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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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이 주는 달콤함이, 매력이 또 하나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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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지음, 장호연 옮김 / 허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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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을 통해 보면 입자는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가지므로서 평행우주와 다중우주의 가능성을 설명할 수 있다. 증명되지 않은, 그러나 기정사실화된 이론을 이야기로 보여준다면 바로 이 소설이다.

SF로 절묘하게 구현하여, 타임머신이라는 개념이 낡아버린 순간이었다. 오류 가득한 상상을, 논리적으로 가능한 세계로 톺아보는 맛이 있다.

정해져버린 과거로의 여행은 거의 불가하다. 시공간 마디와 닫힌 시간꼴 곡선이라고 하는 드문 순간에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단다. 미래 또한 오로지 가능한 미래로만 여행할 수 있단다. 이미 결정된 과거는 바뀔 수 없다는 명료함이 맘에 든다.
‘백투더 퓨처‘의 과거 버전이 보여준 엉망이 되어버리는 순간을 면할 수 있다.
전함을 타고 웜홀을 이용해서 몇 개월씩 IFT를 여행하는 동안 내가 떠나온 세상은 정지하지만, 시간 속에 존재한 나는 자꾸 나이를 먹어 지금은 어머니의 딸이라기 보다는 동생뻘로 느껴진다.
시간이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도 성립된다.


‘여기서 ‘인정되지 않는(Inadmisible)‘이라는 수식이 붙는 건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전함이 목격 하는 미래 세계란 현재 조건에 기인하는 가능세계이며, 달리 말하면 사실상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세계에 불과하다.`

‘내가 해당 미래에 도착함으로써 존재하게 된 삶, 내가 떠나고 나면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끝나버리는 삶이다. 그녀는 아주 작은 존재 가능성에 기댄, 마치 유령 같은 존재였다.‘


이 가능성에 기대어, 의지하여 떠나고,
‘혼자서만 미래에 존재한다는 두려움에 결코 적응할 수 없었다. 나는 꿈의 장막 안으로 뚫고 들어간 한 조각의 현실이었다‘
‘오로지 관찰자만의 현실이란 얘기였다. 객관적인 현실이 될 수 없다. 오직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만이 현실이다. 굳건한 대지다.‘
로 돌아오는 것이다.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으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현재에 충실하라. 현재에 성실한 삶이 미래를 이끌어낸다는 인연설과도 닿는다.
다음 올 새로운 세상은 영적 세상이라는데 많은 이야기들이 자꾸 거기에 닿아지는 것 같다. 진리여서? 이 수많은 오류를 거쳤으니 닿으리라?


‘그러나 또 다시, 맞춰졌다고 생각했던 조각들이 흩어졌다. 거대한 설계 따위는, 이유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코트니의 죽음은 지극히 우발적이고 평범한 것에 불과했고,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한 사악한 행위였을 뿐이다. 설계 따위는 없다. 우주는 잔혹한 계획을 짜는 존재가 아니다. 우주는 광대하고, 우리의 욕망에 아무 관심도 없다.‘


저 무한하고 아득한 우주에 가장 적합한 설명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바탕 꿈이니 모두가 공이다. 모든 것을 창조하는 입자가 만들어낸 생명은 그 자체로 완벽하니 탐진치를 버린 그 자리가 깨달음의 자리라는 오래된 가르침이 여기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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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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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뉴암스텔담‘을 보면서 책을 읽으니 주변이 의사와 질병으로 가득하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혜택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 지는 팬데믹으로 드러난 상태지만 의료 행위를 제외한 심리적 서비스는 아직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엄마가 돌아가신다는 판정을 받고 응급실에 누워 계신 일주일 동안 엄마를 집에 모셨음 했다. 더 이상의 치료를 거부한 상태에서, 돌아가실 줄 알면서 면회 시간에만 잠깐 뵐 수 있다는 게 무슨 일일까 싶었다. 더 지켜보며 곁에 있어도 되는 당신의 마지막을 난 안타까움으로만 채웠다.

입원 전에 병원에서 의사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혹은 아프다는 것의 실제가 이렇게 여러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의사의 책무는 무엇이 환자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지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지켜주려 애쓰되 불가능하다면 평화로운 죽음을 허용해 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원하는 건 의사가 숨기는 과학지식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실존적 진정성이다. 통계를 지나치게 파고드는 건
소금물로 갈증을 해결하려는 것과 같다. 죽음을 정
면으로 마주하고 고뇌에 빠지는 일은 생존가능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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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단의 방문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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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감동시키는 음악 세계는 그 노래를 잉태하는 산고가 만만찮은 탓인지 맑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 안엔 마약과 섹스에 취한 프로듀서, 그 망할 세상에서 기회를 얻으려는 십대들의 방향없는 삶, 책임감 없는 어른들에게 버림받았으면서도 그들에게 인정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안쓰러운 자녀들이 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은 열린 콘서트장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이런 환경, 깡패같은 시간 속에서도 잘 살아남은 이들에게 박수를. 이렇게 살아도 제 길에 서게 하는 삶에 경이를.


‘ ˝물론이지.˝ 목소리만 들으면 아닌 것 같지만 나는 그에게서 두려움의 냄새를 맡았다. 식초. 두려움은 식초와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 사샤의 작은 방에 앉아 있었던 때를, 마침내 해가 창문 한가운데까지 기울어 그녀가 매달아둔 철사 원형 고리에 담기는 것을 본 순간 불현듯 맛보았던 놀라움과 기쁨을.
지금 그의 조카딸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오렌지빛으로 물든 그녀의 머리와 얼굴은 타오르는 듯했다.
˝봤죠?˝ 사샤가 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제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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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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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란 나라는 멕카시의 소설속에선 흙먼지로 시야가 가려진 사람마저 황량해지는 땅이고, 영화 코코에서는 죽음이 생과 공존하는 땅이며, 뉴스 속에선 마약과 미국 불법 이민으로 공포스럽고 흉흉하다.
사람 사는 모습 다 같다는 버전에 요란스러움과 별남을 더하면 이들의 삶에 닿아질까? 사랑 또한 넘쳐서.
어머니의 장례식 다음날 암으로 죽어가는 빅 엔젤의 마지막 생일 잔치를 위해 일가친척을 붙드는데, 여느 가정처럼 사연이 부딪쳐 남아야 하는 사람들은 속내가 불편하다.


‘ ˝어머니, 제가 어머니를 위해 흘릴 눈물이 없다면 용서하세요. 저도 이제 막판에 이르렀거든요. 이해하실 거라 믿어요.˝ ‘


‘그는 일가친척 안에 영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말이다. 그 영혼은 식물을 심고 아침을 먹는 행위 속에 존재한다고 데이브는 말했다. 이건 싸잡아 다 거짓말이라고 빅 엔젤은 결론을 내렸다.
˝하느님 제기랄.˝ ‘


‘˝일단 해봐.감사는 기도와 같은 거야. 기도란 하면 할수록 쓸모가 있어.˝
˝망고나 파파야를 좋아하니까 그게 감사하다는 것도 되나?˝
˝다 네가 정하는 거라니까,엔젤. 좋아하는 마음이 진심이야? 없으면 안 된단 생각이 드냐?˝
˝물론이지.˝
˝음, 그럼 그것도 감사지. 그리고 생각해봐. 내 기분이 좋아진다면 좀 멍청한 짓을 해도 되는 거 아니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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