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이다 - 중국의 大문호 왕멍, 이 시대 젊은이들과 인생을 말한다
왕멍 지음, 임국웅 옮김 / 들녘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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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멍은 잘은 몰랐지만 이전부터 이름은 제법 들어왔고 꼭 그의 글을
읽어보고 싶었던 작가다.
이 글은 온전하게 그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수필이다.
그것도 중국인들을 상대로 쓴 대단히 독자대상층이 넓은 글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치와 도덕을 강변한다.
그에 대한 증거로 '~해야 한다." "~해서는 안 된다."라는 식의 문장이
거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위를 말하는 글이다. 도덕 교과서이다 보니 재미있을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그가 위구르 지역에
하방된 적이 있었고 그 지역에서도 탄압에 굴하지 않고 위구르어를
제대로 익혔다는 것. 이 글 전체에 흐르는 정조는 제목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처럼 '항상 배우는 자세를 가지자"는 것이다.
물론 좋은 얘기다. 대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한다 또는 이렇게
사는 게 좋겠다는 처세의 방법을 다룬다.
뭔가 발랄한 정신과 문장을 바랐던 나에게 이 책은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이 책이 많이 팔렸다면 분명 그 이유가 제목을 잘 뽑았기 때문이거나
그 안에 담긴 교훈에 많은 이들이 감화를 받았기 때문일 텐데
원서의 제목은 '나의 인생철학' 그쯤 되는 따분한 제목이니까
이 책은 어찌 보편 편집력이 크게 반영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본문의 편집은 그냥 무난한 텍스트 위주의 편집인데
이 책을 읽느라 진도가 너무 안 나가서 거의 한 달도 넘게 읽은 것 같다.
아무리 띄엄띄엄 읽었다고 하더라도. 책을 한번 잡으면 끝까지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서.
그의 수필은 이것으로 더 이상 볼 맘이 사라졌다.
그의 소설이나 뒤에 읽어봐야지.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면 번역이 큰 오역은 없는 것 같지만
문장을 어쩌면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없게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원래 문장의 한계가 있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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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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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마도 이 작가가 뜨는 데는 사진도 한몫했을 것 같다.
토실토실하고 귀엽다.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그것은 번역 솜씨가 좋다는 말도 된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와 간단한 몇 가지 사건만을 가지고
이렇게 세심하고 촉촉한 글을 써내다니 말야.

요시모토 바나나 같은 작가도 그렇지만 일본 여류작가들은
좀 디테일을 엄청 잘 그려내는 것 같다. 순간순간 스쳐버리기
쉬운 장면들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재생해낸다.
이 소설에는 딱히 절정이라 할 만한 대목이 별로 없지만
잘 읽히고 주는 여운이 있다. 심오하고 엄청난 인생의 진리를
말하기 위해 어깨에 힘을 주지도 않고 그냥 다만 쓴다.
작가 자기 경험 같기도 하고 나이도 비슷하고 하니까.
교정 상태도 양호하다.
처음에 서점에서 봤을 때 아쿠타가와 수상작이란 띠지를
보고서도 이거 모냐, 순정 하이틴 소설이잖아, 생각하고
뒤집어 보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추천해줘서 읽어봤더니
나쁘지 않았다는 말씀.
보통은 양장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양장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몰랑몰랑은 반양장이었으면 더 좋았을걸 싶긴 하다.

읽을 만한 새로운 일본 필자의 등장쯤이라고 해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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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식이 불편하다 - 어느 국어선생의 쓸모 없는 책읽기
김보일 지음 / 소나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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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통해 나는 또 한 명의 읽을 만한 필자를 알게 되었다.
그는 선생이다.
책을 무척 많이 사고 엄청 많이 읽고 또 그걸 글로 풀어내는 사람이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쓴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의 글은 반듯하다.

그리고 깊이 생각하고 글을 쓰고 그 생각이 정리가 잘 돼 있다.
인터넷 서점에다 서평을 쓰면 상받기에 딱 좋은 서평이다.
그를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책 편집도 텍스트만으로 깔끔하고 단정하고
배치도 그럴듯하게 돼 있다.
뒤에 선생의 블로그를 적어둔 것도 책을 다 읽고 난 뒤
보너스 받은 느낌이랄까.
다만 한가지 불만이라면 선생이 읽은 책이 죄다 긍정적인
내용은 아니었을 터, 어째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책의 서평은
담지 않았는가이다.
그런 서평만 따로 모아도 재밌을 것 같다.
그의 블로그는 나의 즐겨찾기에 등록될 것이다.
최근에 저자를 발견하는 데서 기쁘기는 오랜만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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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시프트로 인생을 즐겨라
니콜라스 코더 지음, 김진욱 옮김 / 이콘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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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원래 경제경영서를 읽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끌리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운시프트란 간단하게 말하면 간단하게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내가 바라는 바였으니까.

책도 문고처럼 가볍고 편집도 부담없도록 잘 배려한 점은 돋보인다.
원서는 영어권책이었을 것이므로 그 나라의 상황을 우리 상황에 맞게
내용을 고치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다소 어정쩡한
책이 되고 말았다. 앞에서 조금 우리나라 사정에 맞추려고 손을 보다가, 아니
수치 자료까지 나오는 걸로 봐서는 편집자가 분명 대단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이는데
어쩌면 그 내용을 삭제하거나 우리 사정에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봉 2천짜리 얘기가 나오다가 갑자기 잔디깎기기 뭐 그런 얘기가 나오니까. 미국에서야
그게 서민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우리랑은 상관없지 않나.
암튼 우리 상황에 맞게 고친다는 당초의 취지는 뒤로 갈수록 좀 빛이 바란 것 같다.
이를테면 연봉 2천 만원 운운 하길래 그래도 나 같은 사람한테
좀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계속 봤는데 유감스럽게도 나한텐 별로 그렇질 못했다.

어떤 사람들한텐 꽤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좀더 벌면서 단순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한텐. 아마도.
근데 뭐 내가 보기엔 다 상식적인 얘기다.
다운시프트란 말 하나만 반짝반짝 빛난다.
빚은 최대한 빨리 없앨 것. 꼭 필요한 것만 살 것,
옷 같은 것은 능력이 닿는 한 가장 좋은 것으로
사서 오래 입을 것.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은 없는 법이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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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개 서울개 국민서관 그림동화 48
도로시 도너휴 그림, 수잔 스티븐슨 크럼멜 글,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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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면 언제나 반갑다.

그림이랑 글을 수십 번이고 읽고 보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것들을 내 맘대로 읽어내고 발견하는 건 무지 즐거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더더욱 반갑다.

 

처음엔 <시골쥐 서울쥐>를 떠올리며, 쉽게 다시 쓴 이솝우화쯤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만큼만 기대해서였을까?

처음엔 이야기만 줄줄이 따라가며 읽었다.

예전 <시골쥐 서울쥐>에서는 서울보다는 시골이 더 좋다는 쪽으로 끌고 갔던 것 같은데

그 이야기를 유명한 화가 고흐와 로트렉의 이야기로 각색해서,

시골이건 서울이건, 나랑 같건 다르건 간에, 다양한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결론을 내린 방식이 새롭고 재밌었다.


그런데 맨 뒷장에 고흐와 로트렉의 삶과 그림에 대한 정보를 알고 나니

아차, 내가 빠뜨리고 넘어간 재미가 있겠구나 싶어

앉은 자리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이번엔 글이 아닌 그림을 먼저 보며 책을 넘겼다.

이 책 장면 하나하나에는, 고흐와 로트렉을 연상시킬 수 있는 수많은 그림이 숨어 있다.

제목은 바로 댈 수 없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두 화가의 그림이

여기저기 조금씩 모습을 바꾸고 ‘나 찾아봐라~’ 하고 있었다.

처음에 찾은 그림은 서너 개 정도.

일단 책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을 조금씩 찾아내기 시작하니 나머지가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른 책보다 더 여러 번 읽었고, 여러 번 즐거웠다.

막연히 유명한 줄로만 알았던 고흐와 로트렉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한번 보는 것보다 여러 번 볼수록 재미있는 책이다.

다시 볼 때마다, 새롭다.

사소한 것도 그냥 보아넘기지 않는 예리한(!) 눈을 가진 아이들이 보면,

숨어 있는 재미를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고흐와 로트렉에 대해 조금 더 알고 난 다음에 보면, 아마 더 재미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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