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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장腸 여행 - 제2의 뇌, 장에 관한 놀라운 지식 프로젝트 ㅣ 매력적인 여행
기울리아 엔더스 지음, 배명자 옮김, 질 엔더스 삽화 / 와이즈베리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00세 시대, 질병을 안고 오래 살아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그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우리가 접하는 뉴스마다 건강에 대한 소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어제 들었던 뉴스와 오늘 듣게 되는 뉴스가 다르다. 얼마 전까지 우유는 완전 식품이라고 떠들던 신문에서 우유가 건강을 해친다고 난리다. 도대체 어느 것이 맞단 말인가?
우리 몸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전무한 우리에게 뉴스에서 전하는 각종 건강에 대한 지식은 장날 약장수에게서 사는 만병통치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것만 먹으면 뭐든지 다 낫는다는 그들의 말과 지금의 뉴스와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한 의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해석 없이 직접 들어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런 자료를 접하는 것은 어렵다.
기울리아 엔더스라는 독일 학자의 <매력적인 장여행>은 그래서 놀라운 책이 될 듯하다. 우리 몸의 3대 중요한 기관인(책에 따르면 뇌와 심장 그리고 장, 이렇게가 중요한 기관이라고 한다) 장에 대해 저자는 쉽고도 유머러스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키득키득 웃다 보니 장에 대한 박사가 되더라~라고 하면 조금은 과장일까?
장은 면역 체계의 3분의 2를 훈련시키고, 음식물로 에너지를 만들며, 20여 종 이상의 호르몬을 생산한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매는 동안, 학자들은 연구 결과를 밀폐된 회의실에 모여 토론하거나 논문에만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연구 결과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널리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장에서 무슨 일이 벌이지고 있고, 어떤 새로운 발견이 있으며, 이 새로운 지식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친절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의 여동생이 그린 재미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장으로의 여행은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 된다.
인간의 심장과 뇌는 명성이 드높다. 심장은 신체에 혈액을 공급하기 때문에 생명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뇌는 순식간에 놀라운 생각들을 고안해내기 때문에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장은 어떤가. 두 걸작과 달리, 기껏해야 배설이나 담당한다고 혹은 배 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다 가끔씩 방귀나 뀐다고 괄시 받는다. 심지어 장을 창피해한다. 이러한 장에 대해 저자는 장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심지어 얼마나 경탄할 만큼 박수를 받아 마땅한 존재인지 설명하고 있다.
외괄약근과 내괄약근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그냥 인간의 이야기로 들린다.
내괄약근의 성품은 강직하다. 나가야 하는 것은 반드시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해석의 여지도 많지 않다. 반면 외괄약근은 늘 복잡한 세계를 다룬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어떤 화장실을 써도 상관없다. 아닌가? 아무래도 내 집 화장실이 편할까? 서로 방귀를 터도 될 만큼 잘 아는 사이가 아닌데, 굳이 내가 먼저 벽을 허물어야 할까? 지금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저녁에야 갈 수 있을 테고, 그러면 하루 종일 속이 불편할 텐데.......' 괄약근 이야기는 노벨상 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류의 기본적이 물음에 해당한다. 우리의 내부 섺\계는 얼마나 중요하고, 외부 세계와 잘 지내기 위해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을까?
변기 위의 바른 자세는 무엇일까?
내 주변에도 변비와 치질, 그리고 게실염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게실염 같은 대장질환이나 치질 혹은 변비도 거의 좌변기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그럼 왜 이런 질병이 생겼을까? 인간이 쪼그려 앉아 배변을 하지 않는 데서 이런 질병이 생겼다고 한다. 쪼그려 앉기는 선사시대 때부터 써온 자연스러운 배변 자세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리가 다시 자연스러운 배변 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 좌변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발밑에 다리를 올릴 수 있는 물건을 두고 허리를 앞으로 수그린 자세를 취하면 쪼그려 앉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좀 더 편안하고 빠른 배변시간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렵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의학지식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낸 저자의 능력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