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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 - 개발과 손익에 갇힌 아름드리나무 이야기
김양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평점 :
나무를 보면 인생이 보인다. 비바람을 이겨내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나무. 마치 세월은 이런거야 하고 조용히 말을 걸어주는 듯 하다. 인간의 욕심은 커져서 오랜 시간을 버텨온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도로를 만들고 골프장을 만든다. 나무 입장에서는 얼마나 괴롭고 힘들까. 강원도에서 나고자란 국내 나무 전문 1호 기자, 김양진 기자는 한겨례신문사에서 일하며 아프지만 사랑받는 나무와 숲을 만난다. 그리하여 출간된 책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제목으로는 사람을 구한 나무, 사람이 구한 나무였다고 한다.
개발과 손익에 갇힌 아름드리나무 이야기라고 적혀 있는 책표지에는 천년을 이어온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겹겹이 쌓인 나무 껍질과 한없이 위로 뻗어올린 줄기, 그리고 잎들이 무성한 나무가 어쩐지 슬퍼보이기만 한다. 이 나무도 곧 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 걸까. 개발과 손익이라는 이유로 토목공사, 도로공사, 개발이라는 이름 뒤로 사라져야 하는 나무들의 이야기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나무들을 찾아 직접 사진을 찍고 취재했다. 이른바 발로 뛴 흔적들인 것이다.
경북 안동에 있는 은행나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700년을 넘게 살아온 노거수(나이가 많고 큰 나무)의 존재감이 남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로 1966년 천연기념물이다. 이 나무가 700년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댐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가 주민들이 살려낸 이력이 있다. 초대형 수목 이식은 처음 있었던 일이라 예산도 많이 든다며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6억 9723만 원의 막대한 금액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나무 할머니로 안동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쭉 안동을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무 이식에 대한 사례를 처음 알게 된 것이어서 감동적이고 뭉클하기까지 했다. 이 땅에서 오래오래 살아달라고 기도하게 된다.
전남 영암군에 있는 벼락 맞은 이팝나무 사연으로 이어간다. 1930년 전남 영암군 이팝나무에 벼락이 내렸다. 벼락맞은 직후 껍질만 남다시피했으나 이내 이팝나무의 꽃을 웅장하게 피워냈다. 이것이 바로 나무의 생명력이 아닐까 싶다. 가지가 벼락에 사라졌음에도 다시 나무의 모양새를 맞춰 자란다. 이팝이 배부른 이밥(입쌀밥)을 닮았다고 해서 이팝나무라고 부르는데 마치 흰 꽃송이를 보고 있으면 수북하게 담긴 밥이 생각나기도 한다.
충북 청주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은 청주의 랜드마크이다. 영화 <만추>, 드라마 <모래시계>도 이 곳에서 촬영될 정도로 멋진 곳이다. 하지만 열악한 생육 환경으로 특유의 터널형 가로수 길이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1970년대 초 청주 진입도로를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며서 가로수들이 모두 잘려나갈 위기에 처했고 주민들의 타원으로 인해 옮겨 심기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육 불량으로 고사하는 나무들이 많아졌고 청주시청이 중앙 숲길 조성 계획을 백지화 하면서 가로수들을 생명력을 잃어가기 시작한다. 만약 청주시청이 중앙 숲길 조성을 시행했더라면 지금쯤 플라타너스길은 어떻게 탈바꿈했을까, 상상을 해 본다. 도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숲과 나무를 파괴하면서까지 개발한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일일까 되묻고 싶다.
같은 공간을 도로로 만들 것인가, 숲길로 조성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면적이 좁기에 틈만 있으면 아파트를 세우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숲이 사라지고, 나무가 사라지면 결국 인간들은 망가지고 만다. 서울 은평구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30살 이상 아까시 나무를 제거하고 미세먼지 저감 능력이 뛰어난 편백을 심었다. 하지만 편백림 조성 사업이 오히려 숲 파괴이자 탄소 배출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생태계 균형이 깨진 곳에서 되레 숲 파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나무와 숲에 대한 관심을 더욱더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름 모를 수많은 나무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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