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2 - 하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밀레니엄 (아르테)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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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부에서 느낀 밀레니엄은 작가의 신비스러운 마술 같은 실력이 여지 들어나 블랙홀처럼 혹은 마약처럼 한 번 읽기 시작하면 헤어나기 힘든 소설이었다. 그리고 그 매력다운 매력은 2부에서 더욱 화려하게 내보였다.

추리소설이라는 이름 아래에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였다. 추리소설 하면 으레 떠올리는 것이 살인이다. 하지만 밀레니엄은 추리소설이지만 살인이 중심이기보다 또 다른 사회의 문제가 중심이 된다. 2부에서는 사회 문제 중 성매매에 대하여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였다.

특히 2부에서는 1부와는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고 비밀에 쌓여있던 여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비밀을 풀어놓는 동시에 살라라는 또 다른 비밀스러운 인물을 두어 한층 더한 재미를 더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재미들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하나의 요소이자 2부 또한 밀레니엄을 단단히 기억하게 되는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프롤로그에서는 사람은 등장하지만 이름이 없다. 그와 그녀뿐이다. 독자에게 쉿 하고 입을 다문 이 표현은 앞으로 이어나갈 이야기에 먼저 흥미를 돋우었다. 그리고 차차 그와 그녀로 둘러싸여있던 안개가 걷히면서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느낌을 주었다.

또한 밀레니엄 2부에서는 작가의 실력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사소한 이야기 하나하나에도 자세하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서 더 작은 부분까지도 감상할 수 있었고 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사실감 있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2부는 소설의 전체적인 전개 속도가 1부보다 한층 빨라졌고 미스터리한 존재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가 첨가되어져 재미를 더하였다.

이 소설에서는 사소한 이야기는 잠시 제쳐두고 사소한 이야기 같은 이야기들의 모두 중심이 되는 내용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그 이야기들 속에 숨어있는 비밀을 하나씩 살아가는 게 소설의 재미를 더하였다.

밀레니엄2부는 결말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끝은 있지만 이야기의 맺음이 없는 듯한. 한눈팔지 않고 밀레니엄3부를 기다릴 것 같다.

밤을 새울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처음부터 사로잡는 밀레니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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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 한 서번트 이야기
캐슬린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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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른 누군가가 아닌 렉스의 어머니가 말하고 있다. 누구보다 렉스와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응원하고 정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주던 어머니가 렉스와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처음 렉스를 가졌을 때부터 아이의 음악적 천재성을 보고 장애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까지 다른 누구도 아닌 렉스의 어머니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솔직한 감정을 엿볼 수 있고 위대한 어머니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그 솔직한 감정, 때로는 안타까울 만큼 힘든 상황 앞에서 겪는 아픈 마음을 따라서 읽게 되다 보니 렉스에게 기적이 일어날  때마다 그리고 정상으로 일어설 때마다 같이 기뻐해주고 아픔에는 같이 아파해주고 일심동체가 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렉스처럼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부모였다면 하는 상상은 이 책은 읽으면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가정이다. 그 가정된 상황 속에서도 예라고 대답할 용기보다 우물쭈물 대답을 꺼리는 경우가 더 많을 것 같다. 책을 다 읽은 후에 어떤 대답이 될지 모르겠다. 대답이 바뀌어있을지 대답을 말하고 있을지 대답이 그대로일지. 하지만 분명한 건 용기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코 힘든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용기를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그렇게 기적을 이루는 것. 렉스의 보지 못하는 눈에 애써 빛을 비추어 가며 눈이 보이는 것 같다고 하는 기댈 수 없는 기대를 포기하고 시작장애아센터에 렉스를 데리고 가는 모습처럼 포기할 건 포기하고 더 밝은 길로 향하는 용기 또한 내내 내 가슴에 깊은 가르침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렉스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긴 하지만 또 다른 가르침도 있다. 그렇게 말하고 있다, 미국의 장애자법을 보고 우리나라의 장애자법을 반성하게 될 거라고. 나도 하마터면 이 책에서 단순히 감동만을 느낄 뻔 했다. 렉스가 울리는 선율에 감동하는 그런 모습만을.

나도 얼핏 느꼈다. 시작장애아센터를 보고 저런 곳도 있구나 하면서 좋은 곳이라고 문득 생각한 것이다. 내가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평소에 장애인들에 대한 우리의 모습이나 법적인 모습을 보면 반성을 하게 될 일이다.

감동과 반성 그리고 용기까지. 혹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한 감정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구석구석 나에게 전율을 일으켰던 좋은 책이고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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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기 5분 전 마음이 자라는 나무 20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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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도 그녀도 그 등등이 아니라 너로 말하고 있다. 우선 이 소설의 가장 큰 표면상의 특징일 거라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시작한다. 말로만 듣던 2인칭 시점을 처음 접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읽어나갈수록 오히려 이 소설만의 홍일점 역할도 해주었다.

친구라는 존재를 혹시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질문을 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이 소설을 읽게 되면 친구라는 존재에 대해서 질문해볼 거라고 생각된다. 소설 속에서는 아직 어른이 아닌 이들의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모습이 어디 어른과 아이의 구분일까. 어른이든 그렇지 않든 친구에 대해서 자문해보고 생각해보고 답하고 그리고 올바른 답에 이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게 ‘친구가 되기 5분전’이다.

친구라는 존재, 친구라는 단 하나의 단어만으로 두툼한 소설 한 권이 만들어졌다. 그만큼 친구라는 것은 할 말이 많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재밌다. 이 말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소설 속의 친구의 관계를 맺는 것은 어쩌면 특별할지도 모른다. 사고를 당한 에미. 그리고 그 뒤 시작된 반에서의 소외. 여기까지는 조금 슬픈 말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흔치 않다고 말할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유카처럼 오래 살지 못할 만큼 아픈 병을 앓고 있는 친구가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에미와 유카의 공통점은 반에서 소외당하는 인물인 것이고 그 둘의 관계는 그래서 친구지만 친구라는 의미 이상인 것처럼 느껴진다. 결말이 슬픈 그들의 관계는 그래서 아련하지만 우정을 빛내준 관계였다.

에미와 유카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그들은 친구를 이루고 때로는 에미가 해결사로 등장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가 얼키설키 인연은 얽혀져 그런 모습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청소년이라는 나이에 생길 수 있는 친구의 관계까지도 말하고 있다. 친구를 정말 다양하게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기분 좋게 결말을 맺는 것을 보면 정말 다행이다 싶다. 하지만 모두 함께 친구가 되기를 바라는 내 바람은 조금 나중에 이루어졌다. 그래도 좋다. 약간의 씁쓸함이 더욱 길게 이 책을 기억하게 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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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가와하라 렌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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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긴 터널에서 ‘한순간’은 시작한다. 물방울 소리가 떨어지고 꽃도 녹아 사라지는 악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주인공 이즈미의 꿈으로 시작한다. 시작이 매혹적이다. 어두운 분위기의 꿈이지만 오히려 읽는 내게는 자꾸만 다음 장 또 다음 장으로 결코 헤어날 수 있는 매력을 뿜는 빛과도 같았다.

이즈미는 회상한다. 준짱과의 추억을. 내가 눈치를 챘을 즈음 이즈미와 준짱이 자신들의 마지막 순간을 위해 더 가까워져 있을 때였다. 마지막이구나 하고 다 알았을 때 아련하게 전해져오는 슬픔이란 작가의 생생한 표현에 더 가시가 돋힌 것처럼 내 마음 속까지도 찔렀다. 그러나 그 가시는 아마 나는 장미의 가시라고 하고 싶다. 이즈미의 손가락을 파고들던 그 가시 같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만큼 ‘한순간’은 처음 나를 이끌었던 매력이 읽은 쪽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결코 사그라들지 않았던 소설이었다는 것이다.

회상과 마지막 그 한순간을 찾기 위한 이즈미. 그녀의 그런 이야기만 쓰였다면 아마 이 소설의 재미는 크게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찾아간 오빠의 소개로 간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마키코. 마키코는 등장부터 살짝 비딱한 말투와 함께다. 그녀의 등장은 의외로 이즈미에게 그 역할을 한정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마키코에게 부여된 성격은 딱 적당하다. 조금은 더 활기찬 느낌을 불어넣어준다. 탁월한 선택이다.

이즈미의 회상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고 그리고 만난다, 준짱과. 한적한 고갯길. 시작은 어두운 동굴이었지만 끝(아직 끝은 아니지만)은 연못도 있는 경치 좋은 곳이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심장박동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이 마지막 결말에서 준짱을 다시 떠올리는 이즈미의 모습을 보며 정말 잘 되었다며 마키코처럼 웃어주고 싶었다.

어쩌면 평범하고 진부하다고 말할지 모르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말할 수 없는 색다름이 있다. 진하면서도 옅은. 이즈미에게 한순간. 나에게는 여러 차례 곱씹을 긴 여운의 ‘한순간‘.

드디어 찾은 마지막 순간의 기억. 이것을 되찾기 위한 이야기여서였을까? 표지에서 자태 고운 여자가 얘기해주는 것 같이 섬세한 묘사들이 돋보였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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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구하다
하시모토 츠무구 지음, 맹보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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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에서처럼 굳이 시골에 갈 필요가 없다. 집만 나가도 보이는 것은 산과 논. 그래서 새의 이름은 모르지만 까치나 참새가 아닌 새들이 놀러오는 게 좋고 구경하느라 시선을 떼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로는 특히 사거리나 사차선도로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그런 나도 갑갑하다. 이를테면 도모코와 같은 생각인 것이다. 시골을 떠나고 싶다는 것? 그래도 왠지 떠나면 아쉬움이 들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도시가 되어있을 이곳을 보면 어떤 생각을 가질지 두렵기도 하다. 이곳은 곧 도시가 될 땅이니까. 역도 새로 지어서 더 좋아졌지만 구 역사에 더 마음이 간다. 그러나 곧 무너질 곳이다. 새로 지은 신 역사를 위하여 구 역사는 무너진다.

도모코도 마찬가지로 무너졌다. 성공을 위해서인지 도모코도 몰랐듯 나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하여간에 도모코는 쉴 새 없는 일 틈에서 기어코 일을 벌인다. 그리고 시골에 가서 살 것을 생각하고 그동안에 사귀게 된 데짱과 함께 시골로 이사를 간다. 점점 더 낡은 집으로.

이 소설은 크게 자극이 될만한 것들이 없다. 있다면 도모코의 패닉 장애라든지 데짱의 이혼한 전처와 만나는 이야기 정도? 그런데도 재미가 있다. 그냥 가슴 깊숙한 곳부터 따뜻해져 오는 것 같다. 집에서만 꼼짝 않고 버티는 내가 바로 앞에 놓인 시골의 풍경을 놓치고 머릿속으로 그리는 시골의 풍경은 내가 살지 않아서 그런가. 더 여유롭게 보게 되고 데짱과 정말 사이좋아 보이는 도모코의 모습이 소설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게 했다.

콩이란 뜻을 가진 피의 이야기가 자아내는 분위기는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왠지 빛이 비추는 양지와 같은 느낌을 더욱더 따스하고 만져보지 못했지만 콩의 체온을 닮아있을 것 같다.

도모코는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시골에 묻혀 산다. 이런 모습이 왠지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졌지만 티비에서도 도시에서 촌으로 이사와 농부로 사는 이야기를 접했던 것만큼 도시를 떠나 사는 그들의 모습은 용기 있기도 했고 지쳐가는 우리들에게도 그런 모습이 혹시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했다. 도시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이런 느낌이다. 티비에서 지어내는 개그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곁에서 수다를 떨다가 웃게 되는 웃음 같은 느낌.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다. 평탄하지만 그 느낌이 오히려 친근해서 좋다. 나도 오자와 양처럼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살짝 묻고 싶을 정도로 읽으면 읽을수록 책과 친해지는 느낌이 드는 간만에 기분 좋은 책이다.

모든 게 잘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빛을 향해 손을 대어보았던 도모코. 그 빛을 나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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