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구하다
하시모토 츠무구 지음, 맹보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책에서처럼 굳이 시골에 갈 필요가 없다. 집만 나가도 보이는 것은 산과 논. 그래서 새의 이름은 모르지만 까치나 참새가 아닌 새들이 놀러오는 게 좋고 구경하느라 시선을 떼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로는 특히 사거리나 사차선도로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그런 나도 갑갑하다. 이를테면 도모코와 같은 생각인 것이다. 시골을 떠나고 싶다는 것? 그래도 왠지 떠나면 아쉬움이 들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도시가 되어있을 이곳을 보면 어떤 생각을 가질지 두렵기도 하다. 이곳은 곧 도시가 될 땅이니까. 역도 새로 지어서 더 좋아졌지만 구 역사에 더 마음이 간다. 그러나 곧 무너질 곳이다. 새로 지은 신 역사를 위하여 구 역사는 무너진다.

도모코도 마찬가지로 무너졌다. 성공을 위해서인지 도모코도 몰랐듯 나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하여간에 도모코는 쉴 새 없는 일 틈에서 기어코 일을 벌인다. 그리고 시골에 가서 살 것을 생각하고 그동안에 사귀게 된 데짱과 함께 시골로 이사를 간다. 점점 더 낡은 집으로.

이 소설은 크게 자극이 될만한 것들이 없다. 있다면 도모코의 패닉 장애라든지 데짱의 이혼한 전처와 만나는 이야기 정도? 그런데도 재미가 있다. 그냥 가슴 깊숙한 곳부터 따뜻해져 오는 것 같다. 집에서만 꼼짝 않고 버티는 내가 바로 앞에 놓인 시골의 풍경을 놓치고 머릿속으로 그리는 시골의 풍경은 내가 살지 않아서 그런가. 더 여유롭게 보게 되고 데짱과 정말 사이좋아 보이는 도모코의 모습이 소설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게 했다.

콩이란 뜻을 가진 피의 이야기가 자아내는 분위기는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왠지 빛이 비추는 양지와 같은 느낌을 더욱더 따스하고 만져보지 못했지만 콩의 체온을 닮아있을 것 같다.

도모코는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시골에 묻혀 산다. 이런 모습이 왠지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졌지만 티비에서도 도시에서 촌으로 이사와 농부로 사는 이야기를 접했던 것만큼 도시를 떠나 사는 그들의 모습은 용기 있기도 했고 지쳐가는 우리들에게도 그런 모습이 혹시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했다. 도시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이런 느낌이다. 티비에서 지어내는 개그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곁에서 수다를 떨다가 웃게 되는 웃음 같은 느낌. 자연스러운 느낌이 좋다. 평탄하지만 그 느낌이 오히려 친근해서 좋다. 나도 오자와 양처럼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살짝 묻고 싶을 정도로 읽으면 읽을수록 책과 친해지는 느낌이 드는 간만에 기분 좋은 책이다.

모든 게 잘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빛을 향해 손을 대어보았던 도모코. 그 빛을 나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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