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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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2025년 10월 19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도난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도난 사건이 있기 1주일 전, 루브르 박물관 아폴론 갤러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왕관과 목걸이, 귀걸이를 보며 감탄을 마지 않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10월 19일 오전에 4인조 도둑은 사다리차를 설치하고 왕실 보석류 8점을 7분 만에 가져갔다. 뉴스에서는 예술이 돈으로 환산되어 1500억이 되는 가치라고 했다. 2명이 잡혔지만 도난품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왕관은 훔치는 도중 가져가다 떨어뜨려 훼손이 되었다. 1500억이 되는 예술품은 그들에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예술은 죽었다


2018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에서 발루아즈 상을 수상한 박원재는 예술은 죽었다고 강력하게 외친다. “예술은 죽었다! 예술은 죽어 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우리 모두가 그의 살인자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그런 일을 저질렀단 말인가?” 한국의 재능 있는 작가들을 세계 무대에 알리기 위해 원앤제이 갤러리를 설립한 박원재. 예술의 현실은 각박했고 ’예술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술이 대중을 하나로 묶는 힘이라 생각했던 박원재는 소수 엘리트 집단의 것이라는 현실에 깊은 회의감에 빠지고 만다. 미술 작품이 경매장의 상품으로 전락하고 자본주의적 가치로 환산된다. 회의감은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 냈다. IT기술을 활용해 예술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아트가이드 회사를 설립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예술이 단순히 미술관의 벽에 걸린 그림이나 경매장의 상품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서로 다른 이들을 연결하는 힘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예술은 죽었다>를 통해 박원재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죽은 예술이 어떻게 우리 삶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 어떻게 서로 다른 우리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아직 예술은 죽지 않았다. 예술이 다시 우리 삶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묻는다.


<예술은 죽었다>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예술이 언제나 삶과 밀착해 왔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예술가가 여기 있다The Artist is Present>(2010)는 관객과의 침묵 교감으로 예술을 재정의했다.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3개월 동안 아브라모비치는 매일 7시간 이상 테이블에 앉아 관객을 마주하며 눈을 맞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몸짓도 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퍼포먼스는 삶의 본질을 드러나며 ‘예술이 시장적 가치만 치중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감각을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이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이러한 모습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술을 표현하는 몸과 마음이 있다면 오랫동안 인류는 마음을 우위에 두고 몸을 경시했다는 점을 비판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와 같이 이성과 개념, 추상적 진리의 세계를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몸은 인간의 욕망, 감각, 일시적, 개별적인 것으로 몸은 그저 마음의 도구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우리가 세계와 처음 만나는 장소이며 예술의 귀환이다. ‘예술은 언제나 몸과 함께 있었고 몸을 통해 표현되어 왔다.‘며, 우리는 ‘다시 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술은 삶이고 몸이고 살아볼 수 있게 만드는 유일한 감각의 장, 그 자체임을 주목한다.

예술은 관객을 수동적 소비자에서 능동적 창조자로 바꾼다. 당신은 예술을 볼 때 그저 감상하는가, 아니면 그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가?
-<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



르누아르, 세잔, 모네, 클림프. 그동안 유명한 작품을 그저 감상하기만 하는 시간이었으리라. 누군가에게 진품을 봤다고 자랑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문득, 의미 심장한 물음표 앞에서 생각해본다. ‘당신은 예술을 볼 때 그저 감상하는가, 아니면 그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가?’ 미술관에서 눈으로 보는 작품 대신에 함께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며 삶의 중심으로 예술을 가져온다. <예술은 죽었다>라는 책 제목부터 니체의 ‘신은 죽었다’를 떠올리며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준다. ‘프리다 칼로의 고통은 나의 고통과 연결과 되고, 캐실스의 변형은 나의 경계를 확장한다’고 예술이 무엇인지 와닿게 만든다.


미술관 가는 시간을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예감이 든다. 죽은 예술이 아니라 생명력 있는 역동적인 예술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저 수동적인 감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능동적인 감상자가 되어야 한다. 예술은 죽었다고? 도대체 왜? 이유가 궁금한 당신에게 <예술은 죽었다>를 추천한다. 시대를 초월해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사진으로 수록되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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