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부르고뉴, 세트, 페르피냥, 포르부. 장과 미나가 함께 여러 공간을 천천히 걸으며 발터 벤야민, 조아킴 롱생, 폴 발레리의 궤적을 좇는다. 발터 벤야민은 유대계 독일인으로 마르크스주의자이자 문학평론가, 철학자이다. 나무위키 검색에는 그가 잊혀져가는 과거를 재구성하고 그 과거에 어떤 희망이 있었는지를 탐구하며, 유럽의 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미나는 발터 벤야민이 책을 출간할 때마다 애인 도라에게 헌정한 것에 집중한다. 오갈 데 없는 전남편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은 도라, 이혼한 전처를 다시 찾는 벤야민의 심리와 행동은 무엇인가. 그렇게 벤야민이 이혼한 전 아내의 집에 머물렀던 것처럼 미나와 장도 그곳을 둘러본다. 장이라는 남자가 갖는 미나에 대한 감정은 SNS에서 엿보기에서 동경, 추앙까지 변모한다. 미나와 함께 장이 부산에 가고 싶다고 고백하며. 과연, 장은 부산에 갈 수 있었을까?
<밤 인사>가 미나와 장의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사랑에 가 닿지 않은 우연한 만남의 연속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이에 작가는 윤중이라는 이름을 지닌 남자를 미나 곁으로 가져온다. 윤중은 파라-n 이라는 이름의 (소설) 묵독 모임에서 만나 아는 사이이다. 모임을 마치고 갑자기 미나를 차에 태우고 간절곶으로 향하는 윤중. 스마트폰을 버리고 열두 시간의 조약돌을 가지고 돌아오게 해 준다고 한다. 이 남자는 미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미나가 프랑스에 가 있는 동안 카톡으로 윤중은 미나를 향해 짧은 안부와 뉴스 기사를 보낸다. 미나와 결이 맞는 느낌적 느낌. 척하면 척, 서로의 끌림이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의 재회는 어긋나게 만들어버리는 작가의 얄궂음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윤중, 미나, 장이 한 공간에 있었으면 이야기는 또 어떻게 흘러갔을까.
빛바랜 추억들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들이 오래 오래 기억될 때가 있다. 미나에게 윤중도 장도 그러하다. 미나 입장에서, 장의 입장에서, 윤중과의 엇갈림이 계속되며 이야기는 밤 인사를 조용히 전한다. 자니? 가 아니라 잘 자요. 세상 다정한 밤 인사는 우리에게 너는 그 때 우연한 추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냐고 묻는다. 잘 자요. 누군가에게 했던 다정한 밤 인사가 생각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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