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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 Movie Tie-in ㅣ 펭귄클래식 139
솔로몬 노섭 지음, 유수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2월
평점 :
여전히, 그리고 아직도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와 닿는 이유는 2014년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져서 더욱 그럴 것이다. 인신매매, 노예,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같은 인간(그들은 자신이 팔고 사는 이들을 같은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을 사고팔고 값을 매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간의 잔인한 본성은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그것을 구경하듯 바라보는 사람들은 양은 냄비처럼 부르르 끓어올랐다가 바로 무감각해진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다는 듯이.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법률안에서 그것들을 해석하고 벌을 주고 있다.
신안군의 한 섬에서 벌어진 사건을 보고 경악했다. 섬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겉으로 보기에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그들이,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들과도 같은 그들이) , 게다가 경찰 고위 간부까지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서 쉬쉬해가며 벌였던 노예 사건은 184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일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한 <노예12년>은 솔로몬 노섭이라는 흑인이 자유인이었다가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 12년 동안 겪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일기처럼 풀어낸 책이다. 그는 납치되어 팔려가기까지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비인간적인 처사를 알지 못했고, 인간은 이득을 위해서라면 끝없이 악해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도 몰랐다. 돈을 벌기 위해서 흑인들을 불법으로 붙잡아 파는 노예상인들과 노예들을 사고파는 일에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농장주인들, 그리고 흑인 노예는 짐승과도 같다고 생각해 채찍으로 때리고 심지어 죽이는 것 또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그들, 도덕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존경할만하지만 단 한 번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종으로 부리는 일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의심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모두 노예제도의 밑바닥에 깔린 태생적인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솔로몬 노섭은 목숨을 건 편지와 솔로몬을 도와주는 배스 덕분에 자유인이 된다.
개인은 환경과 관습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릴 때부터 고착된 인식 또한 쉽게 바꾸기 힘들다. 또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법률이 허용하는 것은 다 옳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법률이 인권을 짓밟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184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 노예 문제가 아직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가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어떤 인간이 다른 인간보다 위에 있을 수 있을까? 경제적인 이유로 다른 이의 자유와 인신을 구속하는 것이 진정 옳은 일일까? 공공의 질서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진정 옳은 일인가?
끊임없는 질문이 솟아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