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찾아오면 노래를 부를게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0
엠케이 스미스 더프레이 지음, 염혜원 그림, 공경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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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꿈나라에 가기 전,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봅니다. 잠자리 독서로 어떤 그림책을 읽어야 할까 고민될 때가 있습니다. 밤에 관한 이야기면 좋겠다 싶지요. 그림책 제목에 밤이 들어가는 <밤이 찾아오면 노래를 부를게> 를 읽으면서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잠들었으면 합니다. 눈을 지긋이 감은 개구리 한 마리가 버섯 위에 앉아 있네요. 뒤에 노란 달이 떠 있고요. 개구리가 나즈막하게 속삭이는 게 느껴집니다. "밤이 찾아오면 노래를 부를게" 


"매일 새벽이 밝아 오면 노래가 시작됐어요." 어스름한 새벽, 푸른색이 주된 색감입니다. 누가 노래를 부를까요? 지빠귀, 울새, 솔새. 노래를 잘 부르는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새벽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노랫소리가 퍼져 나갑니다. 공기를 가득 채워 해를 하늘로 밀어 올립니다. 그림책 속의 표현은 한 편의 시처럼 노래처럼 들립니다. 


숲속에 살고 있는 개구리 한 마리가 있습니다. 이름은 버나도입니다. 버나도는 숲속 모두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빠귀, 울새, 솔새와는 다르다는 것을요. 휙휙 날아다니지도, 팔랑팔랑 춤추지도 못한다는 것을 버나도는 압니다. 폴짝 뛰고 쪼그려 앉는 개구리 버나도로 태어났으니까요. 그래도 숲 속 친구들을 위해 노래를 불러 볼까? 목소리가 둔탁하고 이상합니다. 


"너도 같이 부르지 않을래?" 개구리 버나도에게 밤의 노래를 제안하는 달팽이 친구의 제안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달팽이와 함께 부르는 노랫소리는 밤을 더욱더 아름답게 만들어 냅니다. 자꾸만 작아지던 버나도를 안아 주는 마음이 너무나도 따스합니다. 노래로 그들은 하나가 됩니다. 숲속 친구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싶고, 예쁜 얼굴로 태어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평소에 남들과 비교 지옥에 빠져들면 한 없이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일, 남들과 비교하지 않아야 합니다. 개구리 버나도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숲속 친구들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순간들이 얼마나 힘들어보였나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의 장점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 교실이라는 작디 작은 공간에서 수없는 비교가 이루어지며 슬퍼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왜 나는 못하지, 왜 나는 안될까. 하면서 말입니다. 


<밤이 찾아오면 노래를 부를게>의 그림책 작가는 엠케이 스미스 더프레이입니다. 첫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일상과 자연, 감정의 흐름을 시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가로 지금은 어린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글쓰기 워크숍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은 볼로냐 라가치상, 보스턴 글로브 혼북 명예상, 샬롯 졸로토상, 에즈라 잭 키츠상을 수상한 염혜원 작가가 그렸습니다. 빛과 색으로 빚어낸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숲속 친구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밤이 찾오면 노래를 부를게>는 밤에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잠자리 그림책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밤이찾아오면노래를부를게

#엠케이스미스더프레이 #염혜원 #주니어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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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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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2025년 10월 19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도난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도난 사건이 있기 1주일 전, 루브르 박물관 아폴론 갤러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왕관과 목걸이, 귀걸이를 보며 감탄을 마지 않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10월 19일 오전에 4인조 도둑은 사다리차를 설치하고 왕실 보석류 8점을 7분 만에 가져갔다. 뉴스에서는 예술이 돈으로 환산되어 1500억이 되는 가치라고 했다. 2명이 잡혔지만 도난품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왕관은 훔치는 도중 가져가다 떨어뜨려 훼손이 되었다. 1500억이 되는 예술품은 그들에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예술은 죽었다


2018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에서 발루아즈 상을 수상한 박원재는 예술은 죽었다고 강력하게 외친다.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죽어 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우리 모두가 그의 살인자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그런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한국의 재능 있는 작가들을 세계 무대에 알리기 위해 원앤제이 갤러리를 설립한 박원재. 예술의 현실은 각박했고 ’예술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술이 대중을 하나로 묶는 힘이라 생각했던 박원재는 소수 엘리트 집단의 것이라는 현실에 깊은 회의감에 빠지고 만다. 미술 작품이 경매장의 상품으로 전락하고 자본주의적 가치로 환산된다. 회의감은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 냈다. IT기술을 활용해 예술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아트가이드 회사를 설립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예술이 단순히 미술관의 벽에 걸린 그림이나 경매장의 상품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서로 다른 이들을 연결하는 힘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예술은 죽었다>를 통해 박원재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죽은 예술이 어떻게 우리 삶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 어떻게 서로 다른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아직 예술은 죽지 않았다. 예술이 다시 우리 삶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묻는다.


<예술은 죽었다>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예술이 언제나 삶과 밀착해 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예술가가 여기 있다The Artist is Present>(2010)는 관객과의 침묵 교감으로 예술을 재정의했다.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3개월 동안 아브라모비치는 매일 7시간 이상 테이블에 앉아 관객을 마주하며 눈을 맞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몸짓도 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퍼포먼스는 삶의 본질을 드러나며 ‘예술이 시장적 가치만 치중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감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이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이러한 모습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술을 표현하는 몸과 마음이 있다면 오랫동안 인류는 마음을 우위에 두고 몸을 경시했다는 점을 비판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와 같이 이성과 개념, 추상적 진리의 세계를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몸은 인간의 욕망, 감각, 일시적, 개별적인 것으로 몸은 그저 마음의 도구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우리가 세계와 처음 만나는 장소이며 예술의 귀환이다. ‘예술은 언제나 몸과 함께 있었고 몸을 통해 표현되어 왔다.‘며, 우리는 ‘다시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술은 삶이고 몸이고 살아볼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감각의 장, 그 자체임을 주목한다.

예술은 관객을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창조자로 바꾼다. 당신은 예술을 볼 때 그저 감상하는가, 아니면 그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가?
-<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



르누아르, 세잔, 모네, 클림프. 그동안 유명한 작품을 그저 감상하기만 하는 시간이었으리라. 누군가에게 진품을 봤다고 자랑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문득, 의미 심장한 물음표 앞에서 생각해본다. ‘당신은 예술을 볼 때 그저 감상하는가, 아니면 그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가?’ 미술관에서 눈으로 보는 작품 대신에 함께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며 삶의 중심으로 예술을 가져온다. <예술은 죽었다>라는 책 제목부터 니체의 ‘신은 죽었다’를 떠올리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준다. ‘프리다 칼로의 고통은 나의 고통과 연결과 되고, 캐실스의 변형은 나의 경계를 확장한다’고 예술이 무엇인지 와닿게 만든다.


미술관 가는 시간을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예감이 든다. 죽은 예술이 아니라 생명력 있는 역동적인 예술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저 수동적인 감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능동적인 감상자가 되어야 한다. 예술은 죽었다고? 도대체 왜? 이유가 궁금한 당신에게 <예술은 죽었다>를 추천한다. 시대를 초월해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것이라 확신한다.





#예술은죽었다
#박원재
#원앤제이갤러리
#예술 #인문 #샘터 #샘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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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종말 - 안보윤 산문
안보윤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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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소설가로 데뷔한 지 20년. 안보윤의 첫 산문집이 작가정신에서 <외로우면,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애정하는 소설가의 첫 산문집이라니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조금씩 아껴 읽었다. 한번에 다 읽으면 그 마음이 금방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안보윤은 어린 시절 스스로를 질책하고 비난하느라 하루를 다 쓰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어린 시절, 아빠의 돼지 저금통을 흔들어 동전을 몰래 가져가던 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돼지 저금통 동전 넣는 입구에 머리핀을 쑤셔 넣고 열심히 흔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언니. 동생은 저금통에 있는 돈을 훔친다고 고자질을 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쿨하게 언니는 줄넘기를 하러 간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윽박질러 모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달을 시간을 주는 것. 언니의 줄넘기 소리가 주는 교훈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날의 줄넘기>는 그녀가 두 번 다시 저금통에 손대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기도 하다. <외로우면 종말>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산문임에도 마치 소설을 마주하는 것처럼 느껴진달까. 소설 <밤은 내가 가질게>에서 나오는 장면들이 그려지기도 한다. ‘나’의 조카 세연에게 거짓말 놀이를 가르치는 장면이 오버랩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햇빛 같아 버겁고 어떤 사람은 장마처럼 집요하다. 어떤 관계는 나를 부서지기 쉬운 무엇으로 한없이 졸아 들게 만들기도 한다. 갈라진 마음을 관계에서 위로받을 수 없다면 내 안으로 손을 뻗으면 될 일이다. 오래도록 문질러 온기를 채우다 보면 부드럽고 촉촉해진 내 마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손을 뻗을 용기 를 얻게 되겠지. 그런 식으로 마음이, 관계 가, 시간이 익어갈 것이다.
_본문 중에서

거실 바닥에 떨어진 까만 시계 숫자판들.
바닥에 엎드린 채 새까만 숫자판을 주우며 <시간을 주워 담는 오후>라고 명명하는 안보윤의 시선을 따라간다. 손에 잡히지 않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숫자판을 주우며 손에 잡힌 물성으로 대치하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어느덧 2025년 9월이다. 누가 시간을 가져갔는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허무하다고 해야할까.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2025년, 나 또한 그녀처럼 바닥에 쏟아진 시간을 주워담고 싶어진다.

안보윤은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시선을 옮긴다. 쏟아지는 폭우, 계속되는 장마에 새들이 몸을 피할 곳이 없음을 걱정한다. 전지 작업으로 가지가 잘라나가 빈약하고 앙상한 가로수를 보며 나무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이 맨 몸으로 비를 맞을 수 밖에 없는 새를 걱정한다. 때로는 어린 아이들이 괴롭히는 길고양이의 안전을 걱정한다. 불이 난 아파트 창문에 매달린 고양이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길고양이의 얼굴을 손으로 후려치는 영상으로 보고 낄낄 웃는 사람들을 보며 온 마음을 다해 걱정한다.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들은 여기저기 드러나있다. 지하철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자리 차지를 한다며 욕설을 퍼 붙는 이에게 한 마디 내뱉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더라면 그 말조차 내뱉지 못했을 것이다.

“잠시만요. 잃어버린 걸 찾아야 해서요.”
시외버스 하차 과정에서 어떤 남성이 스마트폰 불빛을 바닥에 비추며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자 앞 좌석에 앉은 분들도 함께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함께 찾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혹시 안경이 좌석 옆에 낀 거 아닐까요?”
앞 좌석 아주머니의 조언에 남성은 좌석 옆에서 잃어버린 안경을 찾을 수 있었다. 이내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내렸다. 안경 찾기로 인해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지만 버스 안 공기는 금방 온기로 가득찼다.


그 순간, <외로우면 종말> 산문 속에 담긴 구절이 떠올랐다.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모르는 이의 잃어버린 안경을 찾아주기 위해 애썼던 마음들이 ‘적당한 거리에서 꾸준히, 적당한 온기를 건네는 일. 서로의 마음을 둥글게 문질러 은은한 애정이 차오르게 만드는 일’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아직은 사람을 사랑할 때이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여기는 당신께 진심의 성실한 안내자, 소설가 안보윤의 <외로우면, 종말>의 일독을 권한다. 아니, 두 번, 세 번 읽어도 좋다.


#외로우면종말 #안보윤 #책 #서평
#작가정신 #작정단 #산문 #산문집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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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공통점
안성훈 지음, 모예진 그림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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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찾았다,

너와 나의 공통점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지만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보세요!

너와 나의 공통점 뒤표지 중에서



어? 너도? 아! 나도!

엄마한테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어, 나도 그런데.

나도 아내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어. 앤서니 브라운 원작 뮤지컬 <우리 아빠가 최고야>에서 아빠와 아들의 공통점을 말해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아빠는 엄마 몰래 숨긴 비상금을 말하고 싶지 않았고, 아들은 30점 맞은 받아쓰기 점수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아빠와 아들은 통했다. 이렇게 공통점이 있으면 서로 이야기가 잘 통한다. 새 학기의 어색하고 또 서먹서먹한 공기가 생길 때 공통점 찾기를 하면 금방 친근한 공기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창비 출판사에서 출간된 <너와 나의 공통점>에는 친구들 뿐 아니라 치과 의사 선생님, 아이돌 가수, 다른 나라 아이까지 범위를 확장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공통점을 찾으며 서로의 취향을 살필 수 있다.



아직 한마디도 해 본 적 없는 친구부터

무섭기만 하던 치과 의사 선생님,

화면 속 화려해 보이는 아이돌 가수,

지구 반대편에 사는 다른 나라 아이까지.

누구든 나와 연결될 수 있어요.

수많은 차이점 가운데 닮은 점을 발견할 때

우리의 세계는 더 풍성해지고 넓어질 거예요.

<너와 나의 공통점> 뒤표지 중에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선생님,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럴 때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고 제안한다. 친구들이 말한 것들 중에 싫어하는 걸 생각하다보면 좋아하는 게 떠오를 수도 있으니! <너와 나의 공통점>에서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현서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재미난 놀이를 제안한다. 준비물은 작은 호기심과 열린 마음. 바로 공통점 찾기를 놀이처럼 해보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와 수박, 잘 못 먹는 음식은 생선찜이랑 마늘장아찌. 현서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면 엉뚱한 상상을 좋아하고, 작고 귀여운 것들을 모으며, 그 누구에게도 지기 싫은 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우리는 현서를 통해 내 자신을 비춰보기도 한다.


엄마와 현서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엉뚱한 상상으로 하늘까지 날아간다는 점이다.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는 동안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엄마는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엄마의 질문에 다시 엉뚱한 상상을 하는 현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엄마와 현서는 늘 예상 밖이다. 엄마는 현서의 엉뚱한 상상을 더 기발하게 만들어준다. 친구랑 몰래 과자를 먹으려는데 머리 위에 '과자 먹고 있음'이라고 뜬다면? 시험 문제를 푸느라 쩔쩔매는데 '큰일 났음'이라고 떠 버린다면? 상상만해도 아찔해진다.


아빠와 현서는 궁금한게 많은 탐험가다. 동물과 우주에 푹 빠진 현서는 책 한 권, 다큐멘터리 한 편을 반복해서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좋아하는 걸 남들에게 알리는 걸 좋아하는 아빠. 현서까 쓴 독후감을 인터넷 서점에 올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이렇게 하나씩 엄마, 아빠와 공통점을 찾아나가며 즐겁고 재미난 일들을 만들어 나간다.


1층 할머니와 현서의 공통점은? 바로 자연과 생태에 관심이 많다는 점. 103호 할머니 정원에는 꽃과 나무, 꿀벌, 잠자리가 있다. 현서는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좋다. 튤립, 수국, 코스모스와 국화, 103호 할머니 정원에서 만나는 화사한 계절이다. 꿀벌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고 꽃나무 씨앗을 받아와 정원 빈자리에 심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1층 할머니. 좋앟나는 걸 서로 나누는 현서와 1층 할머니. 너무나 완벽한 콤비이다.



세상 호기심이 많은 현서는 교장 선생님, 구청장님, 펜팔 친구 에밀리 등 다른 나라 친구들까지 범위를 확장해 공통점을 찾아낸다.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씩 이야기하다보면 <너와 나의 공통점>이 생기게 된다.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공통점부터 하나씩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주변 사람과 나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는 것도 깨닫는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혼자서 살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거리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지나가는 강아지 백구까지 우리는 모두 닮은 점이 있다. 그렇게 세상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회정서학습을 저절로 키울 수 있는 <너와 나의 공통점>은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아울러 초등 선생님들도 함께 읽으며 수업 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 부모님들께는 자녀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대화 통로가 될 수 있다.




#너와나의공통점 #사회정서학습

#SEL교육도서 #초등도서 #창비 @changbi_jr

#안성훈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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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소담 클래식 5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안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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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은 그 나름의 비밀과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누가 그걸 적절히 표현할 수 있으며 그 뜻을 풀어서 해석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모두 이 고요한 경이의 숲을 지나왔다.
<독일인의 사랑>, 첫 번째 회상, 9쪽 중에서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에는 인생의 봄날을 8번 회상 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에게 인생의 봄날은 마리아 공녀님을 만나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는 ‘사랑이란 우리들의 생명과 같은 것이어서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우리 존재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라고 고백한다. 서고 걷는 것, 읽고 쓰는 것처럼 사랑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도 같아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마리아 공녀님은 몸이 허약해 침대에 누워 있다. 창백한 얼굴이지만 온화하고 아름다웠으며, 눈은 깊고 신비스러웠기에 그가 사랑에 빠질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겉모습으로만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다. 그녀의 고통을 함께 나누어 가지고 싶다는 생각, 고통에서 해방되도록 기도해야겠다고 깊은 마음으로 마리아 공녀님을 사랑한다.




소년은 자라 청년이 되어 다시 고향 마을로 돌아온다. 마리아 공녀님으로 부터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 보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였다. 달뜬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가 마리아 공녀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은 기쁨 가운데 그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고 절제하는 ‘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매일 저녁 그녀 곁에 머물며 대화는 깊이를 더해간다. 기독교의 교리, 신앙, 계시에 대한 이야기까지 보통 연인의 대화를 뛰어넘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가끔 내가 저 창 앞에 있는 백양나무 같다고 느껴요. 그 나무는 저녁 무렵이 되면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서 있지요. 나뭇잎 하나 흔들리지 않아요. 그러다가 아침이 되면 잔잔한 미풍에도 잎 하나하나가 흔들리거든요. 나무줄기는 여전히 꼼짝도 않는데 말이에요. 가을이 되면 그 잎들을 떨며 땅으로 떨어져 시들지만 그 줄기는 새봄을 끈질기게 기다리는 거예요.
<독일인의 사랑>, 73쪽 중에서, 마리아 공녀님의 말




사랑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남녀 간의 정열적인 사랑인 에로스, 우정과도 같은 사랑을 필리아, 신과의 사랑을 아가페라고 한다. <독일인의 사랑>에 나오는 사랑은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막스 뮐러는 독일 낭만주의 작가로 <독일인의 사랑>을 통해 개인의 사랑에서 인류애로의 확장을 그려냈다. ‘나’와 마리아 공녀님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신분 차이가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서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독일인의 사랑>을 저술한 막스 뮐러는 동양학과 비교언어학의 권위자로 평생 살았다. 언어의 낭만이 어디까지 가능할 수 있는지 <독일인의 사랑>을 통해 궁극의 사랑을 숨겨 놓는다.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직접적인 표현 보다는 은유, 비유, 직유 등의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진짜 말하고 싶은 관념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마치 숲 속에 숨겨둔 보물찾기처럼 느껴진다. 하나씩 보물을 찾아 낼 때마다 희열을 느낄 수 있도록 8번의 회상에 감춰두었다.




현대인들에게 사랑은 속물적인 것으로 변했다. 외모, 직업, 사는 곳, 연봉, 결혼 유무 등이 우선이 되어 진정한 사랑 보다는 절대로 사랑할 수 없는 이유로 둔갑해버린다. 조건을 따지는 사랑이 되어버려 자신이 정한 조건에 맞지 않으면 대화조차 하지 않는 상황들이 펼쳐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사랑은 어디로 갔는가! <독일인의 사랑>처럼 마리아 공녀의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해주는 사랑이 이 시대에 과연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독일인의사랑 #막스뮐러 #소담출판사
#고전 #서평 #책 #안영란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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