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
리처드 부스 지음, 이은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전 지구화해가는 자본과 정부의 추세에 거스른다. 물론 그 수단은 책 그것도 두번 이상의 손(second-hand)을 거친 헌책이다.

이 세계의 다양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저쪽 유럽의 시골도 점점 피폐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골마을의 특산품도 상품논리로 엮어 살 길을 도모하고 있기는 하지만 외부가 아닌 생산하는 곳 자체에서 운영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헤이온와이는 영국에서도 웨일스 지방에 있다. 웨일스가 영국(THE UNITED KINGDOM)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영국은 크게 4군데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잉글랜드로 나뉜다. 내가 아는 바로는 잉글랜드가 개중 힘이 있어서 정치.경제적인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아일랜드와는 사이가 몹시 좋지 않아서 아일랜드는 IRA같은 독립단체와도 아직까지 심심치 않게 다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암튼 이 리처드 부스 라는 이 괴짜는 책으로 시골도시를 지킨다는 신조를 가진 사람이다.

헌책방 마을에 대한 이야기로 알았지만 읽다 보니 그 개인의 역사가 곧 헌책방 마을에 대한 역사와 같다. 소수문화로 전 지구화해가는 자본과 정부체제에 대한 대안의 일 보고서로 맞춤하다.

글 뒤에 실린 이 책의 편집자의 글도 우리의 헌책문화와 관련해서 읽어둠직하다.

우리나라는 헌책방 마을까지 언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새 책도 제대로 사보지 않는 나라에서 무슨 헌책이란 말인가.

파주북시티의 지명을 '헤이온와이'에서 '헤이'를 따서 헤이리 라고 지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취지는 가상하나 실효는 의문이다.

책 읽으면서 내내 유럽의 오랜 책 문화와 깊이가 부러웠고 다양함과 그 방대함에 놀랐다. 다시 한 번 내가 모르는 것이 얼마나 이 세상에 많은지 깨달았고 그래서 즐거웠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책의 제목들과 작가들의 이름은 하나하나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마도 이런 책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누릴 수 있는 큰 즐거움일 것이다.

또 하나 번역자의 번역에 주목하라. 주의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번역이 제2의 창작'이라는 오랜 격언을 떠올리면 이 책은 그야말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영국의 정서와 느낌을 이 정도로 우리말로 소화해서 전달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을 일이었을 것이다.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각주를 보아도 이는 충분히 증명된다. 역자의 수고에 치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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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0207 2004-08-1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체험을 했습니다. 지역경제와 문화지킴이 역할 등 부스의 참여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번역도 우수하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