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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장하나 옮김 / 성림원북스 / 2025년 8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유쾌, 상쾌, 통쾌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도쿄에서 기요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도련님'은 온천으로 유명한 작은 소도시로 가게 된다. 돈을 벌 생각으로 우연히 중학교 수학 교사를 하게 된다. 또 다른 사회인 학교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인간 군상의 면모가 드러난다. 일단,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르는 모습이 오늘날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교장은 너구리, 교감은 빨간 셔츠, 같은 수학 교사는 고슴도치 등 자신 만의 별명을 붙여낸다. 기요 할머니가 도련님에게 절대 하지 말라고 했던 일이기도 하다.
도련님의 학교 생활은 순탄치 않다. 학교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기숙사 첫 숙직에서 학생들이 계획했던 '나'를 향한 소동이 그것이다. 혹시 동교사 선생인 고슴도치가 학생들을 주동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도 한다. 교감 빨간셔츠의 충고 어린 조언도 달갑지 않다. 가장 좋아하는 경단도 국수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모든 상황들이 이제 그만 학교 생활을 하라고 부추긴다. 실제로 저자 나쓰메 소세키가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나쓰메 소세키의 학교 경험들이 '나'에 투영되어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비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다. 하루 빨리 선생을 그만두고 싶었던 것이다.
솔직하고 또 솔직하다. 이렇게 솔직한 캐릭터는 눈치가 없다며 사회 생활에서 배제되기 쉽다. 솔직함과 동시에 불타오르는 정의감은 또 얼마나 대단한가. 교감 빨간셔츠의 옳지 못한 품행을 추적하기 위해 동료교사 고슴도치와 함께 뒤를 캐는 작업도 불사한다. 이내 빨간셔츠의 결정적 장면을 포착하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솔직하고 정의롭지만 기요 할머니는 이러한 도련님의 성격을 내내 걱정하고 있다. 폭력은 절대로 행하지 말라고 했건만.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대목에서 '나'는 여러 인간 군상을 깨닫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된 전문가로 변모한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도쿄에서 기요 할머니와 만나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다.
도련님에게 기요 할머니는 어떤 존재인가.
애정을 담아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
"할머니는 내가 욕심이 없고 솔직한 성격이라며 칭찬했지만
칭찬받은 나보다 칭찬하는 당신이 훨씬 더 훌륭한 인간이다.
기요 할머니가 보고 싶다."
어릴 적, 형에 대한 편애가 싫었던 '나'에게 기요는 언제나 안아주는 따뜻한 할머니의 품이었다. 욕심이 없고 솔직한 성격을 알아봐주는 기요, 부모님에게 받아본 적 없는 칭찬을 할머니께 듣는다. 중학교 수학 교사로 근무하며 상세히 있었던 일들을 편지를 통해 기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눈다. 기요 할머니는 혈육보다 더 가깝고 '자신의 일부'라고 느끼며 애착을 느꼈다는 점을 은연 중에 유추할 수 있다. 당신에게 '평생 내 편이 되어주는 기요 할머니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고 묻는 듯한 소설 <도련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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