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주의 인물
수잔 최 지음, 박현주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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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은 실화를 근거로 했다고 한다.1995년 대학과 항공사에 폭탄을 설치하고 기술문명과 좌파운동에 대한 입장을 밝힌 <산업사회와 그 미래>라는 선언문을 신문에 싣게 한 지성폭탄테러범의 이야기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요주의 인물>은 우선 작가의 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데 호기심을 갖게 한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이 작가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는 것과 책의 중간 중간에 비치는 한국 이야기에 한국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책의 주된 이야기는 한국과 거리가 다소 먼 미국 내의 이야기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종신교수로 일하는 리는 선량하고 건전하게 보낸 인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젊고 유능한 후배 교수 헨들어에게 질투를 느끼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어느 날 그 후배 교수 연구실에서 폭탄이 터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는 과정은 주인공 리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맞물려 리의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됨(굳이 죄라고 부르기도 애매한)에 대한 속죄의 길이다. 


그는 자신의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르고 결국 그 여인과 결혼을 하지만 그 여인이 낳은 아들에 대해서는 모른 채 한다.리의 입장에서는 아내 아일린과 수치를 공유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사랑이 더 커졌지만 아일린의 경우에는 그 때문에 사랑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게다가 리는 그 자신의 비천한 행위에 대한 핑계로 아내의 전남편이자 자신의 친구인 게이더의 악행이 필요했고 이 폭탄테러의 주범으로 게이더를 지목하지만 그는 이미 죽은 인물이다.


장면은 루이스 게이더의 아들인 마크에게로 넘어간다. 그는 부모와의 불화와 종교적 신념의 대립과 갈등으로 오히려 위대한 존재,유일무이한 존재를 갈망한다. 그래서 마약,집시 무리에 과하게 몰두한다. 그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하는 여행을 하고 산에서 살고 있다.


경찰은 리 교수를 요주의 인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주변사람들은 용의자 취급을 한다. 그는 대중앞에서 애도하지 않았고,칼로테이의 종신심사를 두고 헨들러와 반목에 관한 케케묵은 기억까지 결합되어 그를 너그럽게 봐 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리 교수는 이 폭탄테러로 인해 자신의 참모습,삶의 이면을 들여다 보고 돌아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사랑이란 이름으로 한 여인의 삶을 무시하고 우정을 배신하고서 잘못은 오히려 타인에게 돌리는 그런 과거의 죄에 대한 속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미스테리를 쫓아가는 소설이지만 읽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으로 해석하고 제멋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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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 바다여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0
아이리스 머독 지음, 안정효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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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 바다여 1
작가
 
아이리스 머독
 
출판
 
문예출판사
 
발매
 
2012.05.30

연극계는 인간 영광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세계다.그 세계에서 은퇴한 60이 넘은 찰스 애로우비.그는 바닷가 외딴 집에서 회고록을 쓰기로 한다.그의 회고록은 나날의 관찰을 곁들이며,날씨와 다른 자연환경에 대한 단순한 묘사를 배경으로 삼아 뒤섞인 생각들의 기록이며, '내 철학,내 명상을 담은 일기'다. 그래서 독자는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노인의 관조적이고 철학적인 삶을 기대하고 책을 읽어나가지만 독자의 예상과는 달리 회고록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억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다.그의 주변의 여인들과 인물들에 대한 그의 기억은 철저히 본인의 생각대로다.

 

특히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신성한 이야기는 첫사랑 하틀리에 대한 것에서 독자는 찰스가 얼마나 제멋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물인지 알게 된다. 그녀는 찰스의 끝이요,시작이며 알파요,오메가다. 그는 사랑은 꼭 한 번,첫사랑 뿐이라고 생각한다.그런 하틀리는 전혀 뜻밖의 장소인 바닷가 마을에서 만났고,이것은 운명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의 첫사랑 하틀리는 '자기는 내 곁에 있지 않고,멀리 떠날 터이고 나한테 성실하지 못할 거예요.사랑은 하지만 난 자기를 믿을 수 없고,알 수가 없어요.'라는 말과 함께 떠났다. 찰스는 그 이후의 연애사건을 모두가 하틀리에게 그녀가 얼마나 옳았는지 보여주려는 악착같은 시도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만난 하틀리에게서 독자는 찰스에 대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찰스는 아직도 여전히 하틀리가 본인을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있으며 이제는 그와 함께 살고 싶어 한다고 착각한다.그래서 독자는 그의 사촌 제임스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찰스는 다시 만난 하틀리가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며 그녀를 구원해서 나머지의 인생을 함께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린 모두 너무나 저 잘난 맛에 살아서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재주가 아주 훌륭해.스테시코로스의 말에 의하면 트로의 영웅들은 가상의 헬렌을 위해 싸웠다는 거야. 가상의 선을 위한 헛된 전쟁들.너도 인간의 헛된 마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보길 바란다.

오랫동안 정말로 그여자를 사랑했다는 생각이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혼자 상상해 낸 개념일 수 있어.

구원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상상이고 허구라는 거야."


찰스의 옛 여인인 로시나의 눈에도 쪼글쪼글한 할망구로 보이는 하틀리가 여전히 아름답게 보이는 찰스는 이런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결국 자신의 허세로 아들로 삼으려는 하틀리의 아들이 물에 빠져 죽고 나서 조금씩 깨닫게 된다.

다른이의 말도 제대로 새겨듣지 않는,자기식으로 해석해서 듣고 행동하는 찰스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세월이란 사람들의 현실로부터 우리를 갈라 놓고,사람들을 떼어 놓아 유령으로 바꿔 놓지.그게 아니라 그들을 유령이나 악마로 변형시키는 건 오히려 우리야. 과거에 대한 쓸데없는 선입견들이 그런 환영을 만들어내고는 유령 헬렌을 위해 트로이의 영웅들이 싸우게 만들었듯이 힘을 발휘하지 .

하틀리는 내 마음속에 씨앗처럼 파묻혀 자랐고,세월의 흐름에 따라 순수해졌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는 하틀리의 이마에서 주름살을 지웠고,사랑스러운 눈을 맑게 했으며,모호하고 괴로운 이미지는 부드러워져서 빛의 원천이 되었다.

죽을 때까지 계속되기도 하는 세속적인 애착이 인간을 굴레로 묶어 놓고, 자유를 찾지 못하게 방해한다."


우리는 왜 항상 늦게 깨닫게 되는 것일까?

찰스는 인생의 막바지에 애착이 가지고 있는 굴레를 깨닫는다.

한 인간의 삶의 일기를 통해서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이 담긴 이 소설은 빨리 읽을 수 없다. 다소 호흡도 느리고 멈춰서 생각해 볼 부분도 많고 때로는 지루해보이는 풍경묘사가 계속되기도 하지만 읽고 난 후 우리의 생각을 한동안 잡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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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완성하는 미술관 - 10대의 정체성, 소통법, 진로, 가치관을 찾아가는 미술 에세이 사고뭉치 6
공주형 지음 / 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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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단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어려워서 내가 봐도 어차피 모를 어떤 것이 아님을 우리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아들도 그렇고 그다지 그림을 알려고 하지도 않고 굳이 시간을 내서 그림을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얼마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고갱전에 가자고 제안을 했지만 단칼에 거절을 당하고 결국 혼자 가야만 했다.

고갱전을 가기 위해 그림에 대해 고갱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림이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에 담긴 철학을 알아가다 보니 결국 그 일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래서 아마 작가는 그림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고 소통하고 가치관을 찾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나 보다.작가는 나는 누구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우리는 어떤 세상을 꿈꾸어야 할까?하는 답을 책에서 찾듯이 미술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의 첫 장에서 발라동을 그린 그림들이 나온다.그렇지만 서로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서로 다르다. 르누아르는 우리에게 현실이 힘겹지만 그림 만이라도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 것처럼 발라동을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그렸다. 툴루즈 로트레크 역시 우리 인생이 고난의 연속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그는 아름답지 못한 삶까지 그림에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발라동이 현실보다 한참 비참하게 그려졌다. 발라동은 자화상을 남겼다. 그녀가 그린 자화상은 나는 때로는 경솔했고,때로는 어리석었고,대부분은 열정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사람을 그 사람의 직업과 지위로 평가하고 살고 있다.그것이 그 사람의 참 모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이들이 외모가 어떤지,어떤 일을 하는 지가 아니라 어떤 사람인 지를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걸 미술을 통해서 알게 된다.

 

나는 이 책에서 뭉크의 절규를 다시 만났다. 학교 다닐 때 미술 시험을 위해서 봤던 아니 외웠던 그 그림이 아니라 그림 속에 숨은 뜻을 알게 되었다. 그림 속에서 절규에 전혀 공감 못한 이들, 같이 산책을 나간 두 친구를 보았다. 이 그림이 남에게 이해 받지 못하는 아픔과 절망은 더 큰 상처와 더 깊은 한숨을 말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 가져야 할 것은 매일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온라인 친구의 숫자가 아니라 조금씩 자라는 관계의 깊이가 아닐까 하고 질문하는 작가의 물음에 크게 공감이 갔다.

 

그림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더 넓게 깊이 자랐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이 책을 같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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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면과 진실
폴 투르니에 지음, 주건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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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인간의 삶이란 한바탕 연극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는 딸,아들이라는 가면을 쓰고 자식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아내와 남편이라는 가면을 쓰고 가정을 꾸며나가기도 한다.그리고 회사에서는 직장의 상사 혹은 직원 또는 사장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 모습이 자신의 참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해서 그 모습이 나의 모습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어떤 것들은 나의 모습이 아닌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것은 나의 모습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우리는 이런 가면을 바꿔가며 살고 있지만 누군가의 가면 속 얼굴이 궁금하듯이 자신의 얼굴 또한 자세히 몰라 궁금해 하고 있지 않을까?


저자는 오랫동안 상담을 통해 인간의 가면적 모습과 참된 인격의 끝없는 대립에 대해 탐색했다.투르니에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겉보기 모습'과 그 밑에 가려진 '참된 인격'으로 이루어진 이중적 존재다.그에 따르면 침된 인격은 신에게 기도를 올리듯 자신의 허물을 벗고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일 때 나타나는 모습이며 이것은 다른 사람과의 참된 내면적 대화를 통해서 드러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가면의 자세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것은 단지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해서 외부에서 강요된 것에 그치지 않고 이미 우리의 제 2의 천성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우리는 학교를 통해서 사회를 통해서 획일화된 교육을 받고 있다. 또한 좋은 역할을 연기하려는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은 누구나 가능한 한 방패뒤에 숨으려고 한다. 어떤 사람의 경우에 그것은 침묵이 되고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끝없는 수다로 자신을 숨기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계속해서 신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 부분이 신을 믿지 않는 나로서는 불편하기 그지 없었지만 또 그 부분을 빼고서는 이 저자의 생각을 완전히 전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저자의 최종적인 결론은 의사가 종교적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의학을 실천하자는 것이다.의사는 환자와 참된 내면적 대화를 나누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부분은 공감하기 힘들었지만 완전한 인간관계는 단 하나, 결혼이며 부부가 나누는 대화가 참된 대화라면 더 할 수 없이 풍요롭고 인격을 형성하고 자아를 발견하는 데 놀라운 효과를 지닌다고 주장에는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가면을 완전히 벗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사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단지 맨얼굴을 드러내야 할 때 페르소나(가면)을 쓰거나,반대로 페르소나를 드러내야 할 때 맨얼굴을 보여주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삶의 고통과 갈등이 오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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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인간에게 구체적인 행복을
곽명동 지음 / 푸른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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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느낀대로 쭉 쭉 적어내려 간 것을 훔쳐보듯 읽는 재미도 괜찮다.

대부분의 책들은 단정한 형식에 잘 짜맞춰진 구조를 토대로 정돈된 글로 되어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인간에게 구체적인 행복을>이란 이 책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글 좀 읽는다는 누군가의 블로그의 글을 읽는 것처럼 날 것의 느낌이 있다. 교정을 보거나 첨삭하지 않고 그당시 그 느낌 그대로 적은 책에 대한 책이다.


작가인 곽명동을 나는 소소한 책수다라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알았다. 자주 듣지는 못하지만 간혹 관심가는 책이 있으면 들어보곤 했다.그러나 내가 아는 것보다 그의 책에 대한 사랑은 오래 되었다.

그는 <장정일의 독서일기>로 인해 장정일처럼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고 책을 읽고 배운 지식과 느낀 감동을 요약도 하고 기록도 하고 어떤 때는 좋은 문장을 베껴놓기만 하기도 했다. 마치 우리처럼.

그렇게 써내려간 독서일기가 이렇게 책으로 나오리라는 건 작가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한다. 그 애매한 데뷔를 만나 본다.


그의 책과 작가 사랑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노골적으로 나는 누구누구가 좋고 누구누구의 이런 점 때문에 별로다라는 평을 내놓는다.

 

그의 군생활의 가장 큰 불행은 26개월 동안 한겨레신문의 박재동 만화를 보지 못한 데 있다고 한다. 박재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리에게 인기있는 작가인 공병호가 '장기의 자발적 거래를 허용하자'라는 말을 하면서 파는 사람은 신장을 판 돈으로 신장보다 자신에게 더욱 이로운 일을 할 수 있고, 신장거래는 누구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단다. 일명 자유주의자인 공병호의 숨겨진 모습을 만나니 그의 책이 다시 보인다.

또한 작가 김훈의 고집스런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다소 정이 떨어질 만 한데도 꾸준히 그의 책을 읽는 것을 보면 그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그는 서경식의 글을 읽으며 '디아스포라'의 슬픈 역사를 알았고,박노자를 통해 서구 중심주의의 허상을 벗겨냈다. 정운영의 칼럼으로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고,조지프 스티브글리츠의 책을 읽고 1대99의 세계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그는 책을 통해 영화와 소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동진,박찬욱,로저 에버트의 평론은 영화 읽기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었고,김훈,코맥 매카시,필립 로스의 문학은 인간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그에게 가르쳤다. 이들은 모두 그의 스승이다. 오늘도 스승은 독서일기 속에서 그를 깨우친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

유시주의 <거꾸로 읽는 그리스로마신화>,나탈리 골드버그<뼈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그리고 <체 게바라 평전> .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말을 남기고 39세에 죽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신뢰,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그의 이야기를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이제는 만나볼 때가 되었나 보다.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음에도 그는 자신의 책읽기는 너무 늦거나 더디다는 한탄을 늘어놓기도 한다.그리고 읽지는 못하더라도 읽고 싶은 책을 쌓아 놓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기도 한다.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지저분하고 자유분방한 애를 보는 것처럼 다소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읽어가면서 그 매력을 느끼게 되어 결국에는 호감을 가지게 된 경우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끝까지 읽어봐야 하는 것 같다. 어디에 보석이 숨어있을지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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