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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달라지는 아이디어 100 - DSLR & 미러리스 좋은 사진 찍는 포토북 ㅣ 사진 아이디어 시리즈
문철진 지음 / 미디어샘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조간신문 본 뒤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난 오디오 네모난 컴퓨터 TV
네모난 달력에 그려진 똑같은 하루를
의식도 못한 채로 그냥 숨만 쉬고 있는 걸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예전에 유행했던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이 노래가 떠올랐다.
바로 이 문장 때문이었다.
'사진은 네모로 찍힌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세상을 네모 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가는 세상을 네모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DSLR 미러리스 카메라로, 그리고 항상 휴대하는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나는 한 번도 사진이 네모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찍고자 하는 대상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문장을 접하면서 네모난 프레임에 담을 세상은 네모로 봐야 하는 걸 알았다. 네모난 침대, 네모난 창문, 네모난 신문, 그리고 네모난 건물......
이것들을 사진에 어떻게 하면 의도대로, 분위기 있게 담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기다림, 좋은 사진은 기다림 끝에 얻어진다고 한다. 한 장의 멋진 사진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 한자리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 뒤에 드디어 얻게 되는 마음에 드는 한 장의 사진은 어쩌면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다. 사진은 창조가 아니고 발견이다. 관심과 오랜 기다림은 뜻밖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무엇을 발견할지는 사진가의 인식에 따라 달라진다.
초점은 사진가의 의도다.
우리가 사진을 볼 때 선명하게 드러난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사진가의 의도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부각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사진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사진가는 프레임 속에 넣을 것과 뺄 것을 결정한다. 앞뒤 문맥이 잘려 나가는 순간 세상은 변형되고 왜곡된다. 그래서 사진은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이고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이다.
눈높이가 달라지면 사진도 달라진다.
가끔은 앉아서 세상을 올려다보고 때로는 높은 곳에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기도 해야 한다.
눈높이가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사진이 훨씬 신선해진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사진에 담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과 많이 닮아있음을 느낀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과 카메라에 담긴 사진가의 초점, 더할 것과 뺄 것의 피사체, 사실과는 조금 달라지는 이야기와 사실이지만 사실이 아닌 사진 등 사진이 달라지게 하는 사진에 대한 조언들이 세상을 보는 나의 시선을 달라지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관절을 자르지 마라, 피사체를 겹치지 마라, 원색은 무조건 찍어라, 프레임을 가득 채워라, 비 내리는 날에는 초록을 찾아라 등 기술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은 꼼꼼히 리뷰하자는 말에 핸드폰에 들어있는 사진들을 인화도 하고, 따로 파일을 만들어 저장해 두기로 했다.
찍는 행위로만 끝나고 마는 사진 찍기와는 이제 결별해야겠다.
유명한 이미지 회사 토픽의 전속작가인 문철진 작가는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사진을 잘 찍고 싶은 사람들이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사진가의 자세는 '절대 포기하지 마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