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감동시키는 음악 세계는 그 노래를 잉태하는 산고가 만만찮은 탓인지 맑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 안엔 마약과 섹스에 취한 프로듀서, 그 망할 세상에서 기회를 얻으려는 십대들의 방향없는 삶, 책임감 없는 어른들에게 버림받았으면서도 그들에게 인정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안쓰러운 자녀들이 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은 열린 콘서트장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이런 환경, 깡패같은 시간 속에서도 잘 살아남은 이들에게 박수를. 이렇게 살아도 제 길에 서게 하는 삶에 경이를.‘ ˝물론이지.˝ 목소리만 들으면 아닌 것 같지만 나는 그에게서 두려움의 냄새를 맡았다. 식초. 두려움은 식초와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사샤의 작은 방에 앉아 있었던 때를, 마침내 해가 창문 한가운데까지 기울어 그녀가 매달아둔 철사 원형 고리에 담기는 것을 본 순간 불현듯 맛보았던 놀라움과 기쁨을. 지금 그의 조카딸을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오렌지빛으로 물든 그녀의 머리와 얼굴은 타오르는 듯했다. ˝봤죠?˝ 사샤가 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제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