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결정의 조건 - 세상 모든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단순한 규칙
도널드 설.캐슬린 M. 아이젠하트 지음, 위대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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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결정의 조건-주먹구구 규칙

2016.04.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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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단순한 규칙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지진이 난 현장에서 부상자를 분류하는 장면을 보았다. 트리아지(재난현장 중증도 분류)는 부상병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우선순위에 입각한 치료 절차다. 의료진들은 밀이나 커피콩 같은 상품을 품질에 따라 구분하는 것처럼 몇 가지 단순한 규칙에 의거해 부상병을 3~4개 범주로 빠르게 구분하고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그리고 부상의 심각성에 따라 각각 다른 색 표식을 부상병에게 붙인다. 치료 우선순위 규칙은 개인과 조직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사용하는 '주먹구구 규칙'의 훌륭한 사례다. 필자들은 이 규칙을 '단순한 규칙'이라고 부른다. 엄청난 재난의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복잡한 매뉴얼이 아니라 이렇게 단순한 규칙이다. 이 단순한 규칙은 우리 생활의 여러 부분에서 힘을 발휘한다.

단순한 규칙의 힘

단순한 규칙은 왜 힘을 발휘하는가?
단순한 규칙은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정보 처리 방식을 단순하게 만들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지름길 전략이다. 단순한 규칙의 효과가 뛰어난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융통성을 부여한다. 둘째, 주어진 상황에서 더 나은 판단을 이끌어낸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규칙은 공동체 구성원 각각의 행동을 그때그때 조율한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마저 복잡성을 관리하느라 매일 고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옷을 다 버리고 단지 몇 벌만 가지고 생활한다거나, 심지어 책 또한 다 버리고 몇 십 권만 남기라고 한다거나, 삶을 단순하게 만들라는 조언을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언이 복잡성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통찰력을 주지는 못한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단순한 규칙'은 현대 사회와 뗄 수 없는 복잡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다.

단순한 규칙의 힘으로 성공한 사례들


예수회의 예를 들어보자.
당시 다른 수도회들은 대부분 회원들의 일상을 하나하나 상세히 지시하는 규정을 공포했다. 베네딕도회는 기숙사의 침대 배치 방법부터 저녁 식사에 나오는 음식 가짓수에 이르기까지 회원이 지켜야 할 수백 가지 사항을 총 73개 장에 걸쳐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놓은 규정집이 있었다. 그에 비해 예수회는 소위 기본법 초안의 다섯 문단을 통해 사명을 말했다. 첫째 '사람들을 돕는다. 둘째 예수회의 상징인 학교를 건립한다. 셋째, 회원들이 매일 모여 기도를 올릴 의무를 없앤다. 예수회의 단순한 규칙은 베네딕도회나 도미니코수도회의 광범위한 규정과 비교하면 가짓수가 매우 적어 개인에게 판단할 자유를 부여하고 융통성을 극도로 강조했다. 그 결과 예수회는 적응하고 혁신하며 예상치 않은 기회를 잡는데 기존 수도회들보다 뛰어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예를 들어 단순한 규칙이 갖는 힘을 말하고 있다. 세법이 복잡한 나라일수록 탈세율이 높다거나, 다이어트처럼 의지력이 필요한 문제는 단순한 규칙이 효과적이다는 개인적인 부분에까지 다양하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런 단순한 규칙을 만들고 싶어지게 된다. 특히 회사의 경영자일 경우 우선 우리 회사에 어떤 규칙을 만들어 적용해볼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경영자 혼자 떠오르는 생각을 적을 뒤 마치 십계를 들고 산에서 내려온 모세처럼 규칙이 새겨진 석판을 들고 나오면 안 된다. 규칙을 만들 때 상명하달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큰 실수다. 우선 인원이 4~8명 정도 되는 팀을 구성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구성원들의 다양한 통찰과 시각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

단순한 규칙은 자유를 선사한다.

단순한 규칙은 체계를 최소한으로 제공하면서 재량을 행사할 여지를 충분히 남기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낸다. 반면 복잡한 규칙은 모든 사태를 예측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지시하므로 사람들은 들은 대로만 행동하는 로봇으로 만든다. 인간의 재량은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복잡성을 상대할 때 가장 큰 기대를 걸 만한 희망이다. 사람들은 매일 마주치는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과 창의력을 적용할 기회가 생길 때 성장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활의 몇 가지 팁을 얻었다. 요즘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부터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이 책에서 얻은 한 가지 팁이라면 개선하고 싶은 영역을 설정하고 단순한 몇 가지 규칙을 정하라는 것이다. 몇 kg을 감량할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25cm 한 접시 분량의 음식만을 먹는다는 규칙만을 지킨다는 것이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 딱 필요한 조언이지 싶다.

심플, 결정의 조건

저자 도널드 설, 캐슬린 M. 아이젠하트

출판 와이즈베리

발매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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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 - 처음 만나는 에티카의 감정 수업
심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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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 삶은 조금 고달프다. 바쁜 것도 한 이유가 되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래저래 상처도 받게 된다. 나는 잘 하고 있는데, 노력하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은 그것도 몰라주고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미움이 자꾸 쌓여갔다. 미운 데는 많은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 왜 저렇게 하고 있는지, 왜 말은 그렇게 하는지, 돌이켜보면 별것도 아닌데 나는 기분이 상해 있었다. 이런 때는 책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잡은 한 권의 책은 잠을 줄여서라도 읽어보고 싶었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스피노자의 철학을 조곤조곤 쉽게 말하듯이 나에게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렇게 읽게 된 것은 부드럽게 이어지는 문체 때문이기도 하고, 스피노자의 철학 때문이기도 했다.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은 철학자가 쓴 철학 인문서가 아니다. 저자는 철학을 좋아하는 그래서 공부하는 의사다. 많은 철학자 중에서 스피노자와 니체를 가장 좋아한다는 저자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어렵게 쉽게 풀어주고 있다. 간혹 철학서를 읽다 보면 단어의 뜻을 이해하느라 더 힘든 경우가 많다.(철학자들은 저마다 새롭게 단어를 정의하며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런 것은 찾아볼 수 없다. 편하게 읽다 보면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이러다가 진짜 서점에서 에티카를 찾아볼 것 같다) 전에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으면서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대해서 약간 들어 둔 기억이 남아있어서인지, 스피노자의 감정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다. 저자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크게 기쁨과 슬픔으로 나뉘며 거기에서 세부적인 감정을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감정이란 '관계를 통해 변화하는 삶의 의욕을 정확히 나타내는 눈금'이다. 결합관계로 인해 삶의 의욕, 즉 코나투스가 증가하는 것이 기쁨이며 해체 관계로 인해 코나투스가 감소하는 것이 슬픔이다. 이 세상에 그 자체로 선한 것도 그 자체로 악한 것도 없고 관계에 의해서 그것이 가려진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교만과 오만에 대한 내용이었다. 평가하기, 규정짓기, 선 긋기는 교만과 오만에서 비롯된다. 교만은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 정당한 것 이상으로 느끼는 데에서 생기는 기쁨이다. 주위에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 않는가? 그들은 모든 사안을 자기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어 한다. 그런 교만은 남들에 대한 자신의 무지의 고백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는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어느덧 끝이 나버리는 재미있는 강의같이 그렇게 끝나버린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다가 강사의 마지막 멘트를 들으면서 손뼉을 치고 돌아서는데 그 강연을 정리해서 말해보라고 하면 '정말 좋았어. 네가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뭐라고 설명할 수 없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강연 같다. 같이 공감하고 손뼉을 치고 흥분한 그 기분은 직접 들어야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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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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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오려 하는고야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슴하리오


이것은 소설 속 주인공 은화가 마치 자신을 읊을 듯하게 기억하는 시조다. 하지만 이 시조의 뜻처럼 은화의 삶은 꽃처럼 아름답고, 쓸어버리지 않고 보고만 싶은 그런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 권비영 님이 일본 폐광촌에서 바람에 떨어진 피처럼 붉은 꽃 한 송이를 보고 쓰게 되었다는 소설 <몽화>는 1940년대 영실, 은화, 정인이라는 세 소녀를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를 살던 젊은이를 그리고 있다. 교사를 꿈꾸는 똑똑한 영실은 가난 때문에 국밥집을 하며 사는 억척스러운 이모네에 맡겨진다. 그녀가 새롭게 알게 되는 친구인 은화는 기생집 수양딸로 자신도 기생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꿈을 꾸는 어여쁜 소녀다. 그리고 또 한 인물 정인은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아버지를 둔 부유한 소녀다. 이들이 겪게 되는 1940년대의 한국은 이 세 소녀를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으로 만든다. 작가의 꿈을 꾸던 은화는 기생이 되기 싫어 집을 나가지만 일본군 위안부로 일본으로 끌려간다. 이모네 국밥집에 맡겨져 살던 영실은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고, 부유한 아버지 덕에 프랑스 유학을 하던 정인은 또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앞두게 된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라는 용기 있는 고백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위안부 문제는 올해 가장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한일 정상의 위안부 합의 이행에 대한 소식과 함께 위안부를 다룬 '귀향'이라는 영화의 흥행, 그리고 위안부를 다룬 한 교수의 책에 대한 출판,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그리고

 <몽화>까지.... 우리나라의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진정 어린 사과를 받아내고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을 함께 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의 사과는 없었다고 봐야 하고 배상이라는 것 또한 거부되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의 대응도 문제지만 그 방향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올해 배포된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군 위안부 표현이 삭제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원래는 '전쟁터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 노예가 되었다'였는데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젊은 여성들은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성 노예라는 말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엄연히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배워야 옳은 것인가? 작가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귀향이라는 영화 그리고 정부의 합의 그리고 그것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반응을 알고 있으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발걸음을 옳은 방향으로 돌리는 데 이 책이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바람에 떨어진 꽃잎이 꾸는 꿈,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역사에 기록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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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당신이 옳다 - 이미 지독한, 앞으로는 더 끔찍해질 세상을 대하는 방법
자크 아탈리 지음, 김수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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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나 당신이 옳다

작가
자크 아탈리
출판
와이즈베리
발매
201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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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으로 대통령을 뽑는다면 아탈리가 일등"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학식이 깊다는 자크 아탈리, 그는 세계가 자문을 구하는 유럽의 지성이다. 국제정세, 미래예측, 경제전망뿐만 아니라 소설, 에세이, 희곡에 대한 60여권의 책을 출간했고, 최근에는 오케스트라 지휘까지 섭렵한 '르네상스적 인물'이다.

이런 그는 현시대를 중세의 암흑기로 진단했다. 최첨단 기술혁신이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도움을 준다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일자리는 없어지고 감시와 통제가 더욱 용이해져 악의 부상을 피할 수 없다. 심지어 그는 전 세계의 '소말리아화'를 예측한다. 갈수록 진행되는 민영화로 인해 국가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 국가가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시장은 세계화되는 데 반해 국가는 지역에 국한된다. 소말리아처럼 법규범을 적용할 능력을 상실한 뒤 세상은 전쟁광, 마피아, 종교적 근본주의 세력, 온갖 테러리스트에게 땅과 바다를 넘겨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체념할 것인가? 반항할 것인가? 자크 아탈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가 무능하고 정치인들은 공약을 남발하는데도 불구하고 이기적인 공공 서비스 소비자들이 되어서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마치 예술작품을 꿈꾸듯 자신의 삶을 꿈꾸며 직접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자크 아탈리는 수많은 '자기 자신되기'를 실천한 사람들을 불러내고 있다. 비발디, 모짜르트와 같은 음악가에서 피카소, 프리다 칼로 같은 미술가, 그리스의 사상가들에서 근대의 사상가인 몽테뉴와 루소, 유대교와 불교와 같은 종교까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예를 들고 있다. 대부분 5~6줄로 수많은 일화를 소개하고 있지만, 자크 아탈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기가 소외되고 있다는 것에 눈을 뜨고, 스스로를 존중하고 다른 누구에게도, 아무것에도 기대하지 않고, 나만의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며, 참된 자신을 발견해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한 "자기 자신되기"의 다섯 단계다.

긴 역사와 여러 사람들을 불러내며 자크 아탈리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헬지구'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에서 탈출할 수도 없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니 체념하고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 말고 반항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 언급된 솔론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진보하여 삶을 벗아나는 법을 배운다면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므로 더 나은 상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 길에 접어들었기 대문에 훨씬 고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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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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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위대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다. 러셀은 <서양철학사> <수학의 원리>등 전문적인 책 말고도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게으름에 대한 찬양>, <결혼과 도덕> 등 대중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많이 썼다. 너무 위대한 학자라서 그의 책을 감히 읽어볼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얼마 전 <게으름에 대한 찬양>을 읽고서 재미있는 그의 글에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해서 아이도 있는 나에게 <결혼과 도덕>은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아니었지만, 버트런드 러셀의 이야기이기에 듣고 싶어졌다.

러셀은 산업혁명이 성 윤리에 영향을 주었고, 중세의 기독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성 윤리는 새로운 요인이 발생했기에 재고해봐야 한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새로운 요인이 발생하면 과거의 지혜는 현재의 지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둔한 것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러셀은 19장의 본문에서 성의 역사와 사회와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종교적인 문제를 조목 조목 짚어준다. 어머니가 지배적인 관계였던 시대가 부성이라는 전혀 새로운 요인(권력욕과 죽음을 뛰어넘으려는 욕구가 내재된)이 만든 가부장적인 제도의 시대가 되게 된 것, 기독교와 같은 종교에서 시작된 성에 대한 금욕주의는 간음의 죄를 예방하기 위해서였고, 금욕주의는 오히려 성을 추잡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성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두는 것, 성관계를 인류가 타락했기 때문에 받는 벌이라는 인식을 주는 인습적인 태도가 사랑에 대해, 성에 대해 왜곡된 생각을 갖게 했다. 러셀은 결혼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경찰관 행세를 해온 데 있다고 말한다. 러셀은 이 책을 쓴 당시에는 파격적일 만한 주장을 한다. 이른바 '우애결혼'- 아이를 낳지 않고 살다가 하는 이혼은 언제든지 합의에 의해 가능해야 한다-이다.

'성적인 면에서 서로 적합한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평생 이어갈 관계를 맺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새 집을 보여주지도 않고 매매 대금을 완납하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다.'p.149

앞으로 부성이 점차 사라질 것을 예상한 대목은 더욱 재미있다. 자식에 대한 교육이 이미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아버지의 권한과 역할에 국가가 점점 더 많이 개입하고 있으니 부성이 남성들의 삶에서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국가 개입이 갈수록 확대되어 자식을 낳는 것도 국가가 그 비용을 치르는 것이 마땅하다는 대목에서 이분은 얼마나 시대를 앞서서 생각하고 있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러셀은 이혼과 결혼한 이들의 또 다른 사랑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아이가 관계되지 않는 이상, 괜찮다는 입장이며 그 정도는 서로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러셀의 삶 그리고 그의 사랑과 결혼이 궁금해졌다. 역시 러셀은 보수적인 귀족사회의 일원이었지만 네 번의 결혼, 그리고 여러 번의 외도를 경험했다. 자신도 결혼한 상태에서 다른 여자를 임신시키고 부랴부랴 이혼한 경험도 있고, 아내가 다른 남자와의 외도로 두 명의 아이를 낳은 적도 있었다. 러셀의 마지막 부인의 러셀의 친구 루시 도널리와 동거했던 이디스 핀치였다. 자유로운 사랑과 결혼이 러셀의 삶에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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