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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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매력있다. 소설속 소설로 여러 단편들이 나오는데, 그 이야기들조차도 톡톡 튄다. 재화의 덧니 같이, 남들과는 다르고 특이하지만 그 ‘다름‘이 더 은근한 매력을 만들어 내듯이.
두 사람이 만나는 건 각자의 세계가 만나는 일. 용기는 재화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고 평행선을 그리듯 사랑이라는게 겉돌기로만 존재했던 듯 하다. 하지만 어쩌면 편협했던 용기도 조금씩 생각의 시야가 넓어지는 시점들이 온다.

˝하여튼 잘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서는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되겠다고, 용기는 뒤늦게 생각했다. 영원히 알 수 없는 세계라면 특히.˝

재화가 집필한 소설 속 세계에서 재화는 용기를 9번 죽이려다 8번 죽이고, 마지막 용기는 자신의 희생으로 살려주려 함으로써 각자 서로의 매끈했던 세계에 조그마한 균열을 내고 맞물리게 한 것은 아닌가 싶다. 더불어 꼭 톱니바퀴 마냥 누군가의 정답으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지 않았을까.

공교롭게도 완독한 날 전자책 대출기간이 만료되어 다시 복습하는 차 대출 자리가 남아있던 예전 버전의 책도 읽어보았는데, 작가의 말대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이 깎여나가고 다듬어진게 보인다. 덕분에 예민한 시선을 갖게된 작가의 글을 읽어서 좋다, 라는 추가적인 감상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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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황선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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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 사회에서 1인 가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고는 하나 그만큼 가구의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 비해 40대 여성 둘이서 함께 사는 경우는 실제로 많이 보지 못해 그들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했다. 딱히 비혼이나 결혼 어느 것을 고집하고 있진 않지만, 미혼 여성으로서 내 미래의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집을 쉐어하는 룸메이트 정도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글을 읽고 그들의 SNS에도 구경해보니 가족과 친구 그 사이 무언가의 관계처럼 보였다. 가족보다는 느슨하지만 가장 곁에 있는 사람으로서 가족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관계. 주변에서 많이 보지 못했고 나도 경험한 바 없어 조금 막연하긴 하지만, 그들의 삶을 보고 있자니 이런 삶도 꽤나 괜찮아보였다. 시월드에 대리효도하거나 부부라는 가까운 관계에 집착할 필요 없이 외롭지 않게 생활하고, 보호자를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 성격적인 차이가 있어 마찰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느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오히려 언제든 떨어질 수 있는 사이이며 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저자들처럼 정 반대인 사람들도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보니 흐뭇하다. 


사실 저런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를 찾은 것 자체가 운이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하다가도, 그렇다면 법적으로 얽혀 가족이 될 적절한 남편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아보이니, 삶의 방식에 대한 합의만 있다면 동거할 친구를 찾는 것이 오히려 가능성이 더 높은 쪽인 듯 하다. 그래서 이러한 모습이 책이나 TV등 매체에 자주 노출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


여담이지만 도대체 어느 아파트에 살고 계신지도 계속 궁금했다..^^ 나였어도 한눈에 반할 집이었을 것. 한강을 비추는 햇살이 쏟아지는 거실이라니. 넓은 거실에서 동네 친구들을 모아 함께 술한잔 하는 것도 너무너무 좋아보였고 부러웠다. 아무튼 두 분의 삶은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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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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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님 책은 고작 세 번째긴 하지만, 난 작가님의 문체가 정말 좋다. 이맛에 한국문학 읽지, 하는 말이 나오게 하는 유려한 비유와 문체. 추상적 대상을 시각화 하는 문장들이 특히나 마음에 든다.


"그 날 이후로 누구든 자신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눈길은 언제나 일종의 질문 내지는 추궁 같았고, 자신의 손길로 부순 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창문 같았다."


"호수에 그려진 파문처럼 곤의 마음속에 느릿한 일렁임이 솟아오르다 경사가 급한 계곡물이 흐르듯 좀 더 빠르게 수런거렸다."


소설 내용은 이번에도 역시나 빨려들어가듯 재미있었다. 관련 없는 듯한 장면 전환에서 연결고리가 나올 때의 짜릿함이란.

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려온다. 식물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의 틀 안에서만 자랄 수 있듯 인간도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틀을 아는 것일까. 어린 아기였을 때부터 "떼를 쓰거나 외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한뼘만큼의 공간을 잘 참아내던" 아이였던 곤. 물에 빠진 이후로 생긴 아가미가 상징하듯, 어떤 환경이든 결국은 적응해내어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본능이 강인하게 느껴지면서도 처절하다. 

강하와 곤의 관계는 알듯 말듯 미묘하다. 강하 자신도 곤에 대한 마음이 어떤 연유에서 비롯된 것인지 단정할 수 없었을테다. 일방적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가 너무 미웠지만, 해류가 이를 추측해내는 부분을 읽고 나니 강하는 본인이 가진 결핍을 스스로도 감당해내지 못했던 것 같다. 꼭 그 대상이 곤이 아니었더라도.


"자신에게 결여된 부분을 남이 갖고 있으면 그걸 꼭 빼앗고 싶을만큼 부럽거나 절실하지 않아도 공연히 질투를 느낄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그게 자신에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도리어 좋아하기도 하는 모순을 보여요. 양쪽의 세계에 걸쳐진 감정은 서로 교환되거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기껏해야 적정 수준에서의 은폐가 가능할 뿐이에요"


결말을 읽고나면 여운이 아주 길게 남는다. 바다가 햇빛과 만나 은빛으로 반짝이듯 시각적으로는 찬란하면서도 아련한 영화 한 편을 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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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독보적 유튜버 박막례와 천재 PD 손녀 김유라의 말도 안 되게 뒤집힌 신나는 인생!
박막례.김유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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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한번 날려먹어서 울면서 다시 복기하여 쓰는 중)
박막례 할머니. 유투브에서 볼때마다 항상 재밌고 유쾌해서 할머니를 참 좋아한다.
사실 시대를 지배하는 가치관을 던져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시대에 역행하는 비논리적인 말씀을 하셔도, 내용은 비판하되 화자의 인성을 마냥 논할 수는 없는 이유다. 그런데 막례 할머니는, 당신이 겪은 세상의 풍파만큼 그것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예전 세대의 믿음에 묶여있지 않으신다. 손녀딸에게 하고싶은 거 다하고 결혼은 천천히 해도 된다, 일 계속하고 싶으면 애 안 낳아도 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70대 할머니는 흔치 않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 것을 선호한다고들 하는데, 할머니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좋아하고, 도전의 과정 자체를 즐기시는 걸 보니 한참 젊은 내가 이제 겪을 건 다 겪었다고 체념하듯 사는 걸 보면 할머니 입장에선 기가찰 노릇일테다. "안해봐서 못해"가 아니라 "안해봐서 더 해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분이 70대 할머니어서, 더욱 위로와 위안이 되고 삶의 자극이 된다.

유라PD를 보면서도 느낀 바가 많다. 할머니가 워낙 여행을 좋아하셔서 두분이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보면서 가족끼리 여행갔던 순간들이 많이 생각이 났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나도 유라PD처럼 할 걸 싶은 부분도 있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당장 계획을 짰을텐데. 그래도 작년이라도 엄마와 해외여행을 다녀온게 정말이지 다행이다. 우리 엄마도 해외에서 별 것 아닌 것에도 신기해하고 참 행복해 하셨었다. 막례 할머니의 시점을 경험해보았으니, 다음 번에는 더욱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할머니와 유라PD덕분에 깔깔 웃기도 하고 마음이 한껏 따뜻해지기도 했다. 남의 인생얘기가 이렇게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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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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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사람들의 연대 이야기를 좋아한다. 인생을 굴곡없이 매끈하게 살기는 어렵고, 누구나 항상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불쑥불쑥 아픔을 겪기 마련이다. 그럴 때 사람으로서 치유하는 이야기를 읽으면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안정을 주고, 사람의 삶이란게 무의미한 것은 아니구나 생각하게 만들어 어딘가 위로가 된다.
이 소설은 50명, 정확히는 51명이, 아니 그 이상이 주인공인 이야기다. 누구하나 유달리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지 않고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따로 떨어져 있는 이야기 같지만 실은 그들의 인연은 얼기설기 이어져 있다. 서로를 미워하기도 하고, 함께 아픔을 견뎌내기도 하고, 존중하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한다. 나도 어쩌면 미미하지만 저런 연결고리 중 하나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겠구나 싶어진다.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넓은 세계의 관점에서 나도 누군가와 누군가의 고리로, 세상의 한 부분에서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가는 거겠지. 한 때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내 비전으로 삼은 적이 있었다.그것이 거창한 일을 해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꼭 안아주고픈 책 속 주인공들이 있는 것처럼, 내 주변 사람들도 꼭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이호 선생님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릴레이로 돌을 던지고 있고, 마치 내가 끄트머리에서 마지막 돌을 던지고 있다 생각하지만 우리는 결국 다 징검다리일 뿐이다. 오만해지지 않되 후회하지 않게 내 자리에서 삶을 살아 나가야 하는 것일지도.

사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을 아무에게도 추천해주지 않으리 생각했다. 책이나 영화같은 이야기를 시작할 때 항상 도입부에서 인물 파악을 하는 과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과정을 견뎌내고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가속도가 붙는 시점을 가장 즐기는데, 이 소설은 도입부만 51번, 인물파악만 51번, 그 이상이라 퍼즐 맞추는 즐거움 보다는 흐름이 끊긴다는 생각을 자주했다. 그래서 생각보다 완독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모든 인물들이 모이는 모습이 조금 감격스럽기도 하고, 따로 각자의 삶을 사는 듯 하지만 결국 우리는 한 세계를 공유하고 이어져 있다는게 괜시리 감개무량해서 눈물 조금 머금고 책을 마쳤다. 중간에 하차하지 않아서 다행이고, 누군가 읽는다고 하면 꼭 완독하길 권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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