트가 내향적이라고 하는데, 나는 섬세하면서 내향적인 사람의 편에 속하는 듯 했다. 물질적, 쾌락적인 것보다 철학적이나 영적인 성향이 강하고 / 잡담을 싫어하고 / 자신에게 들어온 정보를 깊이 해석하고 / 감정이입을 매우 잘함 / 양심을 매우 중요시 여김 / 느리고 신중함 / 멀티태스킹은 약해도 인내심이 좋은 편 / 외향적인 사람들보다 욕망이나 흥분을 더 잘 조절함 / 등등.. 단순히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면을 넘어 내 개인적 특성들이 내향성과 이어지는 것이었구나 새삼 느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특별히 자극을 잘 받는 편도체’를 가졌기 때문에 내향적인 성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성격은 후천적인 영향을 받아 복합적으로 형성되지만, 내향성을 형성하는 요인이 외부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모든 퍼즐조각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더 겁도 많아지고, 더 조심하고 신중하고, 더 경계심이 크기 때문에 타인과 만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고, 쾌락과 욕망에 덜 열광하는 것이다. 반대로 외부자극에 더 둔감한 편도체를 가진 사람들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고, 과감하게 시도하기도 하고, 타인과의 만남에 두려움이 적게 된다. 항상 나는 왜 이렇게 겁이 많고 유리멘탈일까 자책했던 적이 많다. 나도 기세고 누가 뭐라든 신경쓰지 않고 당당하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하지만 그게 나의 의지가 부족해서라기 보단 그냥 나라는 사람이 그런 기질을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하니 좀 더 마음이 편해졌다. 요즘에도 생활 속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나를 볼 때마다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남들보다 섬세한 사람이라 그렇구나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 책에서는 당연하게 외향적인 것을 추구해온 사회에서 살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내향성은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고, 이 사회에서도 분명히 내향적인 사람들을 필요로 하고, 꼭 필요한 성향이다. 내 고정관념을 뒤집어 준 주장들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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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조용한 사람보다 시끄러운 사람이 더 똑똑할 것이라 인식하지만 그렇지 않다. 단지 그들의 목소리가 커서 그들의 주장이 채택된 것일 뿐.
- 내향적인 사람들도 훌륭한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 외향적인 지도자들은 직원들이 수동적일 때 집단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반면, 내향적인 지도자들은 직원들이 능동적일 때 더 효과적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원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려면 열린 사무공간을 지향해야하고 같이 브레인 스토밍을 하며 협력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열린 사무공간은 생산성을 깎아먹고 기억에 손상을 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적절히 혼자서 일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 모두가 전통적인 의미에서 지도자가 되기를 ‘염원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즉 누군가는 조화롭게 그룹에 섞이고 싶기도 하고 누군가는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싶어하기도 한다는 점을 우리가 이해한다면, 안전요원을 맡은 앙와 같은 학생들이 좀 더 잘 지내지 않을까.
- 기질의 한계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안전지대에 확실하게 들어가 있는 편이 나을 때도 많다. 각자마다 ‘최적 수준의 각성 (스위트 스폿)’ 이 다르기 때문에. 이 스위트 스폿을 이해하면 삶의 질이 올라가고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 가능하다. 억지로 기질을 무시하며 사는 것 보다.
- 기능적인, 적당한 죄책감은 오히려 이타주의, 책임감,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등 조화로운 관계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내향적인 면이 더 사회성을 기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당장 전쟁에서는 대담한 사람이 필요하지만, 바이러스, 기후 등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위협에서는 내향적인 사람이 더 필요할 것.
- 여러분이 섬세한 유형이라면, 실제 모습보다 좀 더 정치가처럼 굴려고하고 좀 덜 조심스럽거나 하나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는 습관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장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그러한 견해를 재고하라고 제안하고 싶다. 여러분 같은 사람이 없으면 우리는 문자 그대로 익사할 것이다.
- 오히려 내향적인 사람들이 주식 등 투자에서 더 큰 성공을 얻을 수 있다. 대담함만이 투자에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보다 보상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더 큰 위험을 무릅쓰지만, 내향적인 이들은 욕망이나 흥분을 좀 더 잘 조절하기에 침착하고 인내심 있게 기다릴 줄 안다.
- 인내심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천재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인내심으로 구성된다면, 문화적으로 우리는 1퍼센트만을 떠받들고 있는 셈이다. 그 반짝임과 눈부심만을 사랑한다. 하지만 커다란 힘은 나머지 99퍼센트에 달려있다.
-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인내심, 조심성,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향’등의 재능을 이용해 플로를 찾아라. 지배적인 기준에 휩쓸리지 않고 본성과 자신의 스타일에 충실해라. 보상에서 자유롭기에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헤아릴 수 없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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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내용들을 읽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잔잔한 삶의 방식을 택한 내가 덜 빛나는 것이 아니구나. 굳이 내 모습을 억지로 바꿀 필요도 없고, 나는 나대로의 모습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행복을 찾아갈 수 있구나. 실제로 최근에 내가 너무 야망이 없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자주 했었다. 친구들은 직장이 너무 지루하고 자기계발이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려고 하는데, 나는 반복적이지만 적당히 편하고 안정적인 내 직업이 좋았다. 만족하며 살고 있기에 삶에 불만은 없지만, 남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삶에 안주하는 것은 아닌가, 더 젊었을 때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은 맞겠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남의 기준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굳이 남들의 욕망과 열망을 억지로 좇을 필요가 없다. 나는 오히려 과감하지 않기에 내 길을 인내심있게 묵묵히 걸어나갈 수 있다. 조용한 삶에서도 나름의 지혜를 얻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자 이제서야 내 앞에 나만의 길이 펼쳐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원래의 나보다 어떨 때 더 외향적으로 행동해야하는지,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은 어떻게 대화해야하는지, 내향적인 아이를 키울 땐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말해준다. 요즘 mbti가 유행이기도 하고 거기에 대한 담론도 많이 오고 가곤 하지만, 암묵적으로 외향성이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세상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어떤 스탠스로 살아가야 하는지 막상 깊게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단지 내가 넘어야할 산, 장애물이라고만 생각을 해왔다.
그런 면에서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됐고, 이러한 통찰은 실제로 내가 삶에서 선택을 할 때 큰 도움과 영향을 줄 것이다.
내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으로도 학교나 기업에서도 내향성에 대해 더 높은 이해를 가지기를 기원한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칫 감춰질 뻔한 능력들을 자유롭게 펼쳐 누구나 인정 받을 수 있는 다채로운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