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명인열전 1
박행달.구본갑 지음 / 앤터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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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점점 복잡해져가고 속도전을 하고 있을 때 오히려 천천히를 부르짖으며 산으로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의외로 젊은이들이 귀농귀촌을 선택하여 새로운 삶을 모색한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비록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조금은 달라진 풍속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주변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어느정도 나이가 되면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나 또한 그런 소망을 가지고 있으며 차차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고른 책이 지리산 명인열전.

 2년전 지리산 둘레길이 한창 떴다. 1박 2일팀이 지리산 둘레길에서 한바탕 재미있게 놀고 간 터라 모두들 둘레길 한번 걸어보자고 달려갈 때 거기에 우리팀도 끼어있었다. 지리산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이야기가 공지영 작가가 신문에 연재했던 공지영 지리산 행복학교였다. 공지영이 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떠나 자발적으로 산속으로 들어가 사는 조금은 독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어쩌면 반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책을 택배로 처음 받았을 때 드는 느낌이었다. 촌스러운 표지와 글씨체, 그리고 너무 크다 싶은 책의 크기, 내용을 보기 전에 겉모습에서 느껴지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책 내용은 어떨까하는 궁금함이 생기기도 전에 실망감이 가득하여 책을 읽기전 선입견만 생기게 되었다. 책내용편집에 있어서도 대학교때 답사가기전 자료집을 보는 듯한 아마추어적인 편집에 또 한번 실망하니 읽고 싶은 생각이 절반은 달아난 듯 하였다. 그렇지만 책을 쓴 사람의 정성을 생각하니 선입견은 버리고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마흔네마디의 이야기들이 엮어있다. 만나는 사람(인터뷰한 사람)이 적어도 43명 이상은 되었다. 한사람을 제대로 아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텐데 어땠을까하는 걱정은 책을 읽는 내내 책속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너무 기대가 컸던건 아닐까, 그럼 이 책은 누구를 위해서 쓰여졌을까? 왜 썼을까?하는 의문만 남아버렸다.

 작가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의외의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명인이라면 명인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충분한 스토리 또한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보여주는 세계는 상당히 독특하고 괴이하여 기인열전 쯤에 나와도 될 듯하고, 삶의 일부는 현대인의 귀감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뷰한 녹취록을 푼 한글파일에 검색을 통한 지식을 덧붙여놓은 듯한 서술에 실망감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글쓰기는 독자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터뷰대상과도 소통이 이루어져야 진실성이 묻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쓰려는 노력이 없어 낯설고 어색한 단어들이 많았고 시집을 상재했다는 말에서 상재는 검색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단어였다. (상재는 출간한다는 말의 속어라고 한다.)그 외에도 도학적인 이야기나 불교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편안하지 않은 단어로 되어 있어 집중을 방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나로 시작하는 글의 작가는 이 책의 두 저자가 아니었다.(p.53-조봉래 국무총리실 부이사관 귀거래사) 이 글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었고 이 글은 이분의 업적을 자랑하는(?)듯한 글로 되어있어 왜 여기에 실려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지리산 조망공원휴게소 이야기에서는 왜 이런 걸 넣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휴게소 2동 330㎡,화장실2동 200㎡,전망대 1식,주차장 3,000㎡~등으로 구성되어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지만 에피소드를 나열하고 비범함과 특별함으로 채우려다보니 무리수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산에서 나는 약초나 나물 등이 모든 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으로 변해버린 것이며 도인이 알몸으로 목욕하는 사진이며 (국립공원에서 목욕은 안되지 않나?) 식물도감에서 베낀듯한 설명들이 그러하다.


 그렇지만 그래도 건질 것이 있다면 어디에도 잘 소개되어 있지 않은 지리산 여기 저기의 식당들과 이 분들의 함양에 대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우리가 말하는 작품성과 문학성에서는 떨어지고 흔히 잘 쓴 글은 아니지만 함양에 살고 함양을 사랑하는 사람들 지리산 산자락에 둥지틀고 사는 그 분들에 대한 기록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의미있는 책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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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다니엘 포르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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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대개 너무 진지한 편이다. 그래서 코미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개그콘서트를 보고서도 도무지 웃기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코미디영화는 그닥 재미있지 않다. 특히 블랙코미디를 보면서는 어디 어떻게 웃기려 하는지 보자하는 심사를 가지고 쳐다보니 웃길리가 있나? 아주 나쁜 관객일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볼 때도 나는 나쁜 독자로 시작했다. 기발하다네! 얼마나 기발하나 보자! 하고. 더군다나 죽음이라는 무겁디 무거운 주제로? 

   우리 주변에는 죽음이 항상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느끼게 되었다. 아 우리 주변에는 죽음이 넘쳐나는구나! 오늘도 우리 남편은 친구의 와이프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36의 나이로 심장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갑자기 죽게 된 것이다. 어린 아이 둘과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 이런 죽음을 어떻게 가볍게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나는 죽음은 사실 이렇게 가슴아프게 주인공이 느끼지 않는다. 모기나 풍뎅이의 죽음. 나무 네 그루 중 하나의 죽음, 세포의 죽음, 전구, 정자의 죽음,각질, 낙엽, 멸치 뭐 이런 것들은 굳이 죽음이랄 것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심지어 피곤해 죽을 지경이 된 나, 배가 고파 죽을 것만 같은 나 이런 말들은 죽음을 한페이지에 하나씩 넣기 위해 억지를 쓰는 군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니 우리가 죽음이라는 의식을 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의 감정이입에 따라 얼마든지 죽음이라 부를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못쓰게 되어 버리는 엠피쓰리, 옷가지, 필기도구 등등.

우리 조상님 또한 항상 옆에 두고 쓰던 바늘이 죽었다고 조침문이라는 돌아가신 바늘에 바치는 글을 쓰지 않았던가... 

그렇게 보기 시작하니 작가의 상상력에 웃음이 나온다. 어쨌든 작가는 거의 한페이지에 하나씩 죽음을 넣어놓았다.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도대체 어떤 죽음을 끼워넣었을까 찾아보는 재미도 있으니 색다른 책이 아닐 수 없다. 

 주인공에게 죽음이 따라다니는 걸까? 아니면 주인공이 죽음을 쫓아 다니는 걸까? 처음에는 죽음이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듯 하지만 이제는 주인공이 죽음을 찾아내는 듯하다. 신도 죽었다. 왜? 니체가 죽였으니까에 푸하하 웃고 말았다. 또 재미있는 죽음의 예를 찾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주인공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관심을 갖는다.

 책에서 내 맘이 뜨끔해지는 말이 있었다. 집안에 키우는 화초를 죽인 일. "내일 하지 뭐" 하고 이 비극적인 말을 반복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나를 합리화시키면서 죄없는식물의 생명을 앗아가버렸다는 죄의 고백. 내일은 꼭 물을 줘야겠다(줄 수 있을까? )

죽음을 한 페이지에 한가지씩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우울하지 않은 책. 색다른 웃음을 주는 책을 오늘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읽었다. 그리고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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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 곳 - 테오의 여행테라피
테오 글.사진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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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한다. 그림도 배우고 싶고 악기도 하나쯤 멋지게 연주하고 싶고 또 요즘에는 사진도 찍고 싶다는 자기만의 로망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나는 사실 멋진 사람만 보면 다 따라해보고 싶어진다. 그림,음악,사진,글,노래,춤 등. 내가 뭐든지 생각하는대로 저지르는 성격이었다면 아마 난 이런 것들 해내느라 엄청 바빠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우유부단한 편이라 머리속으로만 갈망하니 뒷수습할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건이 되면(정말 여건이 어느정도만 된다면 _ㅋㅋ 이게 사실 애매한거지만) 가장 해보고 싶은 게 여행하며 글쓰는 일이다. 그래서 여행기라면 일단 챙기고 본다. 글로라도 떠나보고 싶은 욕망때문에. 
그런 나에게 바로 거기쯤이야 너를 기다리는곳이란 책은 나에게 어서 가져가라고 손짓을 하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게 너무도 당연한게 아니겠는가? 또 하나의 로망인 여행을 하기위한 필수품인 사진이 이쁘게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엉덩이가 들썩거려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커피한잔 들고 공원으로 나갔다. 그래 이렇게라도 떠나야 책을 읽는 맛이 나지. 게다가 여행이 테마인데.
코에 바람이 들어가니 책여행도 나름 행복한 여행이 되어주었다. 
이 작가는 삶의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결정하지 못할때 볼리비아의 티티카카호수 마을에 머물다 오라는 처방을 한다. 그러나 난 지금 딱히 선택을 앞두고 있지도 않으니 내맘대로 책을 읽고 있었다. 볼리비아. 티티카카 호수마을에서 양철통을 돌려 만드는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공주처럼 놀란 눈으로 길을 걷고 싶기도 하고 바다를 빼앗긴 볼리비아가 해군을 없애지 않고 마음의 바다를 지키고 있는 호숫가 해군기지를 방문해 박수라도 쳐주고 싶다.얼마나 멋진 일인가?
얼마전 싼마오의 흐느끼는 낙타를 읽고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어졌다. 이 책에 나오는 두 곳이 아프리카라 너무 반가웠다. 지금 아프리카로 떠날 수 있는 것처럼. 칼리처,남아프리카공화국 . 원래 자신들의 땅이었던 곳에서 쫓겨나 새롭게 자리한 그 곳. 자기네 땅에서 벌어지는 영국과 네덜란드의 싸움에 오히려 자신의 땅과 다이아몬드같은 자원마저 잃고 백인우월주의밑에서 노예로 살아야했던 이들이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가진게 없고 빼앗기고만 살았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낀다. 작가는 행복해지고 싶으면 이곳으로 가라했지만 나는 이곳에서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작은 일인시위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프리카 케이프타운 근처 하얀 모래사막 아틀란티스 샌듄.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졌을 때 가보라는. 난 이곳을 혼자 가보고 싶다. 흰 모래사막을 맨발로 걸으며 아무런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보고 싶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지금 내가 사는 이 현실도 사방 보이지않는 사막일텐데 눈을 뜨고 걷고 있는지 눈을 감고 걷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 길을 쌩얼로 만나보는 용기를 내 보고 싶다. 
이 책처럼 어떤 처방을 가지고 여행을 가지않아도 좋겠다. 어차피 떠남으로써 우린 나아지는 기분을 느낄테니. 그곳이 이 책에 나온 곳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으리라 . 
우리가 무언가를 얻기위해 달리기만 했다면 잠깐 멈춰 아무것도 갖지않기로 하는 것도 비우는 것도 좋을 것임을 여행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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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스타일 - 지적생활인의 공감 최재천 스타일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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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때론 작은 공통점만으로도 어떤 사람과 친해지기도 한다. 등산을 좋아한다거나, 영화를 좋아한다거나, 아니면 책을 좋아한다거나 . 거기에다 관심이 같아도 쉽게 친해진다. 그렇게 친해지다보면 내가 관심갖지 않았던 분야도 친구에 의해서 관심갖게 되고 또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이 책이 그렇다. 단순히 통섭이라는 말을 듣고 내가 생각하는 학문의 자세와 같은 생각이라는 동질감과 자연과학자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정말 과학책을 읽어봐야겠다 재미있다로 변해버렸다. 또 한명의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고나 할까?


 제목이 최재천스타일이라는 말이 요즘 유행하는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듯 하지만 나온 시기가 비슷한 거 보면 딱히 그랬다는 의심을 지워도 될 듯하다. 워낙 이분이 이 세계에선 독특하신 분인가보다하는 느낌만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반절이상이 그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이며 나머지가 그의 생활과 생각등이다.

 최재천의 관심은 거의 모든 것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듯 싶다. 글쓰기, 강연, 춤,강아지,생명,지구,꽃,동물,벌레,까치,책,교육,고령화까지 그가 만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고 생각한 것들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주장하는 통섭처럼 과학한가지만 파는 그런 학문이 아닌 인문학 뿐만 아니라 예술, 그리고 심지어는 대중문화까지도 아우르는 열린 마음을 가진 자만이 요즘 시대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더 아름답고 더 건강하고 더 똑똑해지려는 유전자의 전략은 이제 섞이는 쪽으로 진화했다. 


 작가의 생명에 대한 사랑도 본받을 만하지만 이제 100세시대를 맞아 은퇴와 정년이라는 단어를 빼고 여생을 다시 설계하자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은퇴없는 삶을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우리는 알아야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면 알아야 오래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소통하고 스마트하게 나머지 인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해야겠다.

 

 전체적으로 짧은 글과 이야기로 되어있어 읽기에 크게 부담은 없지만 과학책에 많이 치우쳐있는 책소개글이 어쩌면 살짝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도 우리가 가져야 할 지적소양이라 생각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알아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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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
존 도커 지음, 신예경 옮김 / 알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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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의 긴 독서가 오늘 드디어 끝났다.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을 읽어보겠다고 용감하게 덤벼보았다. 신문에서 만나게 되는 9.11사태나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침공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등에 대해서 나름 한목소리를 내면서 부당함과 문제점을 이야기하곤 했고 그 역사적인 원인까지 짚어보려했었기에 쉽게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읽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읽다가 지쳐 던져두다가 또 달라들어 읽기를 며칠.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것, 이해가 잘 안되는 것은 바로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해 알아가며 읽기 시작하다보니 중간부터는 속도도 붙고 재미도 있었다. 어느정도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많은 고전 뿐만 아니라 많은 참고자료를 언급한다. 그 자료들 어느 하나도 쉬운 게 없다. 심지어 이름조차 생소한 것들이 많았고, 고전이라고 하는 것들은 내가 공부하고 읽어야 할 것들이 아니라 고매하신 학자들이나 읽고 연구하고 우리는 그저 제목만 알고 있어도 꽤 유식하다는 평을 들을만한 것들이었다. 예를 들어보면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추축국의 유럽 점령지 통치> 라파엘 렘킨으로 시작하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키케로의 <국가론>,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타키투스의 <아그리콜라 전기>와 <게르마니아>, 구약성서, 제인구달의 <곰베의 침팬지>,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까지 방대한 양의 저서를 넘나들고 있어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저자가 언급한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아도 별 문제는 없었다. 

  저자는 늘 관심을 가져온 문제 즉, 식민지화,정복,제국,제노사이드 같은 집단 폭력현상을 규명하고자 가능한 멀리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기원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래서 영장류동물학,진화론,세계 역사를 두루 살펴본다. 그러다 보니 문학,문화 그리고 역사를 다룬다. 이 책의 목표는 신체적 폭력을 비롯하여 언어와 문화,생각,관념,개념,서사, 이미지 등에 내재한 폭력을 포함한 집단간의 폭력을 환기하고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제노사이드(가장 중요한 개념이므로 설명을 해둔다.-이 말은 genos(부족,인종,)+cide(죽임,살해)의 조합으로 한 집단의 생명을 지탱하는 필수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해 치밀한 계획아래 자행되는 여러가지 행동을 말한다. 대량살인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국가권력이 주도한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체신학,피해자학,선민,약속의 땅,문화전달자,명예로운 식민지화의 개념을 설명한다. p.26참조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의 저술에서 수많은 식민지화의 사례를 알 수 있고 전쟁과 제국의 건설로 인한 집단 간의 폭력과 제노사이드를 반대하고 비판하는 이야기를 비롯해, 폭력이란 마땅히 취해야 할 행동이 아니라는 관점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그대의 왕은 공정한 사람이 아니다. 만일 공정한 사람이었다면 남의 땅을 탐내지도 않았을테고,아무 죄없는 민족을 노예로 삼지도 않았을 것이다" 헤로도토스 <역사>

  이러한 것들은 다신교,유대교,기독교의 일신교에도 이어진다. 제노사이드와 피해자학, 정복과 식민지 건설 등에서 신의 허락을 받았다는 관념은 대체신학의 담론과 더불어 일신교와 다신교의 구분없이 받아들여졌다.특히 선민이나 약속받은 백성이 탐내는 땅에 이미 정착한 사람들과 토착부족들은 파괴적인 결과를 맞았다. 고통을 견뎌야 하는 민족에서 낯선 곳을 떠돌며 고행하다 승리자이자 정복자로 변모하면서 다른 민족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끔직한 폭력! 시온주의와 이스라엘이 세운 현대 민족국가 역시 이런 역사의 일환인 셈이다.1948년 이스라엘이라는 근대국가를 건립하고 전 세계유대인 조직과 사회의 생각을 지배해온 시온주의자들은 홀로코스트를 겪었으면서도 여러 민족들이 우호적으로 살면서 정치적 조직을 공유하고 서로의 좋은 점을 배우며 국제적이고 세계적인 시각을 지녀야겠다는 단 하나의 역사적 교훈조차도 얻지 못했다. 

  게다가 국제법의 관례에 따라 원주민은 평화로운 이방인들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게 허락해야 한다. 정박한 이방인이 교역을 원하는 경우라면 원주민은 결코 이런 교역을 금지해서는 안된다. 물론 식민지개척자가 원주민의 땅을 거래할 권리를 막아서도 안된다. 원주민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땅이라면 정착자가 임의대로 차지할 수 있는 것도 국제법의 일부였다. 

  이 저자가 일제침략의 역사를 알았더라면 이 책에 우리의 역사가 예로서 들어있을 만하다.우리나라 역시 제국주의의 먹이가 되었고 제노사이드를 당한 나라였으니. 

 더이상 홀로코스트가 특이하고 일탈적인 사건이 아니며 폭력으로 이어지는 이 사슬을 끊어버려야 한다. 이 책의 마무리는 어떻게 하면 폭력을 근절시킬 수 있나하는 물음을 던진다. 간디의 비폭력주의든 뭐든 대안적인 전통을 찾고 계속 생각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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