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오브 엑스
A. J. 몰로이 지음, 정영란 옮김 / 타래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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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 로맨스소설을 읽어보고는 얼마만에 손에 들어 본 로맨스소설인가?

그러나 여고시절 읽었던 시리즈물의 로맨스소설과는 비슷하고도 달랐다. 

 

우선 주인공인 여자는 다른 남자들은 잘 모르지만 한 남자에 의해 그녀의 아름다움은 드러난다. 그녀는 대체로 가난하고 사회경험이 없고 그래서 첫눈에 반하게 되는 백만장자의 멋진 남성에게 무대뽀같은 저돌성의 매력을 발산한다.이 책에서는 논문을 쓰기 위해 이탈리아로 온 사랑과 섹스에는 쑥맥이고 한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고 있는 미국여성인 X라고 불리는 여자가 등장한다. 또한 이 여성의 상대로는 접근하기 힘들 정도로 돈도 많고 별로 일을 하지 않는 듯 한데 돈은 무지무지하게 많은 싸가지없게 보이는 남성이 등장한다. 

 

밑바닥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이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의 높이에 있는 남성에게 다가가는 신분상승의 스토리, 일명 신데렐라 스토리를 기본으로 하는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로멘스소설과는 달리 이 소설은 정도가 심한 성의 묘사와 새디스트와 마조히스트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성애장면과 술과 약,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의식을 통한 사랑의 확인들이 계속 읽기에 부끄럽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다. 게다가 카모라라는 나폴리의 비밀결사와 마피아의 관계, 디오니소스 축제의 끝을 보여주는 야한 의식 등 자극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찐한 장면의 연속이다.


사랑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고 하며 시대에 따라 사랑의 모습도 달랐다고 한다. 플라톤 시대에는 동성애가 보편적이었고 학생과 교사의 동성애도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플라톤도 역시 동성애자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화랑세기>에 표현된 신라시대의 사랑은 문란하기 그지없으며 그래서야 가족과 국가가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그 당시의 사랑을 바라보아서는 안 되듯이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과 성에 대한 시선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랑을 뭐라고 판단할 수는 없을 듯하다.


결국 이 책에서도 책의 마지막에서는 그동안 절대적인 것처럼 보였던 성애가 정신적이고 희생적인, 현실에 통용될 법한 모습으로 변한다. 


미술에서 누드화를 보면서 아름답다고도 하고 야하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보는 사람이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화가가 의도한 바도 있을까?) 그렇지만 이런 의문은 남는다. 이 책의 저자는 무엇을 의도했을까? 저자가 실명을 밝히지 않은 이유가 그것과 상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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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과 유토피아 - 니체의 철학으로 비춰본 한국인, 한국 사회
장석주 지음 / 푸르메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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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책을 1000권씩 사들이고, 그것을 꾸역꾸역 읽는 것을 인생의 큰 보람과 기쁨으로 여긴다는 장석주 시인은 왜 니체의 철학으로 한국사회와 한국인을 비춰보았을까? 


우선 그는 20대부터 그의 삶의 길잡이가 되어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니체의 사상에서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했다.


한국의 현재는 마치 울타리가 망가져버린 동물원으로 변하고 있어, 도덕과 정의, 원칙과 규범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힘과 힘이 으르렁거리고 있어 위험과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체의 사상에서 말하는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들과 현재의 우리사회를 비유함으로써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들여다보고 한국인과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니체의 철학을 통해서 제시해보고자 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는 많은 동물들이 나온다. 뱀,독수리,낙타,사자,새,들짐승,당나귀,타란툴라,고양이,타조,거머리 등이 무수히 많은 상징과 비유를 구사하며 니체가 살던 시대의 역사적 상황을 위험한 것,허무적 성향의 것으로 진단하고 그 위기감과 불안감속에서 점차 가치는 상실되고 문화는 퇴락해 가고 있음을 비유했다. 그속에서 "어떻게 원한과 증오에 의해 병든 인간이 아니라 생명력 넘치는 건강한 인간이 될 수 있는가?" "어떻게 인류의 미래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해보게 한다. 


이 책에서는 한국사회의 여러가지 문제점들-학벌주의,불안,가족이기주의등을 꼬집어 말하며 니체의 동물을 들어 우리 사회가 갖는 부도덕과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은 인간과의 차이에 의해 '비인간'으로 분류되고,인간적인 것들의 결핍을 통해서만 이해되고 긍정되는 그 무엇이다. 인간적인 것의 결핍으로 드러나는 동물들,그들은 인간의 열등한 형제들이다. 이 속에서 사람과 동물의 닮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다름과 차이의 중요성이 두드러진다. 


니체철학이 주는 메세지는 물질문명 속에서 돈이나 권력,지위나 명예같은 외형적,표피적인 것에만 관심갖고 삶 전체를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자신의 내면적인 세계,영혼의 세계와 대면하여 진정한 자기 찾기를 해보라는 것이다. 장석주 시인은 이 책에서 "이제는 '하면 되는'것과 '해서는 안 될'것들을 정지갛게 분별하고 우리 삶의 실체적 진실을 차가운 이성으로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제는 가면을 벗고 우리의 맨얼굴을 봐야할 때임을 그는 강조한다.

니체의 무덤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있다고 한다.


이제 나는 명령한다.

차라투스트라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발견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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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로 세상을 지배하라
전진국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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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돈이다. 

많이 들어는 봤지만 실제로 어떤 아이디어가 돈을 벌어주었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으며 어떤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인지도 감이 전혀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우리가 즐겨보는 <1대 100>과 <코리아 갓 탤런트>는 네덜란드의 "엔데몰"이라는 회사에서 포맷을 사서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엔데몰은 포맷 수출비와 함께 회당 저작권료까지 받는다고 한다. 2011년 KBS전체가 벌어들인 수입이 1조 5천억인데 엔데몰은 같은 해에 1조 7천억원의 돈을 벌어들였다. 단지 포맷사업만을 하는 회사가.


하늘아래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을까? 


작가는 우선 다양한 경험을 하자고 한다. 창조적 발상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큰 생각을 하려면 자신을 색다른 경험에 수없이 노출시켜봐야 한다.인생에서 공친 시간이란 없고 헛된 순간도 없다. 아주 작은 삶의 이력들도 경험이며 이런 경험이 모여 미래의 나를 위한 생각으로 거듭날 것이다.그런 경험에서 만나는 실수 또한 학습의 기회가 된다.


또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박찬욱 감독이 전하는 전통과 역사속에서 클리셰(진부한 표현)를 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콘텐츠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점유해야 할 것은 시장이 아니라 대중의 일상이다. 이  대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예능국장으로 일한 전진국이 전해주는 비즈니스의 세계는 짜릿하고 열기가 가득하다. 우리가 재미있게만 봤던 TV속 개그맨,탤런트,그리고 작품들이 탄생하는 과정이 들어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들, 섭외과정, 시청률이 저조했을 때의 고민, 그리고 극복과정이 눈에 보이듯이 그려진다.


책의 맨 뒷장에 풀어놓은 미국에서의 K팝공연의 뒷이야기는 한편의 드라마를 본 듯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K팝이 어떻게 탄생되었으며 어떻게 퍼져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인기가 있는지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콘텐츠사업을 하고자 하거나 마케팅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책을 읽는 내내 제작자들의 열정이 책 밖으로 튀어나와 전해졌다. K팝 스타들이 해외에서 명성을 떨치는 소식을 들으면 괜히 으쓱해지는 것처럼 이 책이 나를 기분좋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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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셔츠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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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국판 홀로코스트라고 할 수 있는 '노근리사건'을 소재로 <나흘>이라는 소설을 쓴 이현수작가를 만났다. 이현수작가는 우리나라에서 '노근리사건'을 소재로 만든 여러 작품들-르포,영화 등-을 보고 양에 차지 않아서 소설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그녀는 그 마을이 고향이었다.그녀는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소설과 영화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전쟁이나 학살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으며 작가로서 꼭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나는 그런 이현수작가의 말이 작품성을 떠나 박수를 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안타까운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달리 홀로코스트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얀 마텔이라는 작가는 그저 사실적으로만 그린 홀로코스트에 예술의 자유로움을 입혀보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얀마텔 특유의 은유와 비유와 풍자가 담긴.

 

이 소설은 여러 개의 소설 혹은 희곡이 등장한다. 우선 이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는 헨리라는 작가가 쓴 홀로코스트에 대한 소설(이 소설은 여러 제작자들에 의해 거부된다.-그래서 이 소설가가 다른 도시로 떠나게 되고 그 곳에서 박제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사 한 도시에서 만나게 되는 화자와 같은 이름인 헨리라는 박제사가 보내준 플로베르의 단편소설인 <호스피테이터 성 쥘리앵의 전설>과 박제사가 쓴 희곡 <베아트리스와 버질>이다. 

 

이 작품들이 전해주는 것은 다소 다의적이고 그래서 조금은 산만하다. 또한 얀 마텔이라는 작가가 <파이이야기>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기에 작품 속 헨리에게서 그의 이미지가 들어있는 것 같은 느낌은 버릴 수가 없었다. 화자인 헨리의 고민이 마치 얀 마텔의 이야기인 듯 했다. 그것은 그렇다 해도 표지에 소개된 '홀로코스트'와 '우화'라는 단어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상징들 속에서 홀로코스트를 읽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작품에 빠져들어 마케팅을 위한 겉표지의 글들과는 상관없이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우화속에 들어있는 단어들이 상징하는 의미를 찾아내기도 상당히 머리아픈 일이었다.

 

그렇지만 맨 뒤에 배치된 '구스타프를 위한 게임'은 지금까지 머리를 쓰게 했던 내용과는 달리 가슴을 울리는 말들이었다.결국 이 소설은 나에게 '맨 마지막이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여러개의 과거의 작품들을 사용한 흔적들- 고도를 기다리며,신곡-이 있었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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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엔 몰랐던 내한민국
이숲 지음 / 예옥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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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런 책을 썼어야했다.그것이 당시대,혹은 그 직후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아들이 학교에서 역사수업을 듣고 나면,혹은 티비에서라도 듣고 나면 꼭 질문을 한다. "왜 우리는 당하고만 살아야 하며,스스로 무언가를 해보지 못한 국민이냐고?" 게다가 한마디 꼭 덧붙인다."우리나라가 힘이 세져서 일본을 식민지화했으면 좋겠다고..."

 

그런 아들의 푸념과 흥분에 역사를 공부한 나지만 같이 한숨쉬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아들의 논리와 분노를 잠재워 줄 딱히 마땅한 답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이제는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면 되겠다싶어 다행이다.

 

그동안 구한말 우리나라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는 패망한 나라,미개하고 더럽고 게으른 종족이었다. 누가 우리에게 이런 편파적인 이미지를 심어주었을까? 이런 부정적인 인상만을 남긴 메커니즘을 저자는 찾아본다. 유럽의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이방인의 눈으로 1세기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스웨덴인,영국인,독일인,프랑스인,러시아인,미국인의 시선으로.


그녀가 찾아낸 텍스트들은 꼭 부정적인 것들로만 되어있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분방하고 호탕한 민족''선량하고 관대하며 머리가 명석한''상당히 지적이며 놀라운 이해력'을 가진 '일본인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사람''무서운 잠재력'을 가진 민족이라는 글도 있었다.


인종론과 사회진화론이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지원하던 시절 덧씌워진 이미지를 그들의 말로 다시 환기시켜주는 이 책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자의식에 경종을 울리며 마음속 깊은 곳에 박혀있던 자부심이 눈뜨게 한다.


특히 메켄지의 눈을 통해서 본 한국인과 당시 상황은 아무리 서구인이라도 눈감고 귀먹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압박민족보다 더 열등한 민족이 4천년 역사를 가진 민족을 동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과업이다.일본인은 자신들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반면에 한국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을 동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 아니라,한국인의 민족성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메켄지의 말

 

이숲은 책표지에 이 책을 쓰는 동안 우리의 정체성의 미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가슴이 뿌듯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굴욕적인 태도를 보이며 한국인의 자존심을 팔아먹는 정치인들과 정부고위관계자들에게는 걱정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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