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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 1 ㅣ 세계문학의 숲 38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진호 옮김 / 시공사 / 2014년 1월
평점 :
어느 작가의 글을 읽든지 간에 독자들은 어느 정도 그 글에서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 작가가 F.스콧 피츠제럴드의 경우라면 더욱 의심스런 눈으로 들여다볼 것이 분명하다. 그런 피츠제럴드가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짜깁기라도 하듯하며 내놓은 소설이 <밤은 부드러워>였다. 그와 그의 아내 젤다와의 사랑은 유명하여 널리 알려져 있고 내가 보기에 젤다에게 꽁꽁 묶여 영혼과 육체가 포박당해 살아있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의 아내 젤다는 여러 번 정신병원을 들락달락하면서 살았고 씀씀이가 너무 커서 피츠제럴드가 감당하기 힘들어 했으며 젤다의 생활비를 대느라고 단편을 써댔다는 말도 있다. 그런 상태에서 발가벗고 대중앞에 나서는 것같은 작품 <밤은 부드러워>를 집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악평을 얻었고 피츠제럴드는 구성을 바꿀 생각도 했었다는 것이다.
어떤 이류의 사회파 작가라도 이 이야기를 F.스콧 피츠제럴드보다는 더 잘 썼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장점이 살아난 대목들에 필적할 만한 글을 쓰는 작가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미국 소설가 가운데 일급에 속하는 이 작가를 이토록 줄기차게 망쳐 놓은 것은 게으름일까 무관심일까 기율의 부족일까, 아니면 불완전한 교육일까?
<새터데이 리뷰 오브 리터리처>
이 작품 속의 어떤 인물도 나중의 몰락 과정을 해명하기에 충분할 만큼 도입부에서 그려지고 있지 않다. 힌트가 있다면 약간의 병적인 관심뿐.
윌리엄 트로이 <네이션>
이런 악평을 들었던 <밤은 부드러워>는 헤밍웨이는 얼마나 탁월한 부분이 많은지 놀랍다고 했고, 하루키는 이 작품에 피츠제럴드라는 인간이 그대로 깃들어 있다는 평을 했다.
주인공인 딕 다이버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니콜을 만나게 된다. 그는 그녀를 의사로서의 시선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물론 그의 시선에 아픈 이를 향한 연민과 사랑이 함께 있고 그는 그녀의 재산과는 상관없이 결혼을 하고 그녀를 돌본다.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왜 더는 사랑하지 않는지는 절대로 알 수 없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한 여배우에 흔들린다. 그는 아마 다른 사람이 나타났어도 그랬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딕은 그것으로 인해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싶지는 않다.
싸고 쉬운 무언가로 이 오랜 세월을 하찮은 것으로 만든다고?
딕과 니콜의 이런 대화를 보면 딕은 그렇게 견뎌가기로 결심한 듯 보인다.
"당신이 나를 망친 거지?" 그가 덤덤히 물었다. "그럼 우리 둘 다 망친 거네. 그럼......"
겁을 집어먹고 오싹해진 그녀는 다른 손목마저 그의 손에 가져갔다. 좋다,그녀는 그와 함께 갈 것이다-완전한 감응과 포기의 한순간에 밤의 아름다움이 다시금 선명하게 느껴졌다- 좋아,그럼......
그렇지만 니콜은 꽃처럼 가볍게 생각하며 다른 이를 사랑하고 다른 이에게로 날듯이 가버린다. 그렇지만 딕이 그 이별을 슬퍼하거나 괴로워하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피츠제럴드는 끝까지 부인곁을 떠나지는 않았고 젤다는 정신병원에 입원 중에 사망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의 내용으로 보아 피츠제럴드는 부인이 자신의 곁을 떠나주기를 희망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견디고 지탱하기 힘든 사랑과 그 책임에 짓눌려 이루지 못할 꿈을 소설을 통해 꿈꿔봤었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