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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책고집
최준영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인문학 광풍이 분다. 미친 바람처럼 앞도 뒤도, 밑도 끝도 없이 불기에 광풍이라는 말이 붙는 게 당연해 보인다. 인문학 열풍을 타고 책 좀 읽었다는 분들이 너도 나도 서평집을 내고, 인문학이라는 단어를 집어넣어 자기 계발서를 묶어낸다. 책의 제목에 혹해서 책을 구매했다가는 후회하기 십상이다. 그렇게 후회하며 책에 대한 책을 읽다 보니 책을 보는 눈이 조금 생겼나 보다. 얼마 전 읽은 인문학에 관한 책은 짜증이 나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한숨도 내지르며 책을 읽었다. 하지만 <최준영의 책고집>을 읽으며 그 복잡하고 힘들었던 마음이 치유되었다. 우선 이 책은 지루하지 않았다. 사유의 흐름이 어색하지 않았다. 턱턱 걸리는 문장이 없었다. 그의 말처럼 좋은 문장을 많이 읽어서 좋은 문장을 쓸 수 있었나 보다. 아니 그것보다도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다독을 경계하고 사색을 늘려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사색이 뒷받침되지 않고 여기저기서 좋은 문장을 끌어다 쓴 책은 턱턱 걸리며 읽기 힘들기만 하다.
사실 요즘은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정보와 지식은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를 시간을 내지 않아도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우리는 얼마든지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작가는 이 책에서 좋은 책을 읽는 것이 대가 없이 얻은 지식은 온전히 나의 것이 되기 힘들다고 한다. 기나긴 사색의 시간을 통해 얻은 지식이라야 오롯이 자신의 지적 자산이 되는 것이다. 또한 책을 읽는 시간은 사색과 상상의 시간이며, 작가의 이 책은 독서안내서나 서평집이 아니라 작가의 살아있음의 증거라고 밝힌다. 작가는 굴쓰기를 통해서 추억을 소환하고 살아있음을 확인하며 고통을 달래주는 치유의 시간이었음을 말한다.
나를 찾는 책 읽기, 앎을 찾는 책 읽기, 일상의 책 읽기로 나뉜 이 책은 개인적인 고민과 사회적 고민,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단상 속에서 어떤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드러난다. 하나의 주제를 둘러싼 여러 권의 책들이 서로 화음을 맞춘 듯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서로 다른 책 속에서 하나의 주제를 찾아 자신만의 사유로 풀어낸 작가의 글은 좋다. 작가가 강조한 디지털의 역설(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아날로그적 글쓰기가 중요해지는)이 지배하는 시대에 우리는 작가의 충고처럼 천천히 읽기 혹은 거듭해서 읽기, 변증법적 읽기(묻고 대화하고 분석하는 독서)로 단단한 독서를 할 필요가 있다. 읽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면 책은 사색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공부하는 50대로 살기로 한 작가처럼 독자는 각기 자신의 나이에 맞는 공부하는 00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답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