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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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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매컬로 지음 |
강선재|신봉아|이은주|홍정인 옮김
교유서가 2015.07.20.
<로마의 일인자>는
작가의 이야기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1970년대 유명했던 <가시나무새>를 쓴 저자인 콜린 매컬로가 바로 <로마의
일인자>의 작가다.(<가시나무새>를 읽어보았지만 작가의 이름은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가시나무새>와
<로마의 일인자>는 언뜻 보기에 연관성이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콜린 매컬로는 <가시나무새>의 성공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외딴 섬에 정착해 오로지 연구하고 글만 썼다고 한다. 1990년대부터 2007년까지 근 20년을 연구와 조사에 공을 들여 쓴
죽음을 앞에 둔 역작이 바로 <로마의 일인자> 7부작이라고 한다. 연구와 자료조사를 하느라 시력을 잃을 지경이었다고 하니 그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거대한 로마사 중에서 기원전 110~27년의 약 80년간을 다룬다고 한다. 이 시기는
이른바 '체제 변혁기'다. (공화정체제였던) 왕이 없는 나라였던 로마가 일인자(황제)의 통치를 받아들이게 된 엄청난 변혁기에 정치가들, 그들의
가문,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내용이다.
사실 로마사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제는 로마사를 이야기할 때 또 한 권의 '소설'을 덧붙여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독자는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관을 그대로 따라가고 만다. 로마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에 지금의 우리나라가 2000년도 훨씬 전의 로마보다 못한 곳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콜린 매컬로의 <로마의
일인자>는 로마의 그 시대, 그 현장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우리는 그 속에서 로마의 문화, 정치제도, 관습 등을 눈으로 보고 냄새로
맡는 것처럼 실감 나게 느낄 수 있다. 가르치려 들거나 설명하려 들지 않는 역사교육의 장이 된다. 그리고 독자는 이곳도(로마) 우리가 사는 곳과
같구나, 신분과 재산의 제한 속에서도 인간의 욕망은 싹을 트고 서로의 욕망이 부딪치기도 하고 타협을 통해 살아남기도 했음을 알게 된다. 역사라는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가 한 축으로 또 사랑과 탈선과 욕망이 한 축으로 서로 어울리며 활기 있게 펼쳐진다. 특히 마리우스와 율리아의 사랑과 술라와
메트로비오스의 사랑(동성애)는 독자에게 사랑 이야기로 읽어도 좋다는 허용의 눈짓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분과 재력과 능력이 모두
겸비되어야만 지도층이 될 수 있던 로마에서 군 통솔력도 있고, 정치적 식견도 풍부하고 게다가 재력까지 있지만 다소 부족한 신분에 발목 잡힌
마리우스와 유서 깊은 가문의 자손이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던 카이사르가 결혼을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 나아가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게다가 파트라키지만 빈민가 수부라에서 자란 술라가 펠릭스, 즉 행운아라고 불리게 되는데, 겉에서 보기에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술라
주변의 인물들이 차례로 죽어가며 남겨 준 엄청난 유산을 술라가 상속받는 행운이 함께 했지만, 실은 그 행운은 독살과 음모라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술라의 노력 덕분이라는 어두운 이야기에 독자는 사로잡히고 만다.
<로마의 일인자>는
역사 책을 읽기가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도 아주 재미있게 드라마나 영화를 보듯이 로마사를 훑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절대 가볍거나
간략하게 역사를 다루지는 않는다. 작가의 글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용어조차도 문장 안에 녹여내어 굳이 각주로 설명해놓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어렵고 복잡한 정치상황도 신문기사처럼 취급하지 않고 편지글로 풀어놓음으로써 한층 가깝게 서술해놓았다. 아직 1권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1권보다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라 기대가 크다.
책 속 밑줄
긋기
p.61 돈,돈,돈 하지만
권력 역시 중요했다. 권력을 무시하거나 잊어서는 안된다. 어느 쪽이 먼저인가? 어느 쪽이 수단이고 어느 쪽이 목적인가? 아마도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쇠망해가는 로마를 다시 성하게 할 자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p.64 하지만 정직이 미덕인
시대와 장소는 따로 있는 법, 유구르타가 거래를 맺는 지금의 로마는 그런 시대와 장소가 아니었다.
p.104 가이우스 율리우스,
로마에 어쩌다 좋은 인물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잘려나가고 맙니다. 왜 그러겠습니까? 그가 가족, 파벌, 재산보다 로마를 더 아끼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마리우스와 카이사르의 대화
p.160 단지 이 혼인을 통해
내가 마침내 집정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오.
p.279 군대라는 것은 그
잠재력이 아무리 대단할지라도 결코 그들을 이끄는 사령관이 지닌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