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한없이 날카로운 칼의 칼날을 들여다 보듯이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 자신의 화장한 얼굴을 자세하게 들여다 보는 것은 아니었다. 여자의 시선은 한없이 깨끗하고 티끌하나 없는 거울방의 거울의 한곳을 뚫어져라 쳐다 볼 뿐이었다. 여자의 시선이 가닿은 거울은 금방이라고 망치에 두드려 맞은 것처럼 갈라지고 파편화된 채 금이 가고 떨어져 나가 방바닥에 쏟아져 나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쳐다보아도 거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눈동자에 힘을 주고 계속해서 거울을 쏘아보고 있었다. 여자의 눈동자 안에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을 꿈벅거리지 못해서 생기는 강한 쓰라림이 눈의 안구를 피곤하게 만들어 눈이 쓰려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녀는 끝까지 눈을 감지 않고 뚫어져라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어떤 간절한 행위처럼 보였다. 여자의 시선이 가닿은 거울은 조금씩 흐물거리기 시작한다. 점점 더 강해 보였던 거울의 재료들이 파편화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점점 더 거울은 세밀한 금자국이 커지더니 점점 더 굵고 선명한 파편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단지 여자의 눈빛 때문인지, 아니면 여자가 느끼는 어떤 현상인지는 알지 못한 채 거울은 그렇게 변형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한 일이 자꾸만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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