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인간에게 구체적인 행복을
곽명동 지음 / 푸른봄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으며 느낀대로 쭉 쭉 적어내려 간 것을 훔쳐보듯 읽는 재미도 괜찮다.

대부분의 책들은 단정한 형식에 잘 짜맞춰진 구조를 토대로 정돈된 글로 되어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인간에게 구체적인 행복을>이란 이 책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글 좀 읽는다는 누군가의 블로그의 글을 읽는 것처럼 날 것의 느낌이 있다. 교정을 보거나 첨삭하지 않고 그당시 그 느낌 그대로 적은 책에 대한 책이다.


작가인 곽명동을 나는 소소한 책수다라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알았다. 자주 듣지는 못하지만 간혹 관심가는 책이 있으면 들어보곤 했다.그러나 내가 아는 것보다 그의 책에 대한 사랑은 오래 되었다.

그는 <장정일의 독서일기>로 인해 장정일처럼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고 책을 읽고 배운 지식과 느낀 감동을 요약도 하고 기록도 하고 어떤 때는 좋은 문장을 베껴놓기만 하기도 했다. 마치 우리처럼.

그렇게 써내려간 독서일기가 이렇게 책으로 나오리라는 건 작가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한다. 그 애매한 데뷔를 만나 본다.


그의 책과 작가 사랑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노골적으로 나는 누구누구가 좋고 누구누구의 이런 점 때문에 별로다라는 평을 내놓는다.

 

그의 군생활의 가장 큰 불행은 26개월 동안 한겨레신문의 박재동 만화를 보지 못한 데 있다고 한다. 박재동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리에게 인기있는 작가인 공병호가 '장기의 자발적 거래를 허용하자'라는 말을 하면서 파는 사람은 신장을 판 돈으로 신장보다 자신에게 더욱 이로운 일을 할 수 있고, 신장거래는 누구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단다. 일명 자유주의자인 공병호의 숨겨진 모습을 만나니 그의 책이 다시 보인다.

또한 작가 김훈의 고집스런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다소 정이 떨어질 만 한데도 꾸준히 그의 책을 읽는 것을 보면 그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그는 서경식의 글을 읽으며 '디아스포라'의 슬픈 역사를 알았고,박노자를 통해 서구 중심주의의 허상을 벗겨냈다. 정운영의 칼럼으로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고,조지프 스티브글리츠의 책을 읽고 1대99의 세계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그는 책을 통해 영화와 소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동진,박찬욱,로저 에버트의 평론은 영화 읽기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었고,김훈,코맥 매카시,필립 로스의 문학은 인간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라고 그에게 가르쳤다. 이들은 모두 그의 스승이다. 오늘도 스승은 독서일기 속에서 그를 깨우친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

유시주의 <거꾸로 읽는 그리스로마신화>,나탈리 골드버그<뼈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그리고 <체 게바라 평전> .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말을 남기고 39세에 죽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신뢰,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 그의 이야기를 나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이제는 만나볼 때가 되었나 보다.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음에도 그는 자신의 책읽기는 너무 늦거나 더디다는 한탄을 늘어놓기도 한다.그리고 읽지는 못하더라도 읽고 싶은 책을 쌓아 놓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기도 한다.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은 지저분하고 자유분방한 애를 보는 것처럼 다소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읽어가면서 그 매력을 느끼게 되어 결국에는 호감을 가지게 된 경우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끝까지 읽어봐야 하는 것 같다. 어디에 보석이 숨어있을지 모르기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