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2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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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너무 커서였나, 너무 재미가 없어 놀랐다.
기본적인 스토리도 자체도 재미가 없고 풀어내는 방식 또한 흥미롭지 않다. 챕터마다 시간이 훅 흘러있어서 내용이 뚝뚝 끊기고, 그냥 시간이 흐르며 증조할머니-할머니-아들-손자 이어지는 이야기일뿐 갈수록 더 지루하다. 엉켜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내용도 아니고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무리가 감동적이지도 않다. 결말에서는 이게 끝이 맞는지 눈을 비비며 확인했다.
게다가 쓸데없는 여혐 표현들이나 장면들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기도 한다. 이정도 장편소설을 읽다보면 어찌됐든 인물에 대한 애정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마저도 생기지 않는다.
물론 일제시대를 지나 재외교포의 삶을 보여준 점은 의미가 있었으나 이 시대를 그린 더 통찰력있고 재미있는 한국 소설은 훨씬 많다. 영어로 쓰여진 미국소설이었기에 외국인들에게 신선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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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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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이후로 가장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이북이라서 두꺼운 책인지도 모르고 읽어나갔는데, 너무 재밌어서 페이지 수가 줄어드는게 아쉬울 정도였다.

초반 스토리는 무난했지만 중간중간 작가의 유머코드가 너무 웃겨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로키가 등장한 이후의 모든 이야기는.. 레전드 그 자체. 외계인과 접촉하여 소통하는 부분에서는 "네 인생의 이야기" 가 떠오르기도 했다. 대체 외계인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인간의 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려는 작가의 치열한 고민이 잘 느껴졌다. 나라는 인간의 편협한 관점에서 외계인을 떠올려 보라하면 이상한 전자음을 내는 은색 빛깔의 파리 눈을 가진 에일리언 정도.. 가 되겠으나 이것은 그저 인간의 1차원 적인 상상일 뿐. 작가는 최대한 다른 환경에서 발현된 생명체를 상상하고자 여러 가설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겠지만 그래도 모종의 이유로 같은 주파수를 들을 수 있겠지? 다른 생명체도 먹고, 자고, 사랑할까? 하는 생각들. 로키는 거미와 같은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었고 에리디언들의 특성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그 생각들이 참 재밌었다. 정말 다른 은하계에 생명체가 산다면 이런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설득될 정도로 촘촘한 세계관이 참 마음에 들었다. (물론 모든 과학적인 설명을 이해하긴 무리였지만.)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너무 벅차오르고 이입되어서 눈물이 날 뻔했다. 내용이 길기 때문에 이 세계관에 폭 빠져서 그레이스와 로키와 함께 한바탕 헤일메리호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느낌이었고 정말 떠나보내기가 아쉬웠다. 로키가 말하는 부분은 그레이스가 단어로 이해하는 방식이었기에 단어로 끊어져 표현되는데 그게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행복, 행복, 행복! 로키가 이렇게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너무 애정하는 소설이라 할 말이 더 많았을텐데, 빌려 읽어서 내게 남은 구절들이 많지가 않고 벌써부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것 같다. 이 책만큼은 다시 구매해서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영화도 꼭.. 성공하시기를. 내 사랑스러운 이 스토리를 망치지만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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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여름 에디션)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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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김초엽 작가님의 스토리는 재미 없는 것이 하나 없다.

SF와 결합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레이첼과 지수가 가랑비에 옷 젖듯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드는 모습이 내 마음도 적셨다.
언젠가 우리의 지구도 소설 속의 지구처럼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인간답게 누군가는 누군가를 착취하여 살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인류가 살아갈 방법을 찾아갈 것이고, 누군가는 서로 사랑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소설 속에서는 기쁘게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했지만, 현실에서는 결국 언젠간 인간이 살아낼 방도를 찾아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은 식물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식물들은 동물이 없어도 얼마든지 종의 번영을 촉구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은 언제나 지구라는 생태에 잠시 초대된 손님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위태로운 지위였지요."

마치 지구상의 주인공은 오직 인간인듯 굴며 살아가고 있지만 지구 입장에서도 과연 그럴까. 지구의 생애에서 돌아본다면 인간이란 언젠가 잠깐 방문했던 교만한 불청객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지구상의 식물을 비롯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까지 인간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해준다는게 나로서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인간이 발전해낸 과학이라지만, 그조차도 지구 생태계와 주어져있던 물리 원칙 등을 이용하여 개발한 것이니까. 공룡이 멸종해도 지구의 생애는 계속 됐듯, 지구는 인류에게 삶의 터전을 잠시 제공해준 것이니 우리는 절대 이곳을 마음대로 휘둘러서는 안될 것이다.

영상화도 진행 중에 있다는데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디스토피아적이면서도 환상적이고 처절하면서도 감동적인 세계가 잘 펼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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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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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로서 작가의 일상적인 이야기와 천문학과 관련된 내용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과는 정말 다른 직업이라 흥미로웠고, 어떤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로서의 삶이 멋져보였다. 연구를 하면서 남들이 찾지 못한 발견을 했을 때 얼마나 짜릿했을까. 게다가 그것이 지구를 벗어난 우주에서의 발견이라면. 내가 가보지 못한 곳, 가보지 못할 미지의 곳이기에 우주는 내게 심오하고도 흥미롭고 경이로운 존재이다. 땅에서 사소한 것에 울고 웃다가도 저 먼 하늘에 있는 별들과 은하계들을 떠올려보자면 괜히 마음이 경건해지고 가끔은 벅차오르기도 한다. 그런 존재들에 대한 연구는 얼마나 어렵고도 신기할까 싶었다.
일상적인 것들을 천문학과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도 참 낭만적이다. 그믐달은 새볔녘에야 잠깐 보였다가 내려가니 그믐달을 보는 사람은 한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아준다는 생각도. 밤하늘에 떠 있는 돌고래 자리가 시간이 지나며 산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며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는 것도.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멀리 있어도 지구 사람들에게 감성을 안겨주는게 참 아름다운 일처럼 느껴진다. 내가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것만이 세상에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천문학 전문가의 글이기에 다시금 우주를 떠올리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작가의 감성이나 가치관이 마음에 들었다. 아직은 우리나라에 천문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이번에 누리호도 성공한만큼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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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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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중간 계속, 아니 초반부터 계속 울컥하는 감정을 멈추지 못했다. 같은 내용이어도 최은영 작가의 표현은 마음 속 어딘가를 쿡 찌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일단 4대를 거친 모녀의 이야기라는 점은 내 눈물의 역치를 더 낮추었다. 우리 외할머니도 육이오 때 피난갔던 이야기를 가끔 해주셨는데 그 당시의 우리 할머니를 상상하게 했고, 엄마와 종종 다투던 모습도 함께 오버랩되면서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할머니랑은 마냥 애틋하면서도 더 가까운 엄마와는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뒤틀린 마음을 먹기도 하고. 이래서 사람 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수적인가 싶다가도 그렇다고 가족과도 일부러 거리를 두기에는 인생이 너무 외롭다. 같이 살고 부딪히며 애증을 반복하는 것이 삶의 순리인걸까.
그럼에도 우리는 뜨겁게 사랑하는 순간들이 분명 존재하니까.

삼천이와 새비의 이야기도 그렇다. 서럽고 아픈 그들의 여정에서 따뜻한 정을 주고 받고 서로 의지하는 그 마음이 없었다면 얼마나 삶이 더 아팠을까. 지연이 생각했던 것처럼 헤어질 때 고통스러운게 싫어서 혹은 상처받는게 싫어서 사랑을 거부하고 모른척하고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매우 공감됐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우리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을 것이다. 새비가 삼천의 상처였지만 그럼에도 새비를 기억하는 삼천의 표정은 언제나 환했던 것처럼, 명숙할머니의 애정이 버거웠지만 사실 영옥도 사랑받고 싶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처럼, 깊은 감정의 요동 없이 미지근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싶었지만 실은 자신을 기만하고 있었다던 지연처럼.

새비가 세상을 뜨는 장면에서는 결국 거의 오열을 하다시피했다. 사람과의 정이라는 것이 너무나 깊고도 무서워서. 언젠가 맞을 내 사람들과의 이별도 두려워서 온몸이 아프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감정적으로 연약해서 이 험한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가려나 걱정이 되기도 하고.
단편보단 장편을 선호하는 편인데 최은영 작가의 시리고도 따뜻한 이야기를 장편으로 더 오래 즐길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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