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자극적인 문장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모든 것을 하나의 원인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말은 자칫 위험하지만, 글을 읽는 독자나 글을 쓰는 작가는 상당히 재미있다. 논리의 전개가 심플하기에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이해하기 쉽다. 그 논리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뒤로하고.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은 '식물'에 대한 이야기다.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그리고 튤립.
초강대국 미국을 만든 '악마의 식물' 감자,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빨간 열매 토마토, 대항해 시대를 연 '검은 욕망' 후추, 콜럼버스의 고뇌와 아시아의 열광 고추, 거대한 피라미드를 떠받친 약효 양파, 세계사를 바꾼 '두 전쟁'의 촉매제 차, 인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 사탕수수, 산업혁명을 일으킨 식물 목화, 씨앗 한 톨에서 문명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 볏과 식물, 밀, 고대 국가의 탄생 기반이 된 작물 벼,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식물 콩,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 옥수수,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 튤립
지금은 평범해 보이는 이 식물들로 인해 역사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특히 차를 둘러싸고는 두 번의 큰 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목화는 또 어떠한가?
감자가 한때는 '악마의 식물'이었다고 한다. 이 악마의 식물은 종교 재판정에 서게 되었는데, 스스로를 변호하지 못하는 이 작은 식물에게 재판장은 유죄 판결을 내렸고, 화형이 형벌로 내려졌다. 유죄를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생물이 암수의 조화로 자손을 남기는데 감자는 줄기만으로 번식한다는 점이 그 근거였다고 한다.
이러한 오명이 쌓인 감자가 사실은 흉년에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정도로 중요한 식품이 되기까지 많은 이들의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감자를 대중에게 보급하려다 솔라닌 중독으로 죽을 뻔했던 엘리자베스 1세의 노력, 군인들을 감자밭에 경계를 서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감자를 귀족들만 먹을 수 있다는 공고를 내려 사람들이 귀족이 먹는 것을 호기심에 먹어보려고 하는 심리를 역이용해 감자를 보급했던 프리드리히 2세, 감자꽃을 꽂아 장식을 하며 감자 홍보에 열을 내었던 루이 16세, 그리고 그의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이들의 노력으로 전 세계인들은 감자를 주식으로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그저 관상용이던 토마토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도 재미 있다. 그리고 열매를 먹지만 과일이 아니고 채소인 이유가 글쎄... 재판에서 과일이라고 생각한 쪽이 졌기 때문이다. 토마토가 과일이 아닌 이유는? 디저트가 아니라서. 실은 그 뒤에는 관세라는 게 있었다. 당시 미국정부는 채소에는 관세를 부과했으나 과일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후추의 나라 인도를 찾아 항해를 떠난 콜럼버스가 도착한 곳은 아메리카 대륙, 자신이 도착한 곳이 인도가 아님을 믿기 싫었던 콜럼버스는 그곳에 사는 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부르고 결국 찾지 못한 후추 대신 그 비슷한 과도 아닌 고추를 푸른 후추라고 불렀던 듯하다. 그렇게 원하던 후추와 이름이 비슷한 고추를 찾았으면 널리 애용을 하던지... 유럽보다 후추는 아시아에서 더 많이 쓰였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평범한 식물들이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을 만들고 바꿀 수 있었던 까닭은 '후추'처럼 특정 시대마다 특정 식물에 인간의 들끓는 욕망이 모이고 강하게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사가 변한 것은 '후추 때문'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후추를 향한 인간의 '검은 욕망'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