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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6 세트 - 전6권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드니 빌뢰브 감독은 어떤 영화든 우아하게 만드는 본능을 타고난 듯 하다. 그가 보여주는 사막은 모래의 서걱거림을 한없이 아름답게 보여준다. 모래 위를 걷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느린 춤을 추는 듯하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그 중 거니 할렉이 읊는 싯구절
이 이 방대한 서사극을 읽어볼 엄두를 내게 했다.
10612년. 인류가 이만한 세월을 살아낸다니. 그들은 환경이 아니라 AI같은 기계에 맞서 싸워 기계의 힘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며 그 긴 시간을 살아냈다. 메타버스 속에서 면접을 보고 출근을 하게 된다는 세상을 살게 될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아트레이데스가문은 도덕적으로, 군사적으로 강력하다. 아버지는 황제와 대가문들과 조합에 굴복하지 않으면서 힘을 키우려 하지만 불면의 밤을 이어가며 내린 결정들은 배신에 의해 너무도 쉽게 무너진다. 이런 면면에서 이 소설은 굉장히 정치적이다. 권력을 쥐고 유지하려는 자들이 해야할 일들을 보여준다.
모래뿐인 아라키스행성엔 예지력과 노화를 막아주는 스파이스라는 생산물이 있고 이 혹독한 환경에 살아남은 프로멘이란 부족이 있다. 레오 아트레이데스의 의지 대로였다면 이 행성은 빠른 시일 안에 푸르른 행성이 되고 부유해졌을 것이다.
권력이나 부에는 숱한 질투와 욕심이 있어 쉽지 않은 일을 더 분노하게 하며, 더 많은 애와 시간을 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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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세 달에 걸쳐 탐독한 책이 오늘 끝났다. 사막을 대장정하고 먼지 투성이가 되어 겨우 드문드문 나타난 녹지 변두리에 주저 앉은 기분이다. 다행히 밖에 오랫만에 반가운 봄비가 내려 아직도 목을 간지르는 갈증을 축여준다.
4000페이지가 넘는다는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건 작가의 이야기꾼 재주덕이다. 이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미와 신황제 (GOD EMPEROR)의 예지력과 의도가 궁금해서 였다.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책이 얼마나 팔리는 지도 몰랐다는 작가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실감하며 읽었다.
정치, 종교, 철학, 역사 등등 모든 것을 아울러 보여주는 이 만만찮은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작가가 내다 본 미래란 어떤 모습이었을 지가 한없이 궁금했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의미심장한 글귀가 어떻게 그 장의 내용을 아우르는 지가 내겐 애매했다. 다 이해할 수 있었으면. 갈증의 이유다
너무 말이 많다는 5귄, 여성의 성을 다스림의 권력으로 본 전제가 걸린다는 의견들에 솔깃해 하며 읽은 마지막 권에 결말이 없음은 이미 예상했는 지도 모르겠다. 실망보다 ‘아이쿠,그렇겠지‘ 싶었으니.
‘읽기 시작했음 멈추지 마라‘는 누군가의 후기는 세심한 배려였다. 우선은 완독을 자축하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