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방에 갇히기 전에 어떤일이 벌어졌는지를 생각해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남자는 회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그는 서민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었고 그곳은 한마디로 중간 정도의 시세로 적당히 깨끗하거나 적당히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전세로 집을 빌릴 수가 있었다. 그가 지내는 아파트는 그래서 아파트가 반이상 비어 있었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가끔 이사를 오거나 노부부들이 오붓하게 살림을 차려 아파트에 살고 있거나 했다. 그래서 그는 조용한 아파트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아파트는 그에게 별다른 의미로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하숙생처럼 저녁에 들어와서 잠을 자는 영락없는 하숙생의 생활 자체였다. 그래도 그는 이 아파트가 편했다. 그는 주로 밖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아침은 간단히 토스트를 구워 딸기쨈이나 버터를 발라 우유와 함께 먹거나 점심 때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맛집을 탐방하며 식사를 해결했다. 저녁도 되도록이면 단골 식당에서 한정식을 시켜 먹고 하루의 식사를 떼웠다. 그것은 그를 편한 일상으로 살아 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는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것이 그가 이 방에 갇히기 하루전까지 계속 되었던 그의 일상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자신이 이 방으로 끌려와 갇히게 되었는지 그 광경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장면 만은 기억나지 않았다. 단기기억상실증 환자처럼 그렇게 그는 몽롱해지는 자신의 정신을 느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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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어딘가로부터 몰려온는 바람 같은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여자는 굳이 이 방이 불편하지 않았다. 그냥 흘러가듯이 시간을 보낸다면 여자가 과거에 겼었던 온갖 어려운 환경보다는 더 편할 것이었다. 여자는 오늘도 오늘이라는 관념을 잊어버린 채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여자는 전혀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다. 거울방 안에는 시계라는 물건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가구도 없었으므로 그것은 그냥 텅 빈 방이라는 개념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방바닥에 다리를 쭉 펴고 등은 거울벽에 기대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살그머니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잠이 들었다. 어떤 것도 방해 받지 않고 그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어떤 불안이나 불편함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이 그저 흘러가는 그녀의 기억들을 대신 기억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숨을 쉬고 있었다. 마치 인형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그렇게 반쯤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다. 깊숙히 잠들어 있어서 여자는 흡사 죽은 것처럼 온 몸이 축 쳐져 있는 듯이 보였다. 숨쉬지 않는 인형이랄까, 뭐 그런 상태로 잠이 들었던 것이다. 방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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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흔들리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가부좌를 틀고 거울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가빠오던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떤 조용한 침묵이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 남자는 호흡을 가다듬고 명상을 시작했다. 거울 방안에는 침묵만이 흐르고 그는 살포시 눈을 감았다. 명상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었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이 번잡하고 어지러운 상황속을 벗어나 자신의 깊은 내면을 텅 비게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아주 단순했다. 그는 왜 이곳에 자신이 갇히게 되었는지를 따져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그 어디서부터 시간의 흐름이 시작되어버린 그곳에서부터의 시간들을 되돌려 올라갈 것이다. 남자는 호흡을 천천히 내뱉었다. 거울은 그가 내뱉는 깊은 숨소리 때문에 뿌연 연기처럼 서리가 끼었다. 그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의 그의 모습을 그 당시의 상황을 계속해서 생각하면서 그가 원래 어떤 인간이었으며 어디서 살고 있었는지를 떠올리려 애썼다. 그것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고 있었다.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사위는 여전히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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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한없이 날카로운 칼의 칼날을 들여다 보듯이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 자신의 화장한 얼굴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는 것은 아니었다. 여자의 시선은 한없이 깨끗하고 티끌하나 없는 거울방의 거울의 한곳을 뚫어져라 쳐다 볼 뿐이었다. 여자의 시선이 가닿은 거울은 금방이라고 망치에 두드려 맞은 것처럼 갈라지고 파편화된 채 금이 가고 떨어져 나가 방바닥에 쏟아져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쳐다보아도 거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눈동자에 힘을 주고 계속해서 거울을 쏘아보고 있었다. 여자의 눈동자 안에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꿈벅거리지 못해서 생기는 강한 쓰라림이 눈의 안구를 피곤하게 만들어 눈이 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녀는 끝까지 눈을 감지 않고 뚫어져라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어떤 간절한 행위처럼 보였다. 여자의 시선이 가닿은 거울은 조금씩 흐물거리기 시작한다. 점점 더 강해 보였던 거울의 재료들이 파편화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점점 더 거울은 세밀한 금자국이 커지더니 점점 더 굵고 선명한 파편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단지 여자의 눈빛 때문인지, 아니면 여자가 느끼는 어떤 현상인지는 알지 못한 채 거울은 그렇게 변형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한 일이 자꾸만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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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답답증이 나서 미칠지경에 이르렀다. 남자는 벽에 귀를 바짝 갖다대고 거울방 밖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남자의 귀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방밖에는 또다른 방이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건물은 온통 방으로 연경되어 있고 남자가 이 방을 탈출하더라도 남자는 또다른 방에 갇힐 위험이 컸다. 그래도 남자는 점점 더 좁아들어가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어 했다. 공황장애를 겪는 환자처럼 그는 점점 더 호흡이 빨라지고 현기증을 일으키고 방안이 뱅뱅도는 느낌 때문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방바닥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대자로 뻗은 그의 몸은 길쭉해 보였다. 그는 가장 평범한 중간형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이상적인 체형과 군살없는 몸무게와 적당히 잘생긴 얼굴과 균형잡힌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는 건강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그런 육신의 건강이 아닌 정신적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숨소리가 점점 더 가빠졌다. 하지만 방안에는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고 있었다. 그 산소가 어디서 공급되는지 장소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가 모르는 어떤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산소는 흘러나와 그를 숨쉬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현실적인 문제일 뿐, 그는 여전히 헉헉거리며 방바닥에 누워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기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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