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펜 드로잉 - 기초 스케치부터 고급 테크닉까지, 개정판 나 혼자 드로잉
이일선.조혜림 지음 / 그림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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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드로잉 클래스 10주차를 마치고 드로잉에 자신감이 생겼다. 흰 도화지 위에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만 하던차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뭔가 전문적으로 더 배워보고 싶었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한다? 바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책으로부터 배우는 방법을 택한다. 책 한 권으로 드로잉 기초부터 심화까지 모두 배울 수 있다. 책 제목은 <나 혼자 펜 드로잉>이다. 제목 그대로 혼자서 펜 드로잉을 할 수 있게 되는 마법과 같은 책이다. 기초 스케치부터 고급 테크닉까지 완벽하게 책 한 권에 담았다.


차곡 차곡 실력이 쌓이는 드로잉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도구가 먼저 준비 되어 있어야 한다. 펜, 연필, 지우개, 종이, 수채화 도구 등. 초보자에게 맞춤형 설명이 들어간다. 연습용 스케치북은 얇고 가벼운 70g~100g 추천, 실전용 스케치북은 100g이상을 추천한다. 종이는 얇을 수록 많이 운다. 물을 사용해 색칠을 한다면 200g 이상의 용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펜 종류는 라이너펜, 딥펜, 볼펜, 붓펜 등이 있다. 표현하는 것에 맞게 선택한다. 피그먼트 라이너펜을 주로 사용한다. 펜 브랜드는 다양하게 사용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쓰면 된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드로잉 수업은 선 긋기부터 시작한다. 자신있게 선을 그어주는 것이 드로잉의 출발이다. 펜의 특성을 사용해서 선 긋기의 변형을 줄 수 있기도 하다. 그러한 특성들을 느껴가면서 다양하게 선 긋기 연습을 해 본다. 동그라미도 그려보고, 빗금도 그어보면서 드로잉의 기초를 익혀 나간다. 이 책의 특징은 설명으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드로잉을 위한 종이를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책에다 드로잉을 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응용 과정으로는 다양한 펜을 사용해서 드로잉을 한다. 펜 드로잉 위에 물감을 얹어 풍성한 표현을 더하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하고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무엇이든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없다. 대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원근법을 통해 풍경을 나타내는 기법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명암, 채도, 대비 등의 기초 용어를 먼저 알면 드로잉을 하기 쉬워진다.


궁극적으로 여행 드로잉을 하고 싶다. 어반 스케치라고 하기도 한다. 이번 가을에 스페인을 가게 되는데 스페인 광장 한 켠에 앉아 드로잉을 해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이다. <나 혼자 펜 드로잉>에 스페인 여행과 관련된 스케치들이 담겨 있어서 너무나 반갑고 설렜다. 실물을 보면서 그리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멋짐 그 자체였다. <나 혼자 펜 드로잉>으로 가을까지 열심히 연습해서 어반 스케치를 꼭 성공하리라. 펜 드로잉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나혼자펜드로잉 #이일선 #조혜림 #책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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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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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유쾌, 상쾌, 통쾌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도쿄에서 기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도련님'은 온천으로 유명한 작은 소도시로 가게 된다. 돈을 벌 생각으로 우연히 중학교 수학 교사를 하게 된다. 또 다른 사회인 학교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인간 군상의 면모가 드러난다. 일단,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르는 모습이 오늘날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교장은 너구리, 교감은 빨간 셔츠, 같은 수학 교사는 고슴도치 등 자신 만의 별명을 붙여낸다. 기요 할머니가 도련님에게 절대 하지 말라고 했던 일이기도 하다.

도련님의 학교 생활은 순탄치 않다. 학교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기숙사 첫 숙직에서 학생들이 계획했던 '나'를 향한 소동이 그것이다. 혹시 동교사 선생인 고슴도치가 학생들을 주동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교감 빨간셔츠의 충고 어린 조언도 달갑지 않다. 가장 좋아하는 경단도 국수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이제 그만 학교 생활을 하라고 부추긴다. 실제로 저자 나쓰메 소세키가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나쓰메 소세키의 학교 경험들이 '나'에 투영되어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비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하루 빨리 선생을 그만두고 싶었던 것이다.

솔직하고 또 솔직하다. 이렇게 솔직한 캐릭터는 눈치가 없다며 사회 생활에서 배제되기 쉽다. 솔직함과 동시에 불타오르는 정의감은 또 얼마나 대단한가. 교감 빨간셔츠의 옳지 못한 품행을 추적하기 위해 동료교사 고슴도치와 함께 뒤를 캐는 작업도 불사한다. 이내 빨간셔츠의 결정적 장면을 포착하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정의롭지만 기요 할머니는 이러한 도련님의 성격을 내내 걱정하고 있다. 폭력은 절대로 행하지 말라고 했건만.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대목에서 '나'는 여러 인간 군상을 깨닫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된 전문가로 변모한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도쿄에서 기요 할머니와 만나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다.

도련님에게 기요 할머니는 어떤 존재인가.

애정을 담아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

"할머니는 내가 욕심이 없고 솔직한 성격이라며 칭찬했지만

칭찬받은 나보다 칭찬하는 당신이 훨씬 더 훌륭한 인간이다.

기요 할머니가 보고 싶다."

어릴 적, 형에 대한 편애가 싫었던 '나'에게 기요는 언제나 안아주는 따뜻한 할머니의 품이었다. 욕심이 없고 솔직한 성격을 알아봐주는 기요, 부모님에게 받아본 적 없는 칭찬을 할머니께 듣는다. 중학교 수학 교사로 근무하며 상세히 있었던 일들을 편지를 통해 기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눈다. 기요 할머니는 혈육보다 더 가깝고 '자신의 일부'라고 느끼며 애착을 느꼈다는 점을 은연 중에 유추할 수 있다. 당신에게 '평생 내 편이 되어주는 기요 할머니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고 묻는 듯한 소설 <도련님>이다.

​#도련님 #나쓰메소세키 #성림원북스 #일본소설 #소설 #책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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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와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유희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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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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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기다리며 한 글자씩 그리움으로 채우는 기다림의 순간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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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와>의 도입부 작가의 말 '천천히 와, 우리의 이야기로'에서 감동은 시작되었다. 책의 편집자인 소연 선배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5분이 남은 시간 동안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카메라를 두어 사진을 찍는 유희경 시인. 그때의 사진-이미지와 텍스트-이야기를 남겨 두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계가 카메라에 찍혀 잠시 머무르게 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텍스트는 사진과는 달리 '순간을 영원의 방향으로 이끈다'고 표현한다.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순간을 영원의 방향으로 이끈다니. 이야기만이 텍스트는 흐름 속에서 편입된다는 것이라고.


<천천히 와>라는 제목도 나는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필사를 하기로 펜을 들고 있는 당신을 천천히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책 속에 담겨 있는 유희경 시인의 어머니 손글씨이다. 글씨 사진을 보내달라는 아들의 부탁에 어머니는 성경 필사 노트의 일부를 보내오셨다고. 유희경 시인 어머니의 흔적들이 손글씨로 남아 책 곳곳에 남아 있다. 시인 유희경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온전히 나의 것을 독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한다.



나는 기다린다.

약속이 되어 있다는 듯.

그런 기분이 들면 꼼짝할 수 없다.

시계탑 아래서 초조한 사람처럼.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는 어긋나버릴까 걱정하며

옴짝달싹 못 하는 사람처럼

마음의 각도가 아슬해지고 애틋해지면,

가장 가까운 창문으로 가보는 것이 상책이다.

-<천천히 와> 32쪽, 유희경 -



유희경 시인은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시집만이 꽂혀 있는 시집 서점. 누군가 찾아와서 시집을 구매하는 걸 기다린다. 고요함 속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 때의 단상들이 '한밤 정류장의 의자처럼 기다림에서 놓여나 쉬고 싶은 것'으로 여겨진다. 서점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을 꼭꼭 눌러 독자들을 기다린다. 하루 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서점은 휴식의 공간이 된다. 시는 빼곡한 활자들 틈에서 여기 잠깐 쉬었다 가라고 손짓하는 텍스트처럼 보인다. 그것은 아름답고 또 가치있는 일이다.


'잠든 아이의 코 아래 손가락을 대보는 엄마처럼 불안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문장에 멈춰선다. 혹시나 숨을 쉬지 않는 건 아닌지 잠든 아이의 코 아래 손가락을 대본다. 이내 엄마의 손가락으로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새근새근, 잘 자고 있는 거구나. 아기가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엄마를 안도시킨다. 사랑한다는 말을 모양새로 표현하면 '잠든 아이의 코 아래 손가락을 대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기는 엄마의 온 우주가 된다. 아기 코 아래 엄마의 손가락은 사랑이다.


'이제는 일요일의 저녁. 오후 5시 30분. 나는 기다립니다' 속에는 일요일에 대한 기분 좋은 단상들이 느껴진다. 일요일의 서점에서 구매한 일요일의 시집. 책을 고르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오후 6시가 되면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유희경 시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월요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일요일만 생각하는 하루를. 포장해온 햄버거를 먹고, 여지 없이 바닥에 떨어지는 피클 한 조각이지만 여기저기 행복함이 묻어져 나온다. 일요일이라는 그 자체가 주는 행복을 잘 담아내고 있다. 오은 시인의 필사 에세이 <밤에는 착해지는 사람들>이 늦은 밤 필사를 권한다면, 유희경 시인의 필사 에세이 <천천히 와>는 매일 오후 5시 30분에 필사를 권한다. 그 날이 일요일 오후 5시 30분이면 더더욱 좋고. 느릿느릿 필사를 하다보면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될 것이다.





#천천히와 #유희경 #위즈덤하우스 #유희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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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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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언젠가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나 착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다. 심통을 부리다가도 12월이 되면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을 받기 위해 착한 사람이 되는 마법 말이다.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 산타 할아버지는 다 알고 계신다. 어른이 된 지금, 우리는 언제쯤 착해질까.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에서 오은 시인은 말한다. 밤은 신기한 시간이라고. 시계가 새벽 2시를 넘어가면서 상념은 계속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되는 시간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12월과 밤은 어딘가 닮아있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시간이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고맙다고 해야 한다.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중간에서 끊겼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만나야 한다. 눈을 마주쳐야 한다. 
못다 한 말이 너무 많아서 쓸 때면 어김없이 겸허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밤에 착해진다. 밤에만 착해진다. 
-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오은 -



오은 시인의 이야기는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아홉살의 일기 쓰기가 나온다. 1년 일기를 쓰자 일기 쓰기가 싫어졌다. 엇비슷한 하루를 다르게 쓰는것이 질려버린다. 선생님께서는 '상상한 것을 써도 좋다'고 적어 주신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그날부터였다고 고백한다. 서울에 대한 일기를 상상하며 재미있게 여행했다는 것이다. 상상을 한다는 것은 마치 10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쓰며 안부를 묻는 것과도 같다. 이러한 작업은 느즈막한 밤에 어울리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밤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 안부를 묻는 밤을 제안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밤이 찾아왔어요. 
오늘에서야 할 수 있게 된 
이야기가 시작될 거예요.
-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오은 -



언어가 이리도 아름다웠나. 서성이는 것은 고민하고 있다는 것, 서성이는 사람은 늘 '있음'과 '있었음' 사이에 있다는 말이 마음 속에 맴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떤 생각을 해야 하나 서성이는 밤도 그러하다.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갈팡질팡함과는 다른 무언가. 오늘도 '말줄임표가 마침내 마침표를 만날 때까지 서성이는 사람은 늘 도중'에 있는 것이다. 에세이임에도 시처럼 느껴지는 문장들이 밑줄 그으며 따라 적고 싶어진다. 오은의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은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조용히 읽으며 문장들을 필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밤에만착해지는사람들 #오은 #필사에세이 #필사책추천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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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보의 사랑 달달북다 12
이미상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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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넷플릭스 <84제곱센티미터>에는 층간소음으로 괴로워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윗층을 의심하며 아랫층은 다시 윗층을, 윗층은 그 윗층을 의심하며 이웃간의 불신을 담아냈다. 층간소음으로 몇날 몇일 잠을 자지 못해 다크서클이 내려오고 극도의 예민함이 남자를 미치게 만든다. 수면욕은 매슬로우의 욕구 중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이다. 충족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다음 욕구로 나아갈 수 없다. <잠보의 사랑>이라는 제목의 달달북다의 소설을 보고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HSP(High sensetive person), 매우 예민한 스물 다섯살의 남자가 있다. 사립고 민영 주차장 관리인이었던 아버지의 예민함을 닮아 신경이 늘 곤두서있다. 아버지는 소리, 빛, 냄새, 에너지에 민감했다. 집에서는 꼬마 소등 감시원 활동으로 작은 빛에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냉장고 전자 패널의 온도 표시, 전자레인지 시계, 인터넷 공유기 점멸등까지 종이로 붙여 빛이 새어나오지 않게 막았다. 아버지가 죽자 누나들을 비롯한 가족들은 반동하듯 튀어올라 스위치를 강으로 끝까지 돌려버리는 행동을 한다. 아버지처럼 '나'는 예민함이 극대화되고 나는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구옥을 얻어 따로 살게 되며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어한다.


여기까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HSP인 나의 모습과 오버랩 되었기 때문일까. 밤에 창 밖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기 위한 암막 커튼이 떠올랐다. 나 또한 잠을 좋아하는 잠보이기에 '나'의 이야기가 어디로 향할지 기대가 되었다. '나'가 구옥을 따로 얻어 산 곳은 아랫층이다. 윗층에는 어떤 누나와 유기 불안을 앓는 개가 살고 있다. 사람이 없으면 미친 듯이 짖어대는 개 때문에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다 윗층 누나와 이야기를 하게 되고 누나가 일을 하러 나간 사이에 윗층집 개를 잠시 돌봐주는데.



개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등장할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36쪽부터 누나와 연인이 되고 나서부터, 라는 표현으로 시작한다. 누나네 집에 온수물이 나오지 않아 한 욕조에서 목욕도 한다. <잠보의 사랑> 단편 소설의 전개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간다. 스무살 차이가 나는 누나와 잠보의 사랑은 영원할 수 있을까?행복 대신 잠, 삶 대신 잠, 죽음 대신 잠. 모든 순간을 회피하며 살던 잠보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한번도 키워본 적 없는 개를 키우며 누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한다. 사랑도 잠시, 54쪽에서는 누나와 두 해 사귀고 헤어진다.


누나가 변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힘이 만들어 낸 놀라운 관점의 변화가, 시간의 반격을 맞아 본래의 한심한 내 눈으로, 범속한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줄 모르는 둔감하고 빤한 눈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나는 잠을 버리고 삶에 뛰어들려 노력했던 일들이 지겹고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나서 다시 잠으로 회피하기 시작했다.

- 잠보의 사랑, 55쪽 중에서 -





누나는 그대로다. 하지만 누나가 마흔 살로 보였다가 서른 살로 보였다가 스물 다섯살로 보였던 것은 사랑의 힘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헤어지고 나니 누나가 아니라 '나이든 여자'가 보였다. 이별에 가까워지면서 실망을 거듭하게 되는 현실에 직면하고 말았다. '나'는 누나가 지겨워졌고 누나는 와이프가 아니라 '장모뻘'이라며 이야기 했던 기억들이 상처가 되어 떠오른다. 마지막에 나오는 최근 근황은 행복으로 마무리 된다. 누구도 돌보지 않으려했던 잠보의 사랑은 어리숙한 남성이 지혜로운 연상 연인의 힘으로 회복하고 성장하는 통과의례 서사의 함의 그 뿐이었다고 전한다. 손바닥만한 60쪽 분량의 짧은 소설이지만 강력하다. 잠을 소재로 해서 사랑 이야기로 엮어내는 서사의 힘이 좋다. 달달북다 시리즈를 격하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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