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언젠가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나 착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다. 심통을 부리다가도 12월이 되면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을 받기 위해 착한 사람이 되는 마법 말이다. 누가 착한 애인지, 나쁜 애인지 산타 할아버지는 다 알고 계신다. 어른이 된 지금, 우리는 언제쯤 착해질까.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에서 오은 시인은 말한다. 밤은 신기한 시간이라고. 시계가 새벽 2시를 넘어가면서 상념은 계속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되는 시간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12월과 밤은 어딘가 닮아있다. 누군가를 떠올리며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 시간이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고맙다고 해야 한다.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중간에서 끊겼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만나야 한다. 눈을 마주쳐야 한다.
못다 한 말이 너무 많아서 쓸 때면 어김없이 겸허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밤에 착해진다. 밤에만 착해진다.
-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오은 -
오은 시인의 이야기는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아홉살의 일기 쓰기가 나온다. 1년 일기를 쓰자 일기 쓰기가 싫어졌다. 엇비슷한 하루를 다르게 쓰는것이 질려버린다. 선생님께서는 '상상한 것을 써도 좋다'고 적어 주신다. 밤이 길어지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그날부터였다고 고백한다. 서울에 대한 일기를 상상하며 재미있게 여행했다는 것이다. 상상을 한다는 것은 마치 10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쓰며 안부를 묻는 것과도 같다. 이러한 작업은 느즈막한 밤에 어울리는 일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밤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자기 자신에게 안부를 묻는 밤을 제안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밤이 찾아왔어요.
오늘에서야 할 수 있게 된
이야기가 시작될 거예요.
-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오은 -
언어가 이리도 아름다웠나. 서성이는 것은 고민하고 있다는 것, 서성이는 사람은 늘 '있음'과 '있었음' 사이에 있다는 말이 마음 속에 맴돈다.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떤 생각을 해야 하나 서성이는 밤도 그러하다.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갈팡질팡함과는 다른 무언가. 오늘도 '말줄임표가 마침내 마침표를 만날 때까지 서성이는 사람은 늘 도중'에 있는 것이다. 에세이임에도 시처럼 느껴지는 문장들이 밑줄 그으며 따라 적고 싶어진다. 오은의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은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조용히 읽으며 문장들을 필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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