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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 본 서평은 열린책들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홈랜드 엘레지. 엘레지란, 죽은 자를 위한 노래나 시를 의미한다. 고향 파키스탄을 그리워하며 죽은 부모님을 위한 글이었을까. 퓰리처상을 수상한 2세대 이슬람계 이민자 극작가 아야드 악타르는 <홈랜드 엘레지>를 통해 미국의 진짜 삶을 파헤친다. 소설가의 인생과 소설 속 주인공의 인생이 하나로 보이는 건 자전적 소설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이다. 마치 하나의 오페라를 보듯 악타르를 중심으로 한 부모, 지인, 친구, 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서곡으로 시작해서 코다로 마무리 되고 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극작가답게 대서사시를 열고 닫음에 있어 영리함이 돋보인다.
악타르가 대학을 다닐 때 만난 메리 모로니 교수의 이야기로 <홈랜드 엘레지>는 시작된다. 그녀의 입에서 미국은 식민지로 시작했고 식민지로 남아 있다. 즉, 여전히 약탈이라는 단어로 정의되며, 부가 우선이고 시민의 질서는 뒷전인 곳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소설을 닫는 부분에서도 메리 교수와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며 악타르의 마지막 말, 미국은 내 고향입니다, 라는 말로 소설은 마무리 된다. 파키스탄 어머니, 아버지, 무슬림으로 미국에서 살면서 겪는 차별과 무시, 그럼에도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미국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함을 그린다.
악타르의 아버지는 파키스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이 개발 도상국 의사를 파격조건으로 영입하는 시기에 미국으로 이민왔다. 어머니도 같은 파키스탄 의과대학 출신이다. 아버지는 브루가다 증후군 권위자로 미국에서 성공하며 트럼프의 주치의로 트럼프와의 친분이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트럼프를 지지하며, 트럼프에게 표를 던져준 이가 바로 악타르의 아버지이다. 미국에 대한 근본적 낙관주의를 갖고 있는 아버지와는 달리 악타르의 어머니는 파키스탄 의과대학 시절 라티프라는 남자를 잊지 못하고 미국의 삶보다는 고향 파키스탄을 그리워한다. 라티프는 미국에서 살면 살수록 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 모르겠어(78쪽), 라며 다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고 죽음을 맞이한다. 어머니 또한 고향을 찾아 간다.
악타르는 가난에서 허덕이다 헤지펀드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출신의 리아즈라는 거물을 만나 인생이 달라진다. 원하는게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져라(201쪽),라고 말하는 리아즈. 리아즈와 함께 어울리며 악타르는 자본과 결합한 또다른 미국을 만난다. 돈이 최고의 가치이자 숭배의 대상이 된 배금주의가 만연한 곳이 바로 미국이다. 돈이 없으면 죄가 되고 돈이 있어야 사람 대접해주는 모습들이 악타르의 소설 속 세계에 그려진다. <위대한 개츠비>가 저택에서 매일 파티를 열어 사랑하는 이를 찾았던 것처럼 리아즈와 악타르도 비싼 차, 비싼 술, 비싼 호텔에서 머물며 자신의 인생과 몸을 돈과 함께 굴린다. 말 그대로 절차는 무시되고 뇌물이 오가고 특권을 돈으로 사는 이 모든 것이 일상인 삶이 되고 만다.
이민자의 삶과 정체성은 911테러를 기점으로 또 한 번 달라진다. 2021년 9월 11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아야드 악타르는 우리에게 묻는다. 911테러 이후로 무슬림을 향한 경멸이 더욱더 심해졌고 악타르 또한 그러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을. 같은 파키스탄 출신 아샤를 만나며 진정한 사랑을 찾지만 매독에 걸리며 악타르는 신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악타르의 아버지가 의료사고로 법정 싸움에 휘말리게 되는 것을 도우며 (아버지가 쓰지 말라고 했던)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소설에서 써 내고 있다.
진짜 원했던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이었고, 그것이 충분하지 못했지만 파키스탄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살면서 무엇으로 자신의 빈 공간을 채워야하는지에 대해 악타르는 고민한다. 미국에서 무슬림계 이민자로서 극작가의 삶이 성공한 것일까,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선다. <홈랜드 엘레지>는 미국에서 정처없이 떠도는 이민자들에 대한 속마음을 여실히 펼쳐내고 있다. 트럼프가 2025년 미국 대통령이 된 지금, 이 책이 유의미한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다. 다시금 전세계를 향해 높은 벽을 치고 있는 트럼프, 관세 전쟁을 선포하며 세계 경제를 들었다놨다 하고 있다. 트럼프가 선장이 된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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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판은 공격으로 받아들여졌고,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우리 무슬림은 우리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원하지도 않는 문화에 포위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예술이라고 불리는 얼버무림을 통해 내 생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들의> 재난과 맹점이 훨씬 더 시급한 문제임이 분명한 때에 <우리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한탄하는 건 부질없는 짓 같았다. 우리 인류의 실존적 위협은 우리에게서가 아니라 그들의 계몽된 삶 양식이 지구 곳곳에 확산된데서 오고 있었다. 지금 필요한 건 그것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홈랜드 엘레지> 222쪽 중에서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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