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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다니엘 포르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난 대개 너무 진지한 편이다. 그래서 코미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개그콘서트를 보고서도 도무지 웃기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코미디영화는 그닥 재미있지 않다. 특히 블랙코미디를 보면서는 어디 어떻게 웃기려 하는지 보자하는 심사를 가지고 쳐다보니 웃길리가 있나? 아주 나쁜 관객일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볼 때도 나는 나쁜 독자로 시작했다. 기발하다네! 얼마나 기발하나 보자! 하고. 더군다나 죽음이라는 무겁디 무거운 주제로?
우리 주변에는 죽음이 항상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느끼게 되었다. 아 우리 주변에는 죽음이 넘쳐나는구나! 오늘도 우리 남편은 친구의 와이프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36의 나이로 심장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갑자기 죽게 된 것이다. 어린 아이 둘과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 이런 죽음을 어떻게 가볍게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 만나는 죽음은 사실 이렇게 가슴아프게 주인공이 느끼지 않는다. 모기나 풍뎅이의 죽음. 나무 네 그루 중 하나의 죽음, 세포의 죽음, 전구, 정자의 죽음,각질, 낙엽, 멸치 뭐 이런 것들은 굳이 죽음이랄 것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심지어 피곤해 죽을 지경이 된 나, 배가 고파 죽을 것만 같은 나 이런 말들은 죽음을 한페이지에 하나씩 넣기 위해 억지를 쓰는 군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니 우리가 죽음이라는 의식을 하고 있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의 감정이입에 따라 얼마든지 죽음이라 부를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못쓰게 되어 버리는 엠피쓰리, 옷가지, 필기도구 등등.
우리 조상님 또한 항상 옆에 두고 쓰던 바늘이 죽었다고 조침문이라는 돌아가신 바늘에 바치는 글을 쓰지 않았던가...
그렇게 보기 시작하니 작가의 상상력에 웃음이 나온다. 어쨌든 작가는 거의 한페이지에 하나씩 죽음을 넣어놓았다. 책을 읽으면서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도대체 어떤 죽음을 끼워넣었을까 찾아보는 재미도 있으니 색다른 책이 아닐 수 없다.
주인공에게 죽음이 따라다니는 걸까? 아니면 주인공이 죽음을 쫓아 다니는 걸까? 처음에는 죽음이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듯 하지만 이제는 주인공이 죽음을 찾아내는 듯하다. 신도 죽었다. 왜? 니체가 죽였으니까에 푸하하 웃고 말았다. 또 재미있는 죽음의 예를 찾지 않았는가? 그러면서 주인공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관심을 갖는다.
책에서 내 맘이 뜨끔해지는 말이 있었다. 집안에 키우는 화초를 죽인 일. "내일 하지 뭐" 하고 이 비극적인 말을 반복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나를 합리화시키면서 죄없는식물의 생명을 앗아가버렸다는 죄의 고백. 내일은 꼭 물을 줘야겠다(줄 수 있을까? )
죽음을 한 페이지에 한가지씩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우울하지 않은 책. 색다른 웃음을 주는 책을 오늘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읽었다. 그리고 결론은 해피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