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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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오려 하는고야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슴하리오


이것은 소설 속 주인공 은화가 마치 자신을 읊을 듯하게 기억하는 시조다. 하지만 이 시조의 뜻처럼 은화의 삶은 꽃처럼 아름답고, 쓸어버리지 않고 보고만 싶은 그런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작가 권비영 님이 일본 폐광촌에서 바람에 떨어진 피처럼 붉은 꽃 한 송이를 보고 쓰게 되었다는 소설 <몽화>는 1940년대 영실, 은화, 정인이라는 세 소녀를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를 살던 젊은이를 그리고 있다. 교사를 꿈꾸는 똑똑한 영실은 가난 때문에 국밥집을 하며 사는 억척스러운 이모네에 맡겨진다. 그녀가 새롭게 알게 되는 친구인 은화는 기생집 수양딸로 자신도 기생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꿈을 꾸는 어여쁜 소녀다. 그리고 또 한 인물 정인은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아버지를 둔 부유한 소녀다. 이들이 겪게 되는 1940년대의 한국은 이 세 소녀를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으로 만든다. 작가의 꿈을 꾸던 은화는 기생이 되기 싫어 집을 나가지만 일본군 위안부로 일본으로 끌려간다. 이모네 국밥집에 맡겨져 살던 영실은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고, 부유한 아버지 덕에 프랑스 유학을 하던 정인은 또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앞두게 된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라는 용기 있는 고백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위안부 문제는 올해 가장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한일 정상의 위안부 합의 이행에 대한 소식과 함께 위안부를 다룬 '귀향'이라는 영화의 흥행, 그리고 위안부를 다룬 한 교수의 책에 대한 출판,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 그리고

 <몽화>까지.... 우리나라의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진정 어린 사과를 받아내고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을 함께 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의 사과는 없었다고 봐야 하고 배상이라는 것 또한 거부되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정부의 대응도 문제지만 그 방향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올해 배포된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군 위안부 표현이 삭제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원래는 '전쟁터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 노예가 되었다'였는데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젊은 여성들은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성 노예라는 말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엄연히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배워야 옳은 것인가? 작가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귀향이라는 영화 그리고 정부의 합의 그리고 그것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반응을 알고 있으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발걸음을 옳은 방향으로 돌리는 데 이 책이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바람에 떨어진 꽃잎이 꾸는 꿈,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역사에 기록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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