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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미용실의 네버엔딩 스토리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9
박현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0월
평점 :
찰랑찰랑한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고 웃는 모습이 상큼했던 친구가 승무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친구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죽었다. 항공기 사고로. 망망대해에서 폭파된 항공기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고, 남은 이들은 어떤 것으로 죽음을 인정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은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가? 어떤 슬픔을 이겨내고 있는가?
이 이야기는 그런 항공기 사고 뒤에 남은 아이,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다. 그 아이는 부모를 모른 채 성장했고, 할아버지를 아버지로 알고 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홀로 남겨진 아이는 아버지의 유품 속에 있는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그 뒤에 적힌 메모대로 해리 미용실을 찾아가게 된다.
그렇게 서서히 밝혀지는 과거는 항공기 사고 후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미용실의 주인과의 만남이었다. 이 미용실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뭐 당연하게 아이의 아버지임을 읽어가는 중에 바로 알게 되겠지만, 청소년 소설의 그 뻔한 스토리가 대개 그렇지 않던가?
이 책은 그러했다. 어떤 우연한 사고 뒤 달라진 운명, 그 운명을 따라 길을 가던 아이가 새롭게 알게 되는 지난 과거의 진실,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과거를 맞닥트리면서 달라지는 주인공을 그려냈다. 그 사고 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시간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시간을 견디며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사고 이전의 시간과 사고 이후의 시간의 서로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겠지만, 우리는 그저 그 시간을 꾸역꾸역 살아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살아내는 것만이 견디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책의 표지에 이렇게 적고 있나 보다.
죽은 모습을 확인하지 못했으니 죽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마음, 죽은 사람에 대한 죄책감, 그래서 십육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간 속에서 여전히 살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을 알 거 같아요. 하지만 그걸 움켜잡고 있지 않아도 우리에겐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어요. 그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