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신해경 외 옮김 / 아작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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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앨리스 브래들리 샐던의 필명. ‘째째파리의 비법‘은 라쿠나 샐던이란 필명으로 쓰여졌다.
여자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필명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여러 글 속에서 제공되어지는 여성성이나 약육강식으로 보여지는 성행위 묘사가 납득이 된다. 그녀가 살던 시절 그녀는 얼마나 쓸데없는 관심과 인정받지 못함에 치를 떨었을까 싶다.
화가, 예술비평가, 공군조종사, 군정보원,CIA정보원, 실험심리학을 공부하던 중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쓰기 시작해서 페미니즘sf의 기수가 되는 이력은 놀라웠다.
말년에는 치매를 앓던 남편을 쏘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는 그녀의 삶이 그녀의 소설 속 세상을 다 보여준다. 이 극적인 삶이 그대로 그녀의 글이었다는, 그녀라면 당연히 그렇게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1991년에 SF소설과 판타지에 주어지는‘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기념상‘이 제정되었다가 그녀의 자살로 이어지는 사건을 이유로 다른 이름으로 바뀐 것은 아쉬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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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탈
존 란체스터 지음, 이순미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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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본주의 삶을 나열하면 바로 이렇지.‘하는 생각이 든다. 물질의 넘침 그래서 야기되는 문제들은 덮고 사는 세상의 표면은 이렇지 싶다. 현실을 확 끌어 눈앞에 쫙 펼쳐 보여주는 것은 팀 로스와 같은 결, 다른 스타일을 보여 준다. 영국인이라는 공통점이 이들이 같은 이야기를 다루는 배경이 될까?

제목으로 더 어울릴 것 같은 ‘We want what you have‘가 쓰인 포스트 카드가 배달 되는 사건을 따라 살다보니 집값이 상승하여 부유한 동네가 된 이곳 주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집에 오래 살며 늙어간 미망인으로부터 이야기는 퍼져 나간다. 그녀에겐 다른 도시에 사는 소원한 딸과 친밀해 보이는 숨겨진 아티스트인 손자가 있다. 나이든 이에게 닿칠 문제가 연이어 일어나고 딸은 귀찮은 의무이듯 엄마집으로 병간호를 하러 온다. 호스피스 병동이 아니라 집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조처한 것만으로도 딸은 엄마를, 이 병간호를 자처하며 불편해 한 속내를 탕감했다. 이 쉽지 않은 일을 딸은 청소하는 것으로 그 무게를 감당한다. 엄마곁에 있기보다 수월해서. 딸은 장례식 후 엄마의 집을 아쉬움 없이 처분한다. 집이란 삶이 끝나며 한 역사를 끝내는 것이라는 듯. 그래도 엄마의 죽음은 현대의 죽음 중 나은 편에 속하리라.

그녀의 손자의 해고된 조수로 인해 이 골목에 사단이 난다. 익명성으로 유명한 작가에게 새로운 조수가 등장하고 서로 탐탁치 않는 그들은 관계를 딱 그 관계답게 끝내며. 별일이 아닐 수 있는 일이 부유함과 얽혀 경찰까지 움직이게 한다. 사회적 배경에 이미 테러라는 경험이 있으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의도한 바 없이 이민자들에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의심, ‘내 잘못이 아니니 네가 잘못 했을 것이다.‘라는. 물건을 잃은 사람의 잘못이 제일 크다는 가르침은 묻힌 지 오래다.

은행에서 올해 보너스 백만 파운드를 꿈꾸던, 쇼핑중독이며 모든 일을 돈으로 해결하는 아내를 둔 로저는 새로운 컴퓨터 프로그램을 잘 다루지 못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자신이 제대로 대접 받지 못 한다고 생각한 부하직원은 컴퓨터보안의 허점을 이용해 거액을 횡령하고 로저는 해고된다. 때맞춰 금융위기가 닥치고 이를 계기로 물질만능에서 벗어나고자 ‘나는 변할 수 있다. 나는 변할 수 있다. 약속할 수 있다. 나는 변할 수 있다. 변하고 변한다.‘ 하며 부유한 동네를 떠나는데 그 결심이 기후변화의 변곡점을 지났다는 말처럼 희망적이지 않은 건 내 노파심?!

유능했던 축구스타의 발굴과 유럽리그 입성. 그에게 하루 아침에 쏟아지는 부. 시샘하듯 일어난 돌발 사고. 이어지는 여러가지 법적 사항들. 거액이 머무는 곳.

이게 지금 우리 세상이다 싶다.
인간이 치열하게 오천년 동안 쌓아온 세상은, 모두 그저 열심히 살았을텐데 방향없는 욕망의 결과만 손에 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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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무덤은 없다
조디 피코 지음, 곽영미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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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규칙‘ 을 쓴 작가답게, 우리가 알면서도 잘 모르는 것을 이야기한다. 지난 책에선 자페아에 대해, 이번엔 코끼리에 대해.
코끼리와 사람의 부모자식간의 사랑을 빗대어 쓴 줄거리보다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끌린 책이다.

동물원의 코끼리는 책속의 코끼리처럼 귀엽지 않아서, 풀밭의 아니라 먼지 뽀얗게 올라오는 마른 땅이나 시멘트 바닥 위에 눈이 짓무른 채 서있어서 당황스러웠었다. 전혀 예쁘지 않아서 이 동물을 좋아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들에게 아주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더 친밀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코끼리가 정말 화가가 될 수 있는 놀라운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슬픔을 느낄 수 있다고,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코끼리 무리에서 우두머리를 죽이면 이 집단의 생존은 위험해진다고, 나이 어린 코끼리들이 배울 기회를 잃게 된다고 한다. 동물원에 혼자 있는 코끼리의 눈이 슬퍼보이는 또 다른 이유이다. 인간의 다른 종에 관한 무지와 무시의 결과물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것이 일부에 국한되어 있음을 매일 마주한다. 이제사 이 가까운 생명의 수명이 길어져 그에 대한 지식이 쌓여가는 정도이니 야생동물에 대해선 거의 무지하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사람보다 동물을 위한다고 아직도 욕을 하는 세상이다.

모든 생명의 무게는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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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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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뭐냐,뭐지‘ 하며 읽었는데
다시 들춰보니 건너뛴 부분이 상당(!)하다.
4억년을 살아온 나무들을 위한 투쟁이라 해도 인간의 편의주의와 자본을 이기는 일이란 없을테고 그 와중에 선의는 얼마나 무참히 짓밝히겠나 싶어서 차마 못 읽었던 부분을 결말(이 소설에 결말이 있나?)을 알고서야 읽어낸다. 생각보다는 모질지 않아서 다행이다.

채널을 뒤지다 먼바다 아직은 산호초가 무사한 지역에서의 돌고래, 혹등고래, 범고래와 뭇 바다생물의 삶을 홀려서 보았다. 이 귀한 생명들도 많이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의 대단한 투쟁사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일어나는 산풀. 차를 타면 쉽게 보이는 잘린 나무들. 한아름드리 나무들도 아닌 것이 쉽게 잘려나간다. 이유가 있겠지? ˝나무가 잘려 무언가를 만들 때는 나무보다 놀라운 것이어야 한다.˝는 패트리샤의 말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 ‘인간없는 세상‘을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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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6 세트 - 전6권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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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니 빌뢰브 감독은 어떤 영화든 우아하게 만드는 본능을 타고난 듯 하다. 그가 보여주는 사막은 모래의 서걱거림을 한없이 아름답게 보여준다. 모래 위를 걷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느린 춤을 추는 듯하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 중 거니 할렉이 읊는 싯구절
이 이 방대한 서사극을 읽어볼 엄두를 내게 했다.

10612년. 인류가 이만한 세월을 살아낸다니. 그들은 환경이 아니라 AI같은 기계에 맞서 싸워 기계의 힘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며 그 긴 시간을 살아냈다. 메타버스 속에서 면접을 보고 출근을 하게 된다는 세상을 살게 될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아트레이데스가문은 도덕적으로, 군사적으로 강력하다. 아버지는 황제와 대가문들과 조합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힘을 키우려 하지만 불면의 밤을 이어가며 내린 결정들은 배신에 의해 너무도 쉽게 무너진다. 이런 면면에서 이 소설은 굉장히 정치적이다. 권력을 쥐고 유지하려는 자들이 해야할 일들을 보여준다.

모래뿐인 아라키스행성엔 예지력과 노화를 막아주는 스파이스라는 생산물이 있고 이 혹독한 환경에 살아남은 프로멘이란 부족이 있다. 레오 아트레이데스의 의지 대로였다면 이 행성은 빠른 시일 안에 푸르른 행성이 되고 부유해졌을 것이다.

권력이나 부에는 숱한 질투와 욕심이 있어 쉽지 않은 일을 더 분노하게 하며, 더 많은 애와 시간을 쓰게 한다.

.......

거의 세 달에 걸쳐 탐독한 책이 오늘 끝났다. 사막을 대장정하고 먼지 투성이가 되어 겨우 드문드문 나타난 녹지 변두리에 주저 앉은 기분이다. 다행히 밖에 오랫만에 반가운 봄비가 내려 아직도 목을 간지르는 갈증을 축여준다.

4000페이지가 넘는다는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건 작가의 이야기꾼 재주덕이다. 이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미와 신황제 (GOD EMPEROR)의 예지력과 의도가 궁금해서 였다.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책이 얼마나 팔리는 지도 몰랐다는 작가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실감하며 읽었다.

정치, 종교, 철학, 역사 등등 모든 것을 아울러 보여주는 이 만만찮은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작가가 내다 본 미래란 어떤 모습이었을 지가 한없이 궁금했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의미심장한 글귀가 어떻게 그 장의 내용을 아우르는 지가 내겐 애매했다. 다 이해할 수 있었으면. 갈증의 이유다

너무 말이 많다는 5귄, 여성의 성을 다스림의 권력으로 본 전제가 걸린다는 의견들에 솔깃해 하며 읽은 마지막 권에 결말이 없음은 이미 예상했는 지도 모르겠다. 실망보다 ‘아이쿠,그렇겠지‘ 싶었으니.

‘읽기 시작했음 멈추지 마라‘는 누군가의 후기는 세심한 배려였다. 우선은 완독을 자축하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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