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박산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뇌에서 페로몬,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및 세로토닌 등의 화학물질이 분비되어 쾌락중추를 자극하고, 이로 인해 심박수의 증가와 식욕과 수면욕의 감퇴 및 강한 흥분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중뇌의 복측피개 영역의 활성도가 높고, 근사 엔트로피 세포의 움직임이 관측된다. 이 상태로 1.5년에서 3년가량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연 이 상태는 어떤 상태일까? 바로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이다.
예전에는 사랑은 철학이나 종교의 문제였다. 그러나 그 후로 사랑은 심리학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가 되었다. 지금은 첨단 기기를 이용해 다양한 호르몬의 분비와 심장박동의 변화 등을 측정해 해석하는 뇌과학의 분야가 되었다.
그리고 사랑과 이별에 대한 정확한 이론을 만들어 누가 차일 것인가를 예측하는 그래프를 만들려는 한 신동이 있다. 바로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인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를 쓴 존 그린의 다른 작품 <이름을 말해줘>의 남자 주인공이다. 원래 제목은 <An Abundance of Katherine> 굳이 해석하자면 캐서린의 존재비(?)정도 될까?
19살의 콜린은 신동이다. 그는 지금 캐서린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이 여자친구는 그가 사랑했던 19번째 캐서린이다. 즉, 그는 지금까지 19명의 캐서린을 사랑했고, 19번 캐서린에게 차였다. 콜린은 자신의 캐서린에 대한 사랑을 수학공식으로 만들기로 한다. 그는 거의 유일한 친구 하산과 사랑의 공식 만들기 여행을 떠나게 된다.
많은 성장소설이 그렇듯이 성장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떠나 낯선 곳을 헤매 다니면서 낯선 인물을 만나 무언가 깊은 깨달음을 얻으며 진행한다. <이름을 말해줘>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콜린과 하산은 낡은 자동차를 직접 몰고 여행을 떠난다. 그러다 우연히 린지라는 한 여학생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집에서 같이 거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어른이 되어가는 청소년들의 사랑과 우정은 존 그린의 유쾌하고 가벼운 문체와 일반인의 머리에서는 나올 수 없는 지적인 대화를 마구 뱉어내는 주인공들의 언어로 이야기는 빠르게 흐른다.
캐서린만 보면 사랑에 빠진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콜린은 애너그램에 대한 강박처럼 캐서린들에게 사랑을 계속 확인하려 한다. 그렇게 사랑의 시작이 어떤 것인지, 사랑의 과정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는 청소년 신동의 눈에는 사랑은 특별한 공식이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을까?
그렇게 이들의 비틀거리는 귀여운 사랑 이야기는 결국 진정한 사랑(그 당시에는 제대로 된 감정의 흐름이었겠지만, 사실 나는 진정한 사랑이란 걸 잘 모르겠지만)을 찾는 것으로 끝난다.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과연 사랑이 뭘까를 다양한 방법으로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심지어 수학공식을 이용해서라도... 하지만 전편의 감동이 나한테는 너무 컸었는지, 이 작품에 대해서는 약간 평범함을 벗어난 정도였다는 느낌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